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다분히 Catch.님의 블로그와 자연스러운 자막 때문이리라. 그저 팬시한 순정만화로 가볍게 보기 시작한 것이 회를 거듭할 수로 밀려드는 무게감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었고, 애니에서 만화로 그리고 오늘 영화로 발길을 이끌게 되었다. 그리하여 주홍글씨를 소설과 떨어트려두고 보지 못했던 것처럼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는 것은 나로서는 당연한 귀착.
무대인사에서 아오이 유우가 말했던 하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 낼 것인가 하는 부담감처럼 실사화의 소위 "싱크로율" 이 하나의 관건이었고, 조금씩 차오르는 심리의 덧칠들을 어떻게, 얼마나 압축해서 그려낼 것인지가 또 하나의 포인트이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조용한 천재소녀 하구미, 순진무구한 다케모토, 엉뚱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방랑자 모리타 선배, 동병상련의 스토커들 마야마와 아유미, 그늘이 배어나오는 리카와 정신적 지주 하나모토 교수까지 만화와 애니 속 인물 그대로 담아낸다. (물론 칠실삼허 정도의 각색이 들어갔지만)
"팬심"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화/애니의 종지부를 잇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로 다가올 테고. 진득하게 가슴을 울리는 마야마와 아유미의 전/후반 씬들로도 작품 그대로의 감성이 전해져온다. 둘의 비중이 다소 적은 것이 아쉬울 뿐. 냥자부로 의상을 다케모토의 알바거리로, 마리오/루이지 형제를 미술계 인사로 설정한 것도 동인들을 위한 이스터에그로 충분해 보인다.
결국, 그들은 바다로 갔고, "청춘 최고!" 를 외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쉼 없이 엇갈리는 관계와 슬럼프를 벗어던지고 그렇게 잠시나마 꿈꿔왔던 스냅 사진으로 청춘만화의 한장을 담아낸다. 언젠가 잠시 시선를 멈추게 했던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는 맥퓨처님의 포럼 시그너쳐 처럼. 청춘 속에서 버둥거리는 그들은 그렇게 꿈을 그리며 영원히 생동하고 있을 것만 같다.
- Tungsten C
p.s. 참 qwer999님을 위해 2년여 만에 다시 본 아오이 유우 사진 찍어왔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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