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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 total 103 posts
2006/08/23 내 청춘에게 고함 Don't Look Back (2006) (2)
2006/08/22 빅 리버 Big River (2005) (4)
2006/08/21 괴물 
2006/08/15 유레루 ゆれる (2006) (10)
2006/07/17 비열한 거리 A Dirty Carnival (2006) (8)

| 내 청춘에게 고함 Don't Look Back (2006)  [감상/영화/외...]

2006.07.13 개봉 | 18세 이상 | 126분 | 드라마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말련의 비애"를 이토록 잘 그려낸 영화가 또 있던가? 김병장 (김태우 분) 의 말년 휴가를 보고 있노라니 앞서 두 에피소드는 그대로 뇌리 속에서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라디오 정보센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방 폭행 사건 (이상우 분 에피소드) 과 마지막 "불륜남"의 "철로에 귀 기울이면" 얘기 (김혜나 분 에피소드) 가 앞선 이야기들을 상기시켜 주긴 했지만, 그 어찌할 수 없는 동질감이 절절히 다가와 하나의 독립적인 단편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날 못 알아보는 악몽을 꾸고, 정체된 자신과 달리 앞서가는 군상 앞에서, 달라진 사회에서 소외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김병장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읍행 열차표 두 장이 담긴 아내의 핸드백과 결혼식 대리인 역 뿐이었다. 하릴없이 옛 이야기만 풀어내며, 책을 펄럭여 비상금을 확인하고, 취업에 필수라는 책을 사며, 부서진 우산을 들고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 결국 애써 아내에게 말을 꺼내지만, 진실이 담보하는 것은 믿음이 아닌 불확실한 유예였다. 불확실함 속에 단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김병장의 제대 장면에서는 잔뜩 힘주어 애인에게 하는 전역 신고와 따라오는 눈물어린 감격의 포옹이 아닐 것이란 정도.

김병장의 휴가, 아니 대개의 휴가가 후임 이상병이 광을 낸 전투화와 휴가병이 의례 들고 다니는 쇼핑백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준비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것처럼, 겉은 그럴 듯해도 막상 들어있는 일속은 뻔한 물건들뿐인 것처럼. 1541 뒤에 늘 주저함이 따라다녔던 이들에게는 지리멸렬한 김병장의 일상이《용서받지 못한 자》보다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테고.

극장을 나서며 또 다른 김병장이 생각났다. 서른의 인사과 김병장. 두 아이의 다감한 아버지였을 그는 연병장과 정비대 배차실을 가로질러 근무자 인솔을 하는 "개념 없는" "물상병"에게 "개스"를 뿌릴 줄 아는 고참이었다. 참으로 유했던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06/08/23 00:36 2006/08/2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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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8/2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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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리버 Big River (2005)  [감상/영화/외...]

2006.08.17 개봉 | 12세 이상 | 104분 | 드라마 | 미국 | 국내 | 씨네서울 | IMDb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나올법한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다. 그 서부극의 무대 모뉴먼트 밸리를 세 명이 걸어간다. 별다른 목적 없는 여행자 일본인 백팩커 텟페이 (오다기리 죠 분), 아내를 찾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 트레일러 촌을 떠나길 꿈꾸는 미국인 사라. 그들의 여정이 아름다운 풍광과 고요한 테마, 길고 긴 컷에 담겨 부담스레 전해져 온다.

사막의 황량함이 "슬픔으로 찬" 그들의 인생 속으로 스며들고, 동으로 향해, 뉴욕으로, 종국에는 아이슬란드로 가려 하는 텟페이에게 사라는 매료된다. 평범치 않은 그들의 국제적 조합은 풍요의 땅의 기시감을 불러오기도 하면서, 어느새 묘한 유대감으로 채워지게 된다. 말은 머뭇거리고 소통은 종종 비켜가지만 그들은 결국 함께 일몰을 바라본다. 알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사라 역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뒤로는...

문득 사막이란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약기운의 노곤함 속에 영화를 봐서 그럴까? 아니면 오다기리 죠의 여유로움에 빠져든 것일까?
2006/08/22 23:02 2006/08/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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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감상/영화/외...]

남극일기》의 범인 임필성 감독이 열연한 "뚱게바라"는 천만인의 영화《괴물》의 박남일 역 (박해일 분) 의 선배역의 배역명이다. 혁명을 꿈꿨는지는 모르나 이제는 카드빚에 쪼들리는, "누가 봐도 '애국적 사회진출'로 봐주지 않을 곳에서 먹고사는" 대기업의 "뚱보"는 괴물에 납치된 현서의 위치추적이란 미명하에 남일을 돕는 척하지만 뒷방에서 현상수배금의 세금 공제액을 묻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냉소적인 짧은 전환이 기묘하게 유쾌했는데, 급기야 지하철 행상 기아바이로 《순간접착제》를 팔며《비열한 거리》를 방황하다 노숙자로 전락한 윤제문 분이 괴물 퇴치에 일조를 하는 순간과 배치되는 느낌이 들었다. 장엄한 화염병 장면이야 방점을 찍는, 말할 것도 없는 명장면일 테고. 물론 에이전트 오렌지의 연장선상에 있을 에이전트 옐로우도 적당히 단초를 제공해준다.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괴물의 포효가 영화의 끝을 장식한 후, 영화가 비판하는 지점과 영화가 비판받는 지점을 얘기하다, 결국 천만 플러스 알파 값에 대한 논쟁으로 귀결되었다. "와 얼마나 재밌는 영화길래?"에서 나 역시 그리 멀리 서 있진 않은 것 같다.
2006/08/21 01:23 2006/08/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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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8/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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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레루 ゆれる (2006)  [감상/영화/외...]

2006.08.10 개봉 | 15세 이상 | 119분 | 드라마 | 일본 | 국내 | 국외 | 씨네서울

도쿄에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의 기일에 2년 만에 짧은 휴가를 냅니다. 소원해진 아버지와 여전히 평범하게 가업인 주유소를 이어나가고 있는 형 미노루와 오랜만에 재회합니다. 형의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옛 친구 치에코를 만나고 그들 셋은 기억을 더듬어 추억어린 계곡으로 향합니다. 사진을 찍다 타케루는 "흔들리는" 다리를 바라보고, 챙겨간 검은 양복을 입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의 휴가는 예상과 달리 길어지는데….

감옥과 별다를 것 없는 현실이라고 자조하는 형에게 타케루 자신은 현실을 도피하고 있을 뿐이라 강변해보지만, 형 미노루는 그것도 자신 같은 삶으로부터의 도피라고 답합니다. 점점 서로 속내를 알 수 없는 형제 앞으로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소소한 다툼이 겹쳐지고, 타케루는 결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고에 쌓여온 애증과 회한이 겹쳐집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이어질 진실과 후회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낡은 다리난간을 버티고 서있던 것은 형이었고, 원하던 것을 모두 빼앗았던 것은 자신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다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갈 웃음의 사진 한 장을 배치해둡니다.

슬라이드를 돌려보며, 잊고 있던 당혹스런 진실을 깨닫는 장면에서 타케루가 무너져내리는 모습만은 오다기리 죠의 새로운 발견입니다만,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원안은 다소 의문입니다. 애매한 정황은 심리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게 하고, 실마리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뜻 시놉시스만 보고 미스터리 수사물로 착각한 저로서는 의외의 수확이긴 했습니다 ;)

2006/08/15 23:58 2006/08/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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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8/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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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열한 거리 A Dirty Carnival (2006)  [감상/영화/외...]

2006.06.15 개봉 | 18세 이상 | 141분 | 드라마,액션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소프라노 패밀리의 soldier 크리스토퍼 몰티산티는 자신의 mobster 이야기를 써서 한방을 터트리길 꿈꾸다, 이야기가 안 풀리자 폴리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합니다. 더 이상 전환점이 없을 것 같은, 아무런 정체성 없는 삶에 대해서. 나중에 영화감독 존 파브로를 만나 다시 꿈을 꾸고 시나리오를 협의해 가지만 돌아오는 건 무심결에 떠들어댄 이야기를 도용당하는 것뿐입니다.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로, "언제나 뜨는 조폭영화"가 한 편 더 만들어질 것이고, 크리스는 여전히 같은 곳을 맴돌 것입니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에게서 크리스의 잔영을 봤습니다. 괜찮은 "스폰" 하나 잡아서 "쇼당"을 걸길 꿈꾼다는 것도 그렇고,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맞고 위기에 몰린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 위기에서의 처리는 서로 달랐습니다만. 그 불안한 눈길만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덧붙여지는 (노골적이라고까지 생각할만한) "의리에 죽고 사는 찡한 건달 이야기"를 조소하며, 기존의 전형적인 조폭 이야기를 다시 바라봅니다. 초반 진흙탕을 뒹구는 패싸움은《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컬러를 덧씌운 느낌이고, 최호진이 풀어내는 신디케이트는 잔뜩 멋 부린 《야수》의 그것보다 살풍경합니다. 여전히 막다른 길에서 맞이하는 린치, 향수 어린 첫사랑과의 조우는 야수, 말죽거리의 권상우의 연대기를 이어나갑니다. 거기에 유하가 바라보는 감성까지 겹쳐져서 2006년 한국의 비열한 거리를 묘사해냅니다.

비루함을 덜어내면 더 이상 남을 게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 계속해서 빠져들게 됩니다. "그나마 나은" 이라는 수식을 찾기 위한 요식일지도 모르겠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싯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애틋함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쟈니 보이부터 선우장도영, 상도에 이르기까지 고든 핌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은 적당히 해소 가능한 비애감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6/07/17 18:38 2006/07/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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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7/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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