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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el : total 19 posts
2006/07/08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4)
2006/06/30 그래, 아무것도 아닐 순 없다. (4)
2006/05/29 슬로우 불릿 | 이대환 
2006/05/24 Nỗi buồn chiến tranh (5)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나의 서재]

Flirt - Alfons Maria Mucha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이를테면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 등을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오는 묘한 끌림 때문이었다는 것을 첫 번째로 고백해둬야겠고, 두 번째로 CBS 드라마,〈고스트 위스퍼러〉를 보는 듯한 기시감에서 오는 다소간의 식상함을 부정할 수 없었다는 것 정도를 밝혀두고 싶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느라 영화화 얘기도 저자 소개, 역자 후기를 보고서야 인지했는데, IMDb 를 검색해보고 바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저스트 라이크 헤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을 먼저 읽게 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될런지... 하기야 기네스 펠트로 보다는 리즈 위더스푼이 이 "형이상학적 두 번째 기회"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릴 것 같긴 하다. 어머니의 3통의 편지와 수사 과정이 어떻게 그려졌을지도 궁금해지고, 홍보 문구대로 "가공할 만한 대담성!"의 처리도 생경하지 않을런지 보기도 전에 내심 걱정이 된다. 하긴《시티 오브 앤젤》같은 경우도 있었으니.

소설은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상투적이다. 이젠 스팸 메일 제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일 아침 당신에게 86,400원을 입금해주는 은행이 있다면" 의 비유를 보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설마 마르크 레비의 원문일까?), 몇몇 일상의 경구나 재치있는 비유와 안온한 감상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난 어떤 체계에 속하진 않아, 언제나 그것에 대항해 싸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어떤 책을 읽는 것도 내 자신이 끌리기 때문이지 그게 '필독서'이기 때문은 아니고. 내 삶은 전부 그래." 이 정도...

영화화 때문인지 책 제목이『천국 같은』으로 바뀌어 재판되었다. 그럴듯한 알퐁스 뮈샤의 몽환적 11월 달력 이미지에서 바뀐 표지부터가 순정 만화로 덧씌워진『겨울 나그네』를 보는 듯해 마뜩찮긴 하지만, 뭐 하릴없는 일이겠고... 영화화를 일단은 확인해봐야 될 것 같다.《센스 오브 스노우》보다야 낫겟지...
2006/07/08 13:50 2006/07/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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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7/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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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아무것도 아닐 순 없다.  [나의 서재]

「알아. 한눈에 알아봤어. 넌 많이 좋아졌더라. 맘에 드는 일을 찾은 것 같아. 거짓말을 한 건 나만이 아닐 텐데. 안 그래? 너도 내게 그랬잖아. 어쨌든 축하해. 널 귀찮게 하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었어. 오늘도 마지막으로 널 보러 온 거야. 이제는 죽어도 너를 찾아오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나 말이지,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어. 옛날에 살던 그 집, 다니던 그 직장, 요즘도 게걸스럽게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고, 한 남자와 만나 헤어질 때까지 극장에 가고 여관에 가고 그래. 후훗, 그렇다고 한겨울날 동물원에서 이별하지는 않지만, ……난 아직도 어둠에 갇혀 있어. ……다르게 말할게, 네가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궁금했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서른이 되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더라구. 죽기까지 이런 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그러자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너였어. 너는 어떨까? 슬프게 젖은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아직도 나처럼 별수없이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고, 또 해낼 수 있는 무엇을 찾았을까? 행복할까? ……그래, 그게 다였어.」

한미FTA 관련 백분 토론을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가 (70번은 재방송 했을듯한) 문학산책 이응준의「Lemon Tree」로 빠지고 말았다. 대개 그렇다. (체크 박스가 아닌) 라디오 버튼의 질문지가 주어지면 현실보다 몽상을 택할 테니. 그리고 그 주파수는 그리 변하는 법이 없었다. 7년전 읽은 이야기를 다시 보며, 이제 어렴풋이 "나"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패배감으로 주눅들어 있는 내 고요함의 도플갱어"는 "같은 그림자에게 드리우길 원"했을 뿐이었다. 내게 건내는 "후최면암시"는 키가 작거나 혹은 크거나, 사진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은, 술자리에서 많은 친구와 수다를 떨다 취하면 성격이 변하는, 친해지고 싶은, 평생 독신일 것 같은 이웃이다. 실상은 "낯선 나라의 오지로 이민 가버리는 상상" 처럼 코스프레를 꿈꿀 뿐이지만. 불안해진다는 것, 감당이 아닌 수행할 고통이 있다는 문장이 날 사로잡는다. "인화할 수 없는 작은 어둠" 속에서 "고사 직전의 꿈"을 가꿔내 되살려야 한다. "그래, 아무것도 아닐 순 없다."
2006/06/30 03:28 2006/06/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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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6/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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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 불릿 | 이대환  [나의 서재]

다소 경망스럽게도 주인공의 이름 익수를 본 순간 떠오른 것은 Blood+ 의 익수(翼手) 였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한편으로는 Blood+ 1기 베트남 시기의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전쟁의 잔상과 그로 인해 끝없이 이어지는 상쟁과 생채기들. 짐짓 굵은 목소리로 극 전반을 관통하는 데이비드의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이란 레토릭도 소설 속으로 투영되어 새롭게 의미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 영호는 묻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던 것인지. 베트남전 화학병 출신 김익수는 왜 "서서히 그러나 마침내 심장에 박히는 총알" 슬로우 불릿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하반신 마비가 된 자신은 왜 매몰찬 작별사¹ 를 남기며 기도원 속으로 삶을 옮겨가야 했는지를. 그리고 우리 더 이상 "당랑거철"하지 말자고 말해야 하는지를... 영호와 함께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익수는 "밀림의 타는 혼백"에 대한 고해를 하고 쇳물처럼 붉은 해를 맞이한다. 자신의 영혼을 태우고 있다면 항상 저렇게 붉은빛이 곁에 있을 거라는 영호의 말을 들으며.

어쩌면 그 해맞이 장면부터 결말은 지레짐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연한듯 싶지만 강렬한 분출을 보며,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 것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서럽고도 아린" 이야기는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어도, 아니 Agent Orange 는 전후 30년이 지나도 현재진행형일테니. 박찬욱 감독의 영화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방현석의 시나리오만이 남은 것 같지만, 이대환의 소설 슬로우 불릿 속 영호의 "삶을 태우는 붉은 빛깔의" 분노는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었다.


¹ "인간적 관심에는 쇠토막처럼 둔감하고 정치적 계산에는 성감대처럼 예민한 인간들이 이 나라의 권력자들이지요. 그들의 성감대가 제때 흥분해서 고맙게도 엄마의 짐을 가볍게 해주는군요. 나도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아버지, 그때 경부고속도로에 가서 참 잘 싸웠습니다. 안 그랬으면 엄마의 허리가 부러지거나 내가 굶어 죽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할 뻔했잖아요? 다른 생각은 마시고, 두 아들 중의 하나는 출가를 해서 도 닦는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일찍이 아버지가 베트남전에 갔던 덕분에 든든하게 뒷바라지를 맡을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2006/05/29 22:53 2006/05/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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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5/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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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ỗi buồn chiến tranh  [나의 서재]

"내 삶은 끊임없이 물살을 거슬러 과거로 나아가려는 배와도 같다. 내게 미래는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다.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새로운 삶도, 새로운 시대도, 미래의 희망도 아니다. 나를 살게 하고 지금의 이 우스꽝스런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과거의 드라마다. 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추억의 힘 때문이다."

"어둑한 황혼녘에 끼엔은 숲 가장자리에 앉았다. 세월을 거슬러 그날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도록 그는 눈을 감고 기억의 먼 저편을 응시했다. 손바닥에 수류탄의 무게가 전해져왔다. 그때 안전핀을 풀고도 던질 수 없었던 그 수류탄의 무게가. 그러나 그때의 무서운 광경 앞에서 가슴 깊숙이 치밀어오르던 공포와 아픔, 증오와 분노, 그리고 야만과 폭력에 대한 충동은 이제 되살아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슬픔뿐이었다. 거대한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쟁의 슬픔……."

중첩적이고도, 비선형적인 끼엔의 회상은 소설 초반부터 겹겹이 쌓여 조금씩 그 슬픔을 배어가게 합니다. 실종자 수색대의 여정에서 스며드는 혼령의 숨결과 인간이 만들어낸 슬픔과 절망밖에 없는 세상의 초상이 겹쳐집니다. 그 홍강 너머로 사라지는 쓸쓸한 석양 같은 향수는 어느 한곳에 머무르는 법이 없습니다. 더 이상 슬픔이 아닌 가슴 찢어지는 고통으로 변하기 전에 또 다른 과거로 떠나야 합니다. 시들고 퇴색한 존재들과 관념적이고 잊힌 감정들의 마지막 망명지로.

하지만 상상과 영혼이 만들어내는 그의 음울한 소설 아니 모든 행복과 고통의 피안에 서 있는 도도한 슬픔은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고 말합니다. 회한과 죄책감 속에 점점 소멸하는 영혼을 따라가다 끼엔과 프엉의 사랑의 행방(Thân phận của tình yêu)을 지켜볼 때쯤에 이르러서는 그 여린 영혼의 무게와 전쟁조차 파괴할 수 없는 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2006/05/24 01:22 2006/05/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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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5/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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