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rt - Alfons Maria Mucha
이를테면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 등을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오는 묘한 끌림 때문이었다는 것을 첫 번째로 고백해둬야겠고, 두 번째로 CBS 드라마,〈고스트 위스퍼러〉를 보는 듯한 기시감에서 오는 다소간의 식상함을 부정할 수 없었다는 것 정도를 밝혀두고 싶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느라 영화화 얘기도 저자 소개, 역자 후기를 보고서야 인지했는데, IMDb 를 검색해보고 바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저스트 라이크 헤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을 먼저 읽게 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될런지... 하기야 기네스 펠트로 보다는 리즈 위더스푼이 이 "형이상학적 두 번째 기회"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릴 것 같긴 하다. 어머니의 3통의 편지와 수사 과정이 어떻게 그려졌을지도 궁금해지고, 홍보 문구대로 "가공할 만한 대담성!"의 처리도 생경하지 않을런지 보기도 전에 내심 걱정이 된다. 하긴《시티 오브 앤젤》같은 경우도 있었으니.
소설은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상투적이다. 이젠 스팸 메일 제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일 아침 당신에게 86,400원을 입금해주는 은행이 있다면" 의 비유를 보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설마 마르크 레비의 원문일까?), 몇몇 일상의 경구나 재치있는 비유와 안온한 감상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난 어떤 체계에 속하진 않아, 언제나 그것에 대항해 싸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어떤 책을 읽는 것도 내 자신이 끌리기 때문이지 그게 '필독서'이기 때문은 아니고. 내 삶은 전부 그래." 이 정도...
영화화 때문인지 책 제목이『천국 같은』으로 바뀌어 재판되었다. 그럴듯한 알퐁스 뮈샤의 몽환적 11월 달력 이미지에서 바뀐 표지부터가 순정 만화로 덧씌워진『겨울 나그네』를 보는 듯해 마뜩찮긴 하지만, 뭐 하릴없는 일이겠고... 영화화를 일단은 확인해봐야 될 것 같다.《센스 오브 스노우》보다야 낫겟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