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심결에 속으로 되뇌기 시작한다. 방어 작전의 목적. 하나 공세 이전의 여건 확보, 둘 적 부대 격멸, 셋 중요 지역 확보, 넷 시간 획득. 방어 작전의 준칙… 하긴 뭐가 됐든 상관있으랴. 화생방 교본을 외었다면 MOPP 4단계를 되뇌고 있었을 터. 어느 것 하나 잊은 것은 없었다. 다만, 어슴푸레 떠오르는 지난 맥락과의 배치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비열한 거리》의 찰리 마냥 갓 뿜어져 나와 비산된 탄피를 집어든다. 누군가의 피와 살, 그 영원 같은 삶을 한순간에 관류하고도 남을 만질 수 없는 불길의 찰나. 무정한 짐승은 탄착군 없는 휑한 재사격 표적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구겨진 담배를 피워 물며 잠복해 있던 역린들을 태워 나간다. 예비 전력은 열사에 소모되어 쓰러지고, 이윽고 뒤늦은 작달비가 천막을 두들긴다. 모두가 "밖에서만 열 수 있는 감옥 안에서 열쇠를 쥐고 갇혀 있는 바보"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동원훈련. 마지막 날이 심술을 부리며 희끗희끗 지나가고 있었다.
| 가설극장 [길 위의 이야기]
2008/07/31 05:04
2008/07/31 05:04
tags: Army, Mean Streets, Reserve Forces Training, 奠酒, 無間道 II, 동원훈련, 예비군, 이응준,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Posted by lunamoth on 2008/07/31 05:04
(6) comments
| 비열한 거리 A Dirty Carnival (2006) [감상/영화/외...]
2006.06.15 개봉 | 18세 이상 | 141분 | 드라마,액션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소프라노 패밀리의 soldier 크리스토퍼 몰티산티는 자신의 mobster 이야기를 써서 한방을 터트리길 꿈꾸다, 이야기가 안 풀리자 폴리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합니다. 더 이상 전환점이 없을 것 같은, 아무런 정체성 없는 삶에 대해서. 나중에 영화감독 존 파브로를 만나 다시 꿈을 꾸고 시나리오를 협의해 가지만 돌아오는 건 무심결에 떠들어댄 이야기를 도용당하는 것뿐입니다.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로, "언제나 뜨는 조폭영화"가 한 편 더 만들어질 것이고, 크리스는 여전히 같은 곳을 맴돌 것입니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에게서 크리스의 잔영을 봤습니다. 괜찮은 "스폰" 하나 잡아서 "쇼당"을 걸길 꿈꾼다는 것도 그렇고,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맞고 위기에 몰린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 위기에서의 처리는 서로 달랐습니다만. 그 불안한 눈길만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덧붙여지는 (노골적이라고까지 생각할만한) "의리에 죽고 사는 찡한 건달 이야기"를 조소하며, 기존의 전형적인 조폭 이야기를 다시 바라봅니다. 초반 진흙탕을 뒹구는 패싸움은《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컬러를 덧씌운 느낌이고, 최호진이 풀어내는 신디케이트는 잔뜩 멋 부린 《야수》의 그것보다 살풍경합니다. 여전히 막다른 길에서 맞이하는 린치, 향수 어린 첫사랑과의 조우는 야수, 말죽거리의 권상우의 연대기를 이어나갑니다. 거기에 유하가 바라보는 감성까지 겹쳐져서 2006년 한국의 비열한 거리를 묘사해냅니다.
비루함을 덜어내면 더 이상 남을 게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 계속해서 빠져들게 됩니다. "그나마 나은" 이라는 수식을 찾기 위한 요식일지도 모르겠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싯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애틋함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쟈니 보이부터 선우와 장도영, 상도에 이르기까지 고든 핌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은 적당히 해소 가능한 비애감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프라노 패밀리의 soldier 크리스토퍼 몰티산티는 자신의 mobster 이야기를 써서 한방을 터트리길 꿈꾸다, 이야기가 안 풀리자 폴리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합니다. 더 이상 전환점이 없을 것 같은, 아무런 정체성 없는 삶에 대해서. 나중에 영화감독 존 파브로를 만나 다시 꿈을 꾸고 시나리오를 협의해 가지만 돌아오는 건 무심결에 떠들어댄 이야기를 도용당하는 것뿐입니다.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로, "언제나 뜨는 조폭영화"가 한 편 더 만들어질 것이고, 크리스는 여전히 같은 곳을 맴돌 것입니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에게서 크리스의 잔영을 봤습니다. 괜찮은 "스폰" 하나 잡아서 "쇼당"을 걸길 꿈꾼다는 것도 그렇고,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맞고 위기에 몰린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 위기에서의 처리는 서로 달랐습니다만. 그 불안한 눈길만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덧붙여지는 (노골적이라고까지 생각할만한) "의리에 죽고 사는 찡한 건달 이야기"를 조소하며, 기존의 전형적인 조폭 이야기를 다시 바라봅니다. 초반 진흙탕을 뒹구는 패싸움은《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컬러를 덧씌운 느낌이고, 최호진이 풀어내는 신디케이트는 잔뜩 멋 부린 《야수》의 그것보다 살풍경합니다. 여전히 막다른 길에서 맞이하는 린치, 향수 어린 첫사랑과의 조우는 야수, 말죽거리의 권상우의 연대기를 이어나갑니다. 거기에 유하가 바라보는 감성까지 겹쳐져서 2006년 한국의 비열한 거리를 묘사해냅니다.
비루함을 덜어내면 더 이상 남을 게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 계속해서 빠져들게 됩니다. "그나마 나은" 이라는 수식을 찾기 위한 요식일지도 모르겠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싯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애틋함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쟈니 보이부터 선우와 장도영, 상도에 이르기까지 고든 핌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은 적당히 해소 가능한 비애감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6/07/17 18:38
2006/07/17 18:38
tags: A Dirty Carnival, Christopher Moltisanti, Film noir, Mean Streets, Movie, Noir, The Sopranos, 비열한 거리, 유하, 조인성, 천호진
Posted by lunamoth on 2006/07/17 18:38
(8) comments
비열한 거리 x
【 Tracked from 골룸 에세이 (gollum.co.kr) at 2006/07/18 09:47 】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지. 건달세계나 일반적인 조직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 그래, 인생의 법칙이란 게 어디라고 다르겠어. 다 게임의 법칙인거지. 영화 속에서 쑤시고 묻고 때리고 맞는 아이들, 다 불쌍해. 걔네들이 자나깨나 스폰 스폰 하는데 스폰서라는 게 뭐겠어. 효용 가치가 떨어질 때까지 단물을 쪽 빨아먹는 뭐 그런거지.
건달은 보통 의리가 좋다는 속설이 있지. 그리고 건달들은 자나깨나 의리를 강조해. ...
비열한거리 (A Dirty Carnival, 2006) x
【 Tracked from JK Fantastic! at 2006/10/22 18:56 】
감독 : 유하 출연 : 조인성(병두), 천호진(황 회장), 남궁민(민호), 이보영(현주) 국내 등급 : 18세 관람가 공식 홈페이지 : 국내 http://www.dirtycarnival.co.kr/ 현대 한국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군이 바로 형사, 조폭이 아닐까. 조폭 신드롬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수많은 영화에서 조폭을 소재로 영화를 그린다. 우연히 보게된 "비열한 거리"도 역시 조폭이 주인공이다. 더이상 이 소재에 대한 논쟁까지도 잠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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