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봉 감독의 2004년 작 《대사건》은 여러모로 상찬할 거리가 많은 수작입니다. 초반 10여 분간의 긴장감을 잃지 않는 롱테이크 도심 총격신도 그렇고, 미궁 같은 아파트 내에서 펼쳐지는 청반장과 얀 일당의 난전도 그렇고요. 어떻게 보면 《춤추는 대수사선》식의 "백만돌이" 청 반장(장가휘)과 레베카 감사관(진혜림)의 대척을 생각해봐도 되겠고요.
그래도 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기봉 감독 특유의, 그간의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 없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 장면들이었습니다. 바로 인질을 잡아두고서 태연스레 요리를 시작하는 "킬러"와 "산적"의 모습 말이지요. 마치 《익사일》에서 서로 한바탕 총격전을 펼치고서 함께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장면처럼 그간의 장르적 속성의 궤에서 한걸음 벗어나서 짐짓 모른 체하고 쉬어가자고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꽤 낯설지만, 보다 보면 그게 두기봉 감독에겐 자연스런, 그만의 매력인 것도 같고요…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