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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 total 27 posts
2009/10/08 Book Quiz (2)
2008/12/14 만남 (6)
2008/10/28 800만 가지 죽는 방법 (8)
2008/03/11 천년의 왕국 | 김경욱 (4)
2007/10/29 퀴즈쇼 | 김영하 (6)

| Book Quiz  [마우스 포테이토]

The Book Quiz, by BluePyramid InterActive

브리야 사바랭의 경구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런 인터넷 퀴즈들에서 엿볼 수 있는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에 대한 짧은 진단에는 누구나 종종 눈길이 갈 듯싶습니다. 어느 책 제목처럼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도 있겠지만, 역으로 그런 너는 이런 책이다. 라는 답을 내어주는 테스트일 따름이지요. 뭐 나도 나 자신을 알 수 없는걸요.

언젠가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요. 아니 그런 걸 꿈꿔본 적이 있어요. 이를테면 Suede 의 음악에 가까운 소설은?, 양방언의 음악 세계와 어울리는 게임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들었음 직한 제패니메이션은? 이응준의 소설 같은 브릿팝은? 이런 것들을 찾아주는 공감각적? 추천 시스템 말이에요. 언젠가 나올 수 있을까요? (Netflix Prize 보다 어렵겠죠?)

참. 책으로 돌아와서 저는 처음에는 워터십 다운이 나왔었는데 지금 다시 해보니 콜레라 시대의 사랑으로 나오더군요… 당신은 어떤 책이신가요?
2009/10/08 03:02 2009/1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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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9/1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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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  [나의 서재]

― 미안해요.
― 그럴 거 없어요…… 이 고요가 그 보람이에요.
― 마음 고생 많이 했을 테지요?
― 조금…… 그러나 그 보람은 거기에서만 자라지요.
― 그래도 그 오랜 세월…….
― 이제 이렇게 우산을 받고 있으니까 됐지.
― 비가 올 거 믿었나요?
― 부르고 대답하는 것처럼.
― 이윤기, 『만남』 중에서
2008/12/14 04:40 2008/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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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8/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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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나의 서재]

"그 책에 토끼 마을이 나오거든요.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진 토끼들의 마을이죠. 인간들이 토끼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식량은 충분해요. 식량을 주는 사람들이 이따금 덫을 놓아 토끼 고기를 먹으려고 드는 것만 빼면 토끼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살아남은 토끼들은 절대로 덫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덫에 걸려 죽은 친구들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어요. 그들은 덫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죽은 동료들이 아예 살았던 적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행동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 셈이죠."

"뉴요커들이 마치 그 토끼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여기 사는 건 문화든 일자리든 간에 이 도시가 주는 뭔가가 필요해서죠. 그리고 이 도시가 우리 친구나 이웃들을 죽일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보죠. 그런 기사를 읽으면 하루나 이틀쯤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곧 잊어버리는 거예요. 잊어버리지 않으면 그 일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려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마치 그 토끼들 같아요. 그렇죠?"
로렌스 블록의 소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은 물론 제목이 언급된 매튜 스커더의 나레이션 부분도 있었지만, 앨리스 심킨의 저 진술 부분이었습니다. "다음은 우리다"가 떠올려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하드보일드를 더 이상 비장미가 아닌 현실로 읽어야 하는 순간이 울적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2008/10/28 01:02 2008/10/2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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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왕국 | 김경욱  [나의 서재]

"선장, 우리는 국왕의 말대로 여기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르오. 바다 건너에서의 삶을 빨리 잊는 것이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소? 우리가 평생토록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이오. 어제를 그리워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는 사이 오늘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소.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움켜쥐시오."
– 김경욱, 『천년의 왕국』, 문학과지성사, 2007, p. 252.

그렇다고 소설을 읽으며 늑대와 함께 춤을, 라스트 사무라이를 떠올린 것은 아닐진대, 책장을 덮는 순간만은 그 헛헛한 기운이 엇비슷하게 감도는 듯싶습니다. 소설로써 재구성될 수밖에 없는 한 이방인의 지난하고도, 처연하고도, 지순하게 느껴지는 이역만리 표착 생활이 참으로 아련하고 애틋하게 그려집니다. Jan Jansz. Weltevree 와 박연 그 두 이름을 가진 자의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방인의 눈을 빌려 말하는 우리네 전형성 (이란 것을 부여할 수 있다면) 에 대한 거친 초상화이기도 합니다. "격렬하게 약동하는 모순", "시적인 몽환에 사로잡힌", "습관적인 슬픔"… 다만 아쉬운 것은 숨 막힐 듯이 대구를 이루는 아포리즘의 향연 같은 수식들입니다. 의고체에 적응을 하기 전에 마치 주인공 일행의 유폐된 처지가 된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고 할까요. 김경욱의 "현대소설"을 생각해서였을까요? 하멜을 이야기하는 그의 단편 「나가사키여 안녕」을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J

2008/03/11 01:24 2008/03/1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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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8/03/1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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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쇼 | 김영하  [나의 서재]

퀴즈쇼
"어떤 질문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달리 말하자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퀴즈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생의 거의 모든 질문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2007, p. 70.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1"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를 읽으며 그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답변을 생각한다. "자기 대답을 갖고 있는 젊은이를 원하는" 세상에서, "틀리더라도 일단 자기 답을 준비해둬야" 할 테니. 이 노련한 작가 – 아니 이제 노회한 작가라고 해야 할까? 오래전 이명원님의 글2우석훈님의 포스트(!)가 묘하게 겹쳐 보였다 – 의 노련한 청춘 연가이자 순애보이자 성장소설이자 위로사인 소설을 숨 가쁘게 읽으며, 예의 "유사 연상의 잔치3"와 콜라주의 습속에 사로잡힌다.

"저수지에서 건져" 낸듯한 "88만원 세대" 이민수 군의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을" 짧지 않은 연대기가 펼쳐진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부채를 떠안고 혼자가 된 채 고시원 쪽방과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고, 인터넷 퀴즈방에 몰입하다, "벽 속의 요정"과 귓속말을 나눈다. "오프라인" 퀴즈쇼에 나간 인연으로 "벽 속의 요정" 서지원과 정체불명 "회사"의 에이전트 이춘성을 만나게 되고, 그 와중에 고시원에서 만난 "옆방녀"와 "회사" 속에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벽 속의 요정
"빛이 나오고, 소리가 들려오고, 음악이 나오는, 세상을 엿보고, 세상도 나를 훔쳐보는 내 창4"의 이야기를 다시금 만난다.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과 연애소설" 로써 그들에 대한 헌사라는 작가의 말처럼, 구글과 위키피디어에서 검색하고 《무한도전》과 《소프라노스》 보고 MUSE를 듣는 이 시대 속의 그 "집단 무의식5"의 생태를 그려낸다. "프리지아 한 다발을 들고 시티극장 앞에서6"는 아니더라도, 그 시절 이후로 여전히 그들은 "베티를 만나러7" 가고 있을 것이니.

"채팅을 하며 우리는 우리의 말과 사랑에 빠지고", "커플 미니홈피 같은 것을 만들어 아무도 기뻐해 주지 않는 둘 만의 승리를 즐"긴다. "서로의 영혼으로 떠나는 모험"속에서 "진심으로 이해받기를 원하는"이와 "완벽하게 자기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고 "애정을 의심하고 시험하는" 이의 만남. 어쩌면 SF 소설 얘기처럼 "영원히 만나지 못하지만, 오래전에 보낸 메시지는 계속 도착"하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엔 처음 만나 영원히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8"다.

다시 민수와 지원.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라며 '나'를 다독이지만 해설의 말처럼 "휘발될 기쁨과 날카로운 고통"의 여운이 낮게 깔린다. 아마도 그 지점에 옆방녀의 현실이 위치할 것이다.


흰개미굴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소수독과점의 경제구조, 양극화 현상, 비정규직의 전면화 등 '삶의 자본화', 또는 '삶의 생존 전략화'라고 총칭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젊음의 고단한 세상살이9"와 "신빈곤계급에 대한 도시생태학10"으로 명징하게 정리되는 순간, 또 박제하는 순간 어쩌면 '나'처럼 "명백히 자살의 예감을 풍기며 허망한 눈빛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을 그대로 놓아버리11"는 우를 범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세계"로 돌아와서 "돌아갈 곳 없는 싸구려 용병"의 삶을 사는 고시원 옆방녀와 "직장, 집, 부모, 미래에 대한 확신 같은 것들"이 결여된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로 자랐고 선진국에서 대학을 다닌 타고난 코스모폴리탄"이자 "글로벌 경제 시대"에 "국제 경제력이 떨어지는" "가난한 이십 대 후반의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언젠가 떠나게 되고 완전히 잊어버릴 그 정거장 같은" 어느 "고시원 옥상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저 자신을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말을 사줄 남자"도 아닌 "말을 들어주지 못한" '나'는 뒤늦게서야 자신을 알게 된다. "나는 옆방녀의 옆방에 살던 남자"라는 것을. 그럼에…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의 책, 오늘의 나
"몸을 바꿔야 해12" "회사"에서 '유리'는 '나'에게 퀴즈쇼를 위한 선험조건을 얘기한다13. 《오픈 유어 아이즈 Abre los ojos》 의 자각몽14과 가상현실15, 「피뢰침」 속 동호회, 그리고 스타리그가 겹쳐 보이는 '회사'를 지나오고 '나'는 다시 첫 번째 질문을 생각한다. "반복되는 건 없는 일회용 같은 인생"이라 생각하던 신념을 복기하며 나름의 답을 찾아가게 된다.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으로 "내가 정말 사랑했던 것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길" 원했던 꿈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으며", "한 번도 입 밖에 내서 말해본 적"은 없던 '나'는 '회사'에서 배운 한 가지를 지원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세상 어디에도 도망갈 곳은 없다는 거. 인간은 변하지 않고 문제는 반복되고 세상은 똑같다는 거야."

우린 기대에 대한 피로감에 대한 변명16을 해보곤 하지만, "유독한 희망 대신 달콤한 무위로의 도피"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 퀴즈쇼가 건네는 애절한 동질감도, 통렬한 현실도, 절실한 질문도, 자연스레…

Footnote.
  1.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문학동네, 1996, 141쪽. [Back]
  2. 이명원, 「김영하, 지식인, 문학권력」, 『해독』, 새움, 2001, 26쪽 [Back]
  3. 움베르토 에코, 『푸코의 진자』, 열린책들, 1990, 669쪽. [Back]
  4. 김영하, 「바람이 분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지성사, 1999, 78쪽. [Back]
  5. 김영하, 「인터넷」, 『포스트잇』, 현대문학, 2002, 58쪽. [Back]
  6. 김경욱, 「베티를 만나러 가다」, 『베티를 만나러 가다』, 문학동네, 1999, 23쪽. [Back]
  7. 김경욱, 「베티를 만나러 가다」, 『베티를 만나러 가다』, 문학동네, 1999, 24쪽. [Back]
  8. 이응준, 「이제 나무묘지로 간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민음사, 2005, 45쪽. [Back]
  9. 복도훈, 「해설 | 추방된 젊음, 디오게네스의 윤리」, 『퀴즈쇼』, 문학동네, 2007, 460쪽. [Back]
  10. 복도훈, 「해설 | 추방된 젊음, 디오게네스의 윤리」, 『퀴즈쇼』, 문학동네, 2007, 449쪽. [Back]
  11. 김영하, 「허영」, 『포스트잇』, 현대문학, 2002, 97쪽. [Back]
  12. 김영하, 「도마뱀」, 『호출』, 문학동네, 1997, 11쪽. [Back]
  13. “아직 모, 몸이, 몸이 안 바뀌어서 그래”,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2007, 341쪽. [Back]
  14. “이 모든 게 한 편의 생생한 꿈일지도 모른다는 것”,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2007, 352쪽. [Back]
  15. “잠이 들었을 거야. 그때 뇌를 배, 배, 백업했을 거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 정도 기술은 이미 90년대 초에 개발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그 정보는 지금 여기, 알레프로 전송이 된 거지.“,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2007, 246쪽. [Back]
  16. “너무 지나친 기대에 대한 일종의 피로가 있는 것 같아.” “언제나 온 세상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었던 것 같아.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뭐든 하나만 잘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 ‘하나’를 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결국 사람들을 자꾸 실망시키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돼버린 것 같아.“, 김영하, 『퀴즈쇼』, 문학동네, 2007, 256쪽. [Back]
2007/10/29 01:05 2007/10/2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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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10/2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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