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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리마 로미오 파파 
2007/01/01 snip snap (14)
2006/01/08 단발 (18)

| 리마 로미오 파파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앞으로 정확히 스물일곱 시간 후면 훈련소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틴닝가위는 그만 놓아두고 바리캉을 잡으라는 얘기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걱서걱 죄 없는 머리카락이 잘려 내려온다. "단정하게..." 혹은 "시원하게...", 조촐한 안주상 마냥 몇 안 되는 허전한 선택지를 내밀던 그는 이제 말없이 거울만을 바라본다. 판결은 당신이 내리는 거예요. 말은 숨고 바리캉은 바빠진다. 아저씨는? 면목동 쪽에 작은 개인샵 낸다고 몇 달 전에… 그래 그거 잘 됐네. 응. 주상복합이래. 우린 그제야 지소하게 웃어본다. 토끼바리캉이 그의 귓가를 살근거리며 지나간다. 무정한 기계는 커트빗과 함께 사르륵스르륵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간다. 만약에 4년 전 어느 날 그의 귀를 베지 않았다면, 그래서 커트비를 못 받지 않았다면, 그래서, 만약에, 그래서... 수많은 가정이 외판원의 롤브러쉬처럼 쌓여간다. 드라이기를 틀어 미지근한 바람에 커트보 위의 머리카락들을 흘려보낸다. 한 올 한 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바닥으로 어딘가로 흩어져 간다. 누군가 나직이 읊조린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한없이 쪼개져 그 미지근한 바람 속을 함께 흩날리고 있다. 머리 감고 갈 거지?
2011/06/10 04:10 2011/06/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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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1/06/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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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ip snap  [길 위의 이야기]

"듣는 그를 위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나를 위해 그가 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식의 도착이 종종 찾아왔어. 들음으로써 그가 얻는 것보다 말을 함으로써 내가 얻는 이득이 크다면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듣는 자'가 아니라 '말하는 자'가 사람의 본성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간만에 신년맞이 이발을 해봐야겠군요. 물론 빗자루 머리는 아닙니다만 :p

지난 한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올해에는 더 많이 듣고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하시는 일 다 잘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D
2007/01/01 09:41 2007/0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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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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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발  [길 위의 이야기]

거울을 볼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된다. 바투 짤라 올린 머리에 밀리터리 남방까지 겹쳐져 흡사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훨씬 가볍겠어요? 뭐 새사람이 된 거죠. 일문일답. 새 술은 새 부대에, 1월엔 이발인 셈이다. 어찌됐건 어려 뵌다는 말을 들으니 괜찮은 결심이었던 것 같고. TV를 보니 김대범이 예의 횡설수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9시를 기다렸고, 나는 개중에 춤추는 대수사선을 기다렸다. 매주 변주되는 반문 속에 웃고 잊으며 밤을 헤맸다. 이제는 "예전만큼 웃질 않고 좀" 살이 쪘다고 해야 될까. "널 만날 때보다."
2006/01/08 23:18 2006/01/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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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1/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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