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작년에 이어서, 올해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10편을 뽑아봤습니다.
| Movie : total 103 posts
2006/12/25 2006년 영화 베스트 Top 10 (10)2006/12/23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16)
2006/12/10 무지개 여신 (10)
2006/12/04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4)
2006/11/11 사랑따윈 필요없어 (14)
- “You know Marcel Proust, French writer. Total loser. Never had a real job. Unrequited love affairs. Gay. Spent 20 years writing a book almost no one read. But he’s also probably the greatest writer since Shakespeare. Anyway, he uh- he gets down to the end of his life…and he looks back and decides that all those years he suffered- Those were the best years of his life, ‘cause they made him who he was. All the years he was happy? You know, total waste. Didn’t learn a thing. So, if you sleep until you’re 18…ah, think of the suffering you’re gonna miss.” [Back]
|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감상/영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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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1 개봉 | 15세 이상 | 101분 | 코미디,드라마 | 미국 | 국내 | 국외 | 씨네서울 | IMDb | OutNow
성공과는 거리가 먼 성공학 강사 아빠 리차드, 개중에 "평범"해보이는 드웨인과 올리브의 엄마 쉐릴,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기도한 마르셀 프루스트 전문가 외삼촌 프랭크, 니체에 심취해 "묵언수행"(?) 중인, 비행사를 꿈꾸는 오빠 드웨인, 어린이 미인 대회 - 리틀 미스 선샤인 - 의 주인공을 꿈꾸는 당찬 꼬마 숙녀 올리브, 그리고 아직도 정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에드윈까지 언뜻 보면 이 기묘한 가족의 조합은 리틀 미스 선샤인을 향해가는 중에 어느덧 환상의 로드 트립 하모니를 연출해냅니다.
오랫동안 꿈꿔온 계약 건으로 그의 지론, "인생의 9단계 성공 이론"대로 성공의 단계를 한 걸음씩 밟아나간다고 생각하는 리차드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와중에도 전화를 기다리며 매달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뜨뜻미지근한 응답뿐입니다. "승자에게 포기란 없다"란 신념으로 어둑새벽에 성공학 박람회장으로 향해 담판을 지으려 하지만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동기 부여 강사란 냉혹한 현실만이 가슴속의 메아리로 다가옵니다. 쉐릴은 그 와중에 제각기 특출난 가족들을 보듬어 내기 위해 여념이 없고, 애인에게 차인 프랭크에겐 애처로운 상황만 연출될 따름입니다. 드웨인에겐 또 하나의 절망이 다가오고, 에드윈에게도 또 하나의 굴곡이 자리합니다.
"패배자를 싫어하는 아버지" 앞에서 패배자로 남을까 걱정된다는 올리브에게 "패배자란 이기지 못할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이들"이라고 말해주는 할아버지 에드윈, 그리고 힘겨워하는 드웨인에게 "자신이 고통받았던 날들이 자기 인생의 최고의 날들이었다1"고 말한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랭크, 그 흔한 경구라도 영화에서는 삶을 다독여주는 흐뭇한 포옹처럼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짙은 구레나룻와 왼손에 감긴 붕대, 연카키색 버튼다운 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냉소와 유머를 잃지 않은 스티브 카렐은 디 오피스에서 "uncharacteristically serious" 하게 짐에게 Never, ever, ever give up. 라고 조언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클러치 고장으로 시속 20km 가 될 때까지 매번 봅슬레이 경주를 하며 미니밴을 출발시키는 순간은 경주가 아닌 한 걸음 한걸음 음미하는 여행으로의 삶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릅니다. 미인 대회를 조소하는 마지막 무대가 보여주는 비루한 삶에 대한 낙관도 웃음과 울음을 함께 이끌어낸 그들의 여정처럼 그 어느 순간보다 절망 앞에서 긍정의 힘을 더해주는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과는 거리가 먼 성공학 강사 아빠 리차드, 개중에 "평범"해보이는 드웨인과 올리브의 엄마 쉐릴,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기도한 마르셀 프루스트 전문가 외삼촌 프랭크, 니체에 심취해 "묵언수행"(?) 중인, 비행사를 꿈꾸는 오빠 드웨인, 어린이 미인 대회 - 리틀 미스 선샤인 - 의 주인공을 꿈꾸는 당찬 꼬마 숙녀 올리브, 그리고 아직도 정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에드윈까지 언뜻 보면 이 기묘한 가족의 조합은 리틀 미스 선샤인을 향해가는 중에 어느덧 환상의 로드 트립 하모니를 연출해냅니다.
오랫동안 꿈꿔온 계약 건으로 그의 지론, "인생의 9단계 성공 이론"대로 성공의 단계를 한 걸음씩 밟아나간다고 생각하는 리차드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와중에도 전화를 기다리며 매달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뜨뜻미지근한 응답뿐입니다. "승자에게 포기란 없다"란 신념으로 어둑새벽에 성공학 박람회장으로 향해 담판을 지으려 하지만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동기 부여 강사란 냉혹한 현실만이 가슴속의 메아리로 다가옵니다. 쉐릴은 그 와중에 제각기 특출난 가족들을 보듬어 내기 위해 여념이 없고, 애인에게 차인 프랭크에겐 애처로운 상황만 연출될 따름입니다. 드웨인에겐 또 하나의 절망이 다가오고, 에드윈에게도 또 하나의 굴곡이 자리합니다.
"패배자를 싫어하는 아버지" 앞에서 패배자로 남을까 걱정된다는 올리브에게 "패배자란 이기지 못할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이들"이라고 말해주는 할아버지 에드윈, 그리고 힘겨워하는 드웨인에게 "자신이 고통받았던 날들이 자기 인생의 최고의 날들이었다1"고 말한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랭크, 그 흔한 경구라도 영화에서는 삶을 다독여주는 흐뭇한 포옹처럼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짙은 구레나룻와 왼손에 감긴 붕대, 연카키색 버튼다운 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냉소와 유머를 잃지 않은 스티브 카렐은 디 오피스에서 "uncharacteristically serious" 하게 짐에게 Never, ever, ever give up. 라고 조언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클러치 고장으로 시속 20km 가 될 때까지 매번 봅슬레이 경주를 하며 미니밴을 출발시키는 순간은 경주가 아닌 한 걸음 한걸음 음미하는 여행으로의 삶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릅니다. 미인 대회를 조소하는 마지막 무대가 보여주는 비루한 삶에 대한 낙관도 웃음과 울음을 함께 이끌어낸 그들의 여정처럼 그 어느 순간보다 절망 앞에서 긍정의 힘을 더해주는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Footnote.
tags: Little Miss Sunshine, Movie, Steve Carell, 리틀 미스 선샤인, 미스 리틀 선샤인

| 무지개 여신 [감상/영화/외...]

프로듀서 이와이 슌지 말처럼 금방이라도 눈밭에서 '오겡키데스카'를 외치는 장면이 나올 것만 같은 영화 무지개 여신은 그 러브레터 시절 아릿한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한 꺼풀씩 이야기를 벗겨나갑니다. 토모야는 왜 '수평 무지개' 를 찍어 아오이에게로 보냈던 것일까, '스토커 시대' 스토남은 어떻게 해서 '코닥 걸' 감독의 '지구 최후의 날' 의 주연배우가 되었는가, 나츠마츠리에서의 여동생 카나의 알듯 모를듯한 미소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아오이의 '실연' 상대와 토모야의 허언증 '연인'은 누구일까, 등속. 아오이가 토모야를 등 떠밀어 보내듯 하나하나 그렇게. 비 갠 오후의 담담한 투명함으로.
토모야는 대필 러브레터를 보다, 아오이가 남긴 메모를 읽어나갑니다. 참아낸 눈물에게 이쯤이라고 말하는 듯이.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카나 뿐만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뒷장 스케치보다 무게감이 덜하다는 것을 차치하고, 그 불길한 무지개를 보며 비상금 만엔 반지를 건낼때 부터 그리 돌아올 것을 예상했던 이에겐 그 '우유부단하고, 끈기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둔감한 녀석'이 더 없어 바보스러울 따름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인 듯 시린 추억이 가슴속에 남은 이"의 회한을 되돌려감는 데는 충분하지만, 내내 잔잔한 흐름의 에피소드 나열만은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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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이와이 슌지 말처럼 금방이라도 눈밭에서 '오겡키데스카'를 외치는 장면이 나올 것만 같은 영화 무지개 여신은 그 러브레터 시절 아릿한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한 꺼풀씩 이야기를 벗겨나갑니다. 토모야는 왜 '수평 무지개' 를 찍어 아오이에게로 보냈던 것일까, '스토커 시대' 스토남은 어떻게 해서 '코닥 걸' 감독의 '지구 최후의 날' 의 주연배우가 되었는가, 나츠마츠리에서의 여동생 카나의 알듯 모를듯한 미소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아오이의 '실연' 상대와 토모야의 허언증 '연인'은 누구일까, 등속. 아오이가 토모야를 등 떠밀어 보내듯 하나하나 그렇게. 비 갠 오후의 담담한 투명함으로.
토모야는 대필 러브레터를 보다, 아오이가 남긴 메모를 읽어나갑니다. 참아낸 눈물에게 이쯤이라고 말하는 듯이.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카나 뿐만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뒷장 스케치보다 무게감이 덜하다는 것을 차치하고, 그 불길한 무지개를 보며 비상금 만엔 반지를 건낼때 부터 그리 돌아올 것을 예상했던 이에겐 그 '우유부단하고, 끈기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둔감한 녀석'이 더 없어 바보스러울 따름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인 듯 시린 추억이 가슴속에 남은 이"의 회한을 되돌려감는 데는 충분하지만, 내내 잔잔한 흐름의 에피소드 나열만은 아쉬울 뿐입니다.
tags: Movie, Rainbow Song, 上野樹里, 虹の女神, 무지개 여신, 아오이 유우, 아이다 쇼코, 우에노 쥬리, 이와이 슌지, 이치하라 하야토

|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감상/영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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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만원을 건내는 혜란에게 인구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아무 말 못한 채 거스름돈만을 내밉니다. 약국을 나서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혜란의 뒤편으로 애꿎은 돈을 바라보는 인구의 모습이 스칩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 아니 어느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피로에 지쳐 쓰러진" 강아지를 박스에 넣고 파는 할머니의 좌판처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틋함이 순간 흐트러져 피어오릅니다.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여기까지만 하죠 우리. 라는 말 앞에서. "나도 쉽지가 않아요" 가 아니라 "우린 쉽지가 않겠어요" 란 말이 동대문 운동장 벤치 사이로 휑하니 퍼져나갈 뿐입니다.
히말라야와 즐거운 나의 집도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닐 거에요. 혜란이 꺼내 입은 약사 가운과 또박또박 울려 퍼지는 국민학생 인섭의 목소리 같이 언젠가 꿈꿔왔고, 그러나 한편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인 듯싶어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그 둘의 쉴 곳은 탑탑한 드라이브인시어터 한켠 이었고요. 혹자는 여러 말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진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이리 채이고 저리 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산한 삶의 무게가 그 둘 사이를 돌고 관객 사이로 돌아 한줄기 메아리로 공명하고 있었지요. 씨발 좋다. 정상에서의 인구의 외마디가 그 어떤 비어의 범주를 넘어 한껏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테고요. 이렇게 사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흐무러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 같아요.
히말라야와 즐거운 나의 집도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닐 거에요. 혜란이 꺼내 입은 약사 가운과 또박또박 울려 퍼지는 국민학생 인섭의 목소리 같이 언젠가 꿈꿔왔고, 그러나 한편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인 듯싶어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그 둘의 쉴 곳은 탑탑한 드라이브인시어터 한켠 이었고요. 혹자는 여러 말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진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이리 채이고 저리 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산한 삶의 무게가 그 둘 사이를 돌고 관객 사이로 돌아 한줄기 메아리로 공명하고 있었지요. 씨발 좋다. 정상에서의 인구의 외마디가 그 어떤 비어의 범주를 넘어 한껏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테고요. 이렇게 사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흐무러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 같아요.
tags: Movie, 김지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이한위, 한석규

| 사랑따윈 필요없어 [감상/영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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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겁. 이 단어 이상으로 원작,《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의 팬들에게 영화의 마지막을 설명할 수 있을 단어는 없을 듯싶습니다. 냉혈한의 한마디 "가부키쵸의 레이지가 진심으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말... 그 말 내가 사도록 하죠 1억에..."로 눈 녹듯, 끓어오른 감정을 무장해제 시켰던 타쿠로의 간결한 귀결은 온데간데없고, 애꿎은 살을 애는 효과음만이 화면을 가립니다. "이런 게 아니었잖아"라는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의 단평만이, 참담하게 뒤따라옵니다. 허망한 "현지화"앞에 와타베 아츠로를 따라가고자 고군분투한 김주혁과 여전히 순정물에서 발버둥치는 문근영의 굴레만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근영당의 교본 중 하나로 자리는 잡겠지만, 이 "원작 드라마의 고화질 압축판"은 원작을 안 본 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나열을, 원작을 본 이들에겐 기묘한 기시감과 아쉬운 배신감만을 남기며, 리메이크 실패 사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듯싶습니다. :|
- Tungsten C
- Tungsten C
tags: Drama, Japan, Movie, 김주혁, 문근영, 사랑따윈 필요없어,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와타베 아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