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태양이 수평선에 걸쳐 있다
식탁 위에 포도주를 쏟듯이 어둠이 번진다
소멸을 향해 돌진하는 별들이 무섭도록 밝다
우주의 낭하를 거닐던 창조주조차 옆으로 비켜선다
해변의 권태에는 뭔가 음악적인 것이 있다
파도가 파도를 탄주하며 하얗게 부서진다
수평선 너머에는 황혼으로 술을 빚는 주신(酒神)이 산다고 한다
비린내 나는 인간의 식탐을 가득 실은 배들이 근해를 얼쩡거린다
최후의 만찬 때 열두 제자는 음주와 식사를 끝까지 마쳤을까
식욕이 왕성한 베드로를 보고 예수는 울화가 치밀었다
지독하게 쓴맛이 네 혀의 뒷면을 영원토록 지배하리라
나는 모든 미래가 오늘의 치명적 오역이라고 믿는다
이제 곧 후식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을 가까스로 가르는 수평선 위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유다의 낯빛처럼 창백한 보름달
2013/09/01 2013/08/30 이응준 연작 소설 『밤의 첼로』 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 & 낭독극 @ 명동 삼일로 창고 극장
tags: 2008, Poem, 문학과지성사, 시, 시인, 심보선, 최후의 후식
지난 7월 15일 발간된 이응준 작가님의 연작 소설, 『밤의 첼로』 발간 기념으로 8월 30일에 낭독극 겸,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출간된 지 꽤 지나도 별다른 소식이 없어 관련 행사 없는 줄 알았는데, 마침 민음사 카페에서 행사 알림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다녀왔습니다. 작가님은 여섯 번째로 뵌 듯싶네요.
명동, 명동성당 뒤편에 있는 삼일로 창고 극장이라는 소극장에서, 어수웅 기자님 사회로 함성호 시인님과 더불어 밤의 첼로, 작가님 얘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 북 콘서트, 강연 등과 달리 배우분들 음성으로 직접, 두 번에 걸쳐서 「밤의 첼로」, 「물고기 그림자」, 「버드나무군락지」 속의 내용을 첼로 연주와 곁들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만 보던 문장을 직접 듣게 되니 한결 새롭고, 문장을 한 번 더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의미 있고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응준 작가님과 동년배로 친구분이신) 어수웅 기자님의 진행도 편안했고, 작년에 뵀었던 함성호 시인분의 여전한 촌철살인도 반가웠습니다. 나름 궁금했던 연작 소설 쓰게 된 과정이나, 작가님의 새로운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그리고 저자와의 만남, 낭독극이 끝나고 의도치 않게; 저번 『느릅나무 숨긴 아래 천국』 작가와의 만남 때처럼 뒤풀이를 따라가게 됐는데... (이하 생략)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아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저는, 제 정체성이 세 개예요. 첫째는 무사, 둘째는 법사, 셋째는 노동자. 그중에 작가는 없어요. 저는 작가를 노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안에 예술가는 없어요. 그 안에 영화감독도 없어요. 무사, 법사, 노동자. 요 세 가지로 살아가려고 노력을 해요."
분명히 이응준 작가님 밤의 첼로 낭독회 겸 작가와의 만남을 왔는데 왜 나는 독자 대표로 작가님, 시인, 기자, 출판사 분, 배우 분하고 2차까지 하고 들어가는건지;; 여전히 적응이 안되네요 ㅠㅠ pic.twitter.com/MdG6aYmTdu
— lunamoth (@lunamoth) August 30, 2013
이응준 작가님 밤의 첼로 낭독극, 저자와의 만남 다녀왔습니다. 이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자신의 정체성을 문학인으로 생각해본적은 없다. 다만 무도인, 법사, 막일꾼으로 여길 뿐이다. pic.twitter.com/NyPadqWXKw
— lunamoth (@lunamoth) August 30, 2013
낭독극 이후 어수웅 기자의 사회로 함성호 시인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시간입니다. "나는 사실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딱 들어맞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고칠 뿐." pic.twitter.com/4O9I2tnZ37
— 민음사 (@minumsa_books) August 30, 2013
문학이 세상을 바꿀 있다고 믿냐는 질문에, "내 글을 읽고 그 사람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우주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이제 마무리하고 사인회 시간입니다.
— 민음사 (@minumsa_books) August 30, 2013
2013-09-29 일요일 오후 1:23
A Writer's Bunker : 자살의 예의
tags: 2013, Literature, Novel, Poem, 낭독, 낭독극, 녹음, 대화, 독자, 독자와의 대화, 명동, 문학, 민음사, 밤의 첼로, 소설, 소설가, 시, 시인, 어수웅, 연작, 연작소설, 이응준, 작가, 작가와의 만남, 저자와의 만남,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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