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발목에 바른 호랑이 연고 (虎标万金油) 의 박하뇌 미향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간밤의 미열과 차근거리는 통증이 걸음과 더불어 단속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뭐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은 어스름 밤의 경계선 같은 묘한 통증이. 하긴 그보다 앞으로 몇 주간, 이 시큰거림이 지속되리라는 예감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 이것도 내 짐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근데 왜 어렸을 때는 호랑이 연고를 정말 호랑이로 만든 약으로 알았던 걸까. 우습게도.
2년 만에 다시 들린 정형외과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무언가 잘 접합 되어 있는듯한 시스템과 알 수 없는 기구들의 잔상. 그리고 300년은 근무했음 직한 방사선사 분의 무표정함. 예의 변치 않은 캐스팅의 능변가인 의사분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벌써 내 마음을 풀어주고 있었다. 종이를 꺼내 들며. 예를 들면 종이가 찢어질 때도 있지만, 종이를 비비는 것처럼 마모될 때도 있지요. 관절 부위에 다소 마모가 있었을 수도 있고요. 습관성 염좌라고 했던가, 다발성 염좌라고 했던가. 어찌 됐던 부목까지 안 가서 다행이란 생각뿐이었다. 물론 지난한 엄살의 발로였는지 모르겠지만.
전기치료, 얼음찜질, 근육 이완주사를 거쳐서 병원을 나오고, 또 약을 받아든다. 그리고는 머리를 좀 잘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접질려서, 삐어서, 어딘가 어긋나고, 늘어나서 붓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는 호랑이 연고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약이 있다면 그들에게 건네주고 싶을 뿐이다. 아니 조촐한 치료법을 물어보고 싶은 것 인지도…
| 진료 결과 #2 [길 위의 이야기]
2008/12/23 15:21
2008/12/23 15:21
tags: Ankle, Orthopedics, Physical therapy, Sprain, Sprained ankle, Tiger Balm
Posted by lunamoth on 2008/12/23 15:21
(10) comments
| 진료 결과 [길 위의 이야기]
붉은 불빛을 직접 보시면 안 좋을 수 있으니 직접 보지는 마시고요. 언젠가 저런 모양의 스탠드를 갖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삼정 인버트 스탠드를 쓰기 전이었으리라. 자유자재로 고정되는 스탠드 갓 사이로 십삼 촉 백열전구가 명멸을 지속했다. 간단한 타박상입니다. 무릎 연골이 좀 나갔을 수도 있고요. 찌릿한 전기 치료를 마치고 따뜻하게 파고드는 적외선을 쐬고 있으려니 아침부터 노곤해져 오는 느낌이다. 생애에서 뭐든 한 번씩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말에 들어갈 만할 괜찮은 예가 될 터이다. 엑스레이, 깁스, 물리치료 그리고... 아니 거기까지만. 이순신 장군과 같은 경우는 다리를 다쳐도 말을 타고 다닐 수 있지만, 또 일반인은 아니겠고요. 도레미파솔을 예로 들자면요. 도 정도 아픈데 솔↗ 이라고 외치는 분이 있는 반면, 솔 정도로 아픈데 도↘ 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환자분이 어떻게 느끼시느냐가 아니라 상태가 어떤지가 중요한 것이지요. 금방이라도 채널을 돌리면 비타민에서 능변을 토해내실 것 같은 의사분의 능란한 진료가 이어진다. 별다를 것 없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루틴대로 주사를 맞고 약을 탄다.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을 받아들고 문을 나선다. 계단 등을 오르내릴 때 슬개골에 가해지는 하중이 몸무게의 7배라고 하면 490Kg인 셈이지요. 아무래도 계단으로 두 칸씩 뛰어가는 이에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조용히 참고 기다리는 이로 당분간 변모해야 할 참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스턴트 연기를 했을 때 찍었던 무릎이 왼쪽이었던가?
2007/01/27 12:44
2007/01/27 12:44
tags: Orthopedics, Patella, Physical therapy
Posted by lunamoth on 2007/01/27 12:44
(16) comments
"나는 어떤 타입인가요?" x
【 Tracked from Road to the Gaming World at 2007/02/18 19:28 】
"OOO씨, 들어오세요."토요일 오전 10시, 간호사의 호명을 듣고 들어선 K 병원의 어느 진료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의사와 마주앉은, 지난 10여년 동안 반복되었던 일상적인 상황이 펼쳐졌다.의사는 마우스 휠을 위아래로 굴리면서 1987년 이후의 모든 진료기록을 빠르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모니터와 마우스를 바라보다가 잠시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대뜸 질문 한마디를 던졌다."혹시 유전자 검사는 해보셨나요?"예쁜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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