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태양이 수평선에 걸쳐 있다
식탁 위에 포도주를 쏟듯이 어둠이 번진다
소멸을 향해 돌진하는 별들이 무섭도록 밝다
우주의 낭하를 거닐던 창조주조차 옆으로 비켜선다
해변의 권태에는 뭔가 음악적인 것이 있다
파도가 파도를 탄주하며 하얗게 부서진다
수평선 너머에는 황혼으로 술을 빚는 주신(酒神)이 산다고 한다
비린내 나는 인간의 식탐을 가득 실은 배들이 근해를 얼쩡거린다
최후의 만찬 때 열두 제자는 음주와 식사를 끝까지 마쳤을까
식욕이 왕성한 베드로를 보고 예수는 울화가 치밀었다
지독하게 쓴맛이 네 혀의 뒷면을 영원토록 지배하리라
나는 모든 미래가 오늘의 치명적 오역이라고 믿는다
이제 곧 후식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을 가까스로 가르는 수평선 위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유다의 낯빛처럼 창백한 보름달
2013/09/01 2013/08/30 이응준 연작 소설 『밤의 첼로』 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 & 낭독극 @ 명동 삼일로 창고 극장
2013/05/02 2013/04/19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 홍대 카페 팩토리
2012/06/23 안개 - 이응준
2012/06/22 2012 서울국제도서전 저자와의 대화 이응준 작가님 @ COEX
tags: 2008, Poem, 문학과지성사, 시, 시인, 심보선, 최후의 후식
(0) comments지난 7월 15일 발간된 이응준 작가님의 연작 소설, 『밤의 첼로』 발간 기념으로 8월 30일에 낭독극 겸,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출간된 지 꽤 지나도 별다른 소식이 없어 관련 행사 없는 줄 알았는데, 마침 민음사 카페에서 행사 알림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다녀왔습니다. 작가님은 여섯 번째로 뵌 듯싶네요.
명동, 명동성당 뒤편에 있는 삼일로 창고 극장이라는 소극장에서, 어수웅 기자님 사회로 함성호 시인님과 더불어 밤의 첼로, 작가님 얘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 북 콘서트, 강연 등과 달리 배우분들 음성으로 직접, 두 번에 걸쳐서 「밤의 첼로」, 「물고기 그림자」, 「버드나무군락지」 속의 내용을 첼로 연주와 곁들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만 보던 문장을 직접 듣게 되니 한결 새롭고, 문장을 한 번 더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의미 있고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응준 작가님과 동년배로 친구분이신) 어수웅 기자님의 진행도 편안했고, 작년에 뵀었던 함성호 시인분의 여전한 촌철살인도 반가웠습니다. 나름 궁금했던 연작 소설 쓰게 된 과정이나, 작가님의 새로운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그리고 저자와의 만남, 낭독극이 끝나고 의도치 않게; 저번 『느릅나무 숨긴 아래 천국』 작가와의 만남 때처럼 뒤풀이를 따라가게 됐는데... (이하 생략)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아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저는, 제 정체성이 세 개예요. 첫째는 무사, 둘째는 법사, 셋째는 노동자. 그중에 작가는 없어요. 저는 작가를 노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안에 예술가는 없어요. 그 안에 영화감독도 없어요. 무사, 법사, 노동자. 요 세 가지로 살아가려고 노력을 해요."
분명히 이응준 작가님 밤의 첼로 낭독회 겸 작가와의 만남을 왔는데 왜 나는 독자 대표로 작가님, 시인, 기자, 출판사 분, 배우 분하고 2차까지 하고 들어가는건지;; 여전히 적응이 안되네요 ㅠㅠ pic.twitter.com/MdG6aYmTdu
— lunamoth (@lunamoth) August 30, 2013
이응준 작가님 밤의 첼로 낭독극, 저자와의 만남 다녀왔습니다. 이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자신의 정체성을 문학인으로 생각해본적은 없다. 다만 무도인, 법사, 막일꾼으로 여길 뿐이다. pic.twitter.com/NyPadqWXKw
— lunamoth (@lunamoth) August 30, 2013
낭독극 이후 어수웅 기자의 사회로 함성호 시인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시간입니다. "나는 사실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딱 들어맞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고칠 뿐." pic.twitter.com/4O9I2tnZ37
— 민음사 (@minumsa_books) August 30, 2013
문학이 세상을 바꿀 있다고 믿냐는 질문에, "내 글을 읽고 그 사람의 마음에 변화가 있다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우주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이제 마무리하고 사인회 시간입니다.
— 민음사 (@minumsa_books) August 30, 2013
2013-09-29 일요일 오후 1:23
A Writer's Bunker : 자살의 예의
tags: 2013, Literature, Novel, Poem, 낭독, 낭독극, 녹음, 대화, 독자, 독자와의 대화, 명동, 문학, 민음사, 밤의 첼로, 소설, 소설가, 시, 시인, 어수웅, 연작, 연작소설, 이응준, 작가, 작가와의 만남, 저자와의 만남, 함성호
(0) comments『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이응준 작가와의 만남 - 채널예스 - 예스24
[내 연애의 모든것, 이응준 작가님]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 _ 2013/0419 by Dancing Mulgogi
<취화선>, <서편제>를 보며 대성통곡 했다 - 이응준 : No.1 문화웹진 채널예스
tags: 2013, Literature, Novel, Poem, 녹음,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대화, 독자, 독자와의 대화, 문학, 살롱드팩토리, 소설, 소설가, 시, 시공사, 시인, 이응준, 작가, 작가와의 만남, 저자, 정은미, 카페 팩토리, 홍대
(0) comments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마음 약한 사람들의 견해다.
고통은 고통대로 간결한 법칙이 있어서
겪고 나면 대개 말은 사라지고 이상한 색깔만이 남는다.
안개에 연루된 자라고 모욕하지 말라.
나는 안개 속에서 태어났다. 안개는 나의 진술이다.
안개를 벽으로 여긴 적은 없다.
다만 화분이라면 깨어 버리고 싶었고
국가라면 멸망시켜 버리고 싶었을 뿐이다.
너무 많이 사랑했는데도
내게 남은 것은 사람이 아닌 문장밖에는 없다.
그대, 내 젊은 피 속에 흐르던 그 꽃들을 용서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나의 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것이 많을수록 위험해지는 이 세상에서
나의 간극은 극단이었고
나의 극단은 간극이었으니
결국 안개였다. 나는 안개에서 자라났다.
편견이 사상보다 심오하고
어떤 목숨이든 아무런 계통이 없다는 것과
비극의 설계를 섭렵하게 된 계기도 그 안개 속에 숨어 있었다.
안개가 우리를 죽이고 살린다 해도
안개에 대해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개에 대해 가르친다는 것은 불행하다.
그리하여 나는 안개의 집을 불태운 그날에
말문이 막히듯 너를 추억한다.
안개를 각성하듯 추억을 각성한다.
병원 긴 복도 야윈 의자에 홀로 앉아 있으면
어둠이 어둠 같지 않았던 그가 나였던 것 같지도 않은 오늘에마저
쉬운 단어들로 암호를 만드는 무자비한 안개여.
여기 이 세계는 고독과 치정이 호황이고
나는 인생이 기적이라고 자부하는 자들이
여전히 무섭다. 그대, 너무 사랑해서 화분이라면 깨어 버리고 싶고
국가라면 멸망시켜 버리고 싶은 그대,
나는 안개 속에서 방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개의 주인은 나였다.
tags: 2012, Fog, Poem, 민음사, 시, 시인, 안개, 애인, 이응준
(0) comments관련 기사: 이응준 작가 "소설 '국가의 사생활', 영화화 작정하고 쓴 글" - 독서신문
tags: 2012, Bot, COEX, Literature, Novel, Poem, Twitter, Twitter Bot, 국가의 사생활, 국제도서전, 내 연애의 모든 것, 녹음, 대화, 문학, 민음사, 봇, 서울, 서울국제도서전, 소설, 소설가, 시, 시인, 이응준, 작가, 저자, 코엑스, 트위터, 트위터봇, 표정훈
(0) comments◀ Newer Posts | ▲TOP | Older Posts ▶
Copyleft ©, CC, 2000-, Lunamoth. All Lefts Reserved.
Powered by TEXTCUBE 1.7.9 : Con moto, Designed by juc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