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태: 하얀 구름 아래로 하얀 눈이 내립니다. 하얀 구름도 하얀 눈도 보이지 않습니다. 땅에 쌓인 하얀 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위로, 한 사람이 스키를 타고 내려옵니다. 계속해서 하얀 눈이 내립니다. 그 사람이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하얀 눈이 내립니다. 내 친구 수현이가 그림 한 점을 샀습니다. 1미터 20에 70 정도 되는 그림입니다. 그건 한 사람이 공간을 가로질러 저 멀리 사라지는 걸 표현한 그림입니다.
2004년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초연됐던 연극 아트가 SM아트홀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10번째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아트는 그리 바뀐 것이 많지 않습니다. 수현이 산 "앙트로와" 그림의 가격이 1억 8천에서 2억 8천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했다는 것 말고는, 규태(권해효 분), 수현(조희봉 분), 덕수(이대연 분)의 주름이 조금 늘었다는 것 말고는, 아트의 세 친구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림 하나를 놓고 펼쳐지는 세 남자 우정의 우여곡절 해체, 봉합기가 절절한 웃음과 더불어 90 여분을 알차게 채워갑니다. 영원한 삼촌, 만년 과장, 소시민, 이웃집 아저씨 같은 행동하는 배우 권해효가 그리는 직설적인 수현과 인텔리 연기가 의외로? 어색하지 않은 조희봉이 연기하는 미워하기 어려운 깐깐한 미술애호가 수현, 넉넉한 풍채 그대로 호탕하고, 정열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이대연의 덕수까지. 2005년 공연 당시의 아트의 재치와 힘을 잃지 않고 여전히 보여줍니다.
연극은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는 우정의 변천을 한 폭의 크로키처럼 잡아냅니다. 문제는 수현의 스놉 기질도, 규태의 내지르는 언사도, 덕수의 부화뇌동도 아닐 겁니다. 멀리 있어 때때로 만나 즐거운 우정은 단지 그만큼의 시간차와 각자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고 느끼게 될 뿐입니다. "순결한 오브제", "앙트로와"의 그림을 보는 시각차 속에서는 결코 동질화될 수 없지만, 다름의 인정 속에서, 우정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다시 봐도 빛바래지 않은 연극 아트의 재미와 동감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 Tungsten C
2008-10-13 오후 11:51
배우 권해효를 만나다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