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u n a m o t h  4 t h   |  BLOG  |  COVER  |  TAG CLOUD  |  GUEST  |  ADMIN      RSS 
 GO   ARCHIVES SUMMARY 
| 아시나요 : total 11 posts
2011/06/10 리마 로미오 파파 
2010/12/28 트웰브 몽키스 
2007/06/15 지평선에서 헤어지다 (18)
2007/01/14 삼립호빵 (16)
2006/10/09 트로피칼 (2)
2006/08/26 함박스테이크 (6)
2006/05/31 모리나가 (4)
2006/03/19 찰떡아이스 (20)
2006/01/22 키위맛 요플레 (8)
2005/12/26 피자호빵 (12)

| 리마 로미오 파파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앞으로 정확히 스물일곱 시간 후면 훈련소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틴닝가위는 그만 놓아두고 바리캉을 잡으라는 얘기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걱서걱 죄 없는 머리카락이 잘려 내려온다. "단정하게..." 혹은 "시원하게...", 조촐한 안주상 마냥 몇 안 되는 허전한 선택지를 내밀던 그는 이제 말없이 거울만을 바라본다. 판결은 당신이 내리는 거예요. 말은 숨고 바리캉은 바빠진다. 아저씨는? 면목동 쪽에 작은 개인샵 낸다고 몇 달 전에… 그래 그거 잘 됐네. 응. 주상복합이래. 우린 그제야 지소하게 웃어본다. 토끼바리캉이 그의 귓가를 살근거리며 지나간다. 무정한 기계는 커트빗과 함께 사르륵스르륵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간다. 만약에 4년 전 어느 날 그의 귀를 베지 않았다면, 그래서 커트비를 못 받지 않았다면, 그래서, 만약에, 그래서... 수많은 가정이 외판원의 롤브러쉬처럼 쌓여간다. 드라이기를 틀어 미지근한 바람에 커트보 위의 머리카락들을 흘려보낸다. 한 올 한 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바닥으로 어딘가로 흩어져 간다. 누군가 나직이 읊조린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한없이 쪼개져 그 미지근한 바람 속을 함께 흩날리고 있다. 머리 감고 갈 거지?
2011/06/10 04:10 2011/06/10 04:10



tags: , , , , , , , , , , , , , , , ,

Posted by lunamoth on 2011/06/10 04:10
(0) trackbacks | (0) comments

| 트웰브 몽키스  [트윗]

가끔 내가 블로그에 예전에 쓴 글을 찾아볼 때가 있다. 전혀 내가 쓴 글 같지 않고, 오히려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글들이 있다. 마치 트웰브 몽키스의 한 장면 처럼 내가 미래의 나를 보는 그런 예언 같은 글들... http://goo.gl/W929less than a minute ago via P3:PeraPeraPrv

2010/12/28 12:05 2010/12/28 12:05



tags: , , , , ,

Posted by lunamoth on 2010/12/28 12:05
(0) trackbacks | (0) comments

| 지평선에서 헤어지다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인던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옅은 피로감이 몰려왔고, 두 시간에 걸친 고투 속에 잠복해온 금단 증세가 찾아왔다. 이것으로 끝이군요. 언젠가 빛나는 어떤 자리에서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요. 명멸을 지속하는 모니터 너머 칼림도어 타나리스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광활하게 이어지는 끝없는 사막, 그 지평선 위에 단둘이 남은 형색이 흡사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마지막 남은 담배를 오전 중에 피어버렸음을 깨달았을 때, 나직한 메시지 알림음이 다시금 나를 환기시켰다. 어느 소설 속 동화 얘기처럼, 멀어져가는 모습을 누군가 가장 오래 지켜볼 수 있는 이 지평선에서 헤어지는 거에요. 저 멀리 휘적거리며 날아가는 그리핀을 바라보며 고결의 오라 속에서 잠시 명상에 빠져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목마른 소금 사막을 적시는 한줄기 뜨거운 비 같은 식어버린 맥주를 들이켜고 있을 터였다. 고달픈 새벽잠 속으로 사그라질 그를 향해 목울대까지 차올랐던 애틋한 송사를 남기려 했을 때 그가 말했다. 열렙하셔서 얼른 말 타세요.
2007/06/15 03:07 2007/06/15 03:07



tags: , , , , , , ,

Posted by lunamoth on 2007/06/15 03:07
(0) trackbacks | (18) comments

| 삼립호빵  [길 위의 이야기]

그가 그러께 초겨울 오들오들 떨리는 예의 싱거운 목소리로 술 얘기를 꺼냈을 때, 난 따뜻한 오뎅 국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늘 반 박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는, 알듯말듯한 농담에 질 수밖에 없었다. 호빵에 맥주 한잔 어때? 내가 잘 아는 집이 하나 있는데. 삼립호빵이라고. 순간 더 없는 한기가 찾아왔고,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의 그의 모습을 보며, 그저 한데 모은 새하얀 입김을 불어내며 지소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연말정산을 하다 생각나 전화했다는 말에 아무런 말마중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오도카니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햇빛 눈이 부신 그날 아침을 떠올렸다. 더 이상 무인도에 갇혀서 더블을 노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던 그날. 빈병을 기울인 술잔을 잡아내며, 계산을 치르러 했을때 그가 나직하게 말해왔다. 그 지갑 아직 가지고 다니니. 그래서 생각났어. 2005년 어느 늦은 겨울밤이.
2007/01/14 22:58 2007/01/14 22:58



tags:

Posted by lunamoth on 2007/01/14 22:58
(0) trackbacks | (16) comments

| 트로피칼  [길 위의 이야기]

그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마트에 있는 모든 과일을 종류별로 하나씩 사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라고 운을 뗐을 때, 나는 이미 긴 밤이 될 것을 예견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따조 - 왜 있잖은가 치토스니 뭐니 하는 스낵에 하나씩 들어있던 동그래한 딱지 - 백 장을 다 모았다고, 과자 제조사로부터 종합선물세트 1종, 2종, 3종 세트를 받길 원하는 아이 같았다.(비유만이 아니라 사실 쉰 장은 넘게 모았으리라) 뭐 어쩌랴 한다면 하는 이가 그인 것을 관중석으로 힘껏 공을 던지는 우익수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이제 돌아갈 길은 토마토를 넣느냐 마느냐로 폐점시각까지 시간을 끄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 모를 남국의 과일과 그만큼 화사한 웃음을 짓는 캐셔 사이로 그의 남용과 오용과 과용의 만용이 하나하나 찍혀지고 있었다. 터질듯한 비닐봉지에서는, 혼합 과일 맛 음료 내음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모든 과일의 맛이지만, 그 어떤 과일의 맛도 아닌. 올해도 그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쌓인 겹겹의 시간이 낯선 과실의 합처럼 버거운 차례상으로 돌아왔으리라. 결국 마지막 방울 토마토를 남기고 그는 잠이 들었고, 꿈에선 비타민 병정들과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길게 이어진 영수증 위로 개선식을 치를 것이다. 저것 봐 매달 3,6,9 로 끝나는 날에 오후 8시 이후로 5만 원 이상 구매 시 보너스 포인트가 두 배라잖아. 라고 외치며.

- Tungsten C
2006/10/09 23:58 2006/10/09 23:58



tags: ,

Posted by lunamoth on 2006/10/09 23:58
(0) trackbacks | (2) comments

| 함박스테이크  [길 위의 이야기]

그는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햄버거 스테이크가 아닌 "함박" 스테이크 임을 강조했다. 순간 포크커틀릿이 돈까스로 전이되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떠올려지면서 함박 아니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3분 즉석요리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렇게 냉소적일 필요는 없다며, 귀여운 게 장난감 음식 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기내식과 3분 요리 그 어느 언저리에 있을 함박스테이크를 바라보면서, 느닷없이 "옛날"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던 그와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나오던 돈까스를 원 없이 먹었다는 그가 겹쳐 보였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조악한 음식을 B급 영화를 보듯이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리 흉내 낸다 하더라도 별수없는 모사의 한계를 말하고 싶은 것일까?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그 비슷한 이름이라도 얻길 바랬던 것일까를 고심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여기 단무지 좀 더 주세요.
2006/08/26 23:46 2006/08/26 23:46



tags: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6 23:46
(0) trackbacks | (6) comments

| 모리나가  [길 위의 이야기]

그의 손은 이제 막 식기세척기에서 꺼내든 그릇처럼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그리고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며, 어리마리하게 졸고 있었다. 영원히 얘기하지 못할 꿈이라도 꾸고 있었으리라. 가마우지와 노인 마냥, 나는 그의 목을 죄어왔고 이제 술을 따라줄 참이었다. 한기가 들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던 손이 떨려왔다. 순간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은박지가 음영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곱게 쌓인 초콜릿, 딱 반절 6칸을 남긴, 온기로 데워져 금방이라도 녹아 사그라들것 같은 초콜릿을 바라보며 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복하게 밀려드는 어둠을 뒤로한 채 조심스레 그가 갈무리한 갈색 내음을 맡았다. 목이 메어왔고, 눈앞이 흐려졌고, 가마우지가 잡아준 물고기가 조금씩 짓눌려가기 시작했다. 32.5그램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즈음, 기억 저편에서 하얗게 지샌 목소리가 들려왔다. M자 모양의 천사라니 웃기지 않아? 그래 난 이 표정이 무서운걸.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2006/05/31 02:28 2006/05/31 02:28



tags:

Posted by lunamoth on 2006/05/31 02:28
(0) trackbacks | (4) comments

| 찰떡아이스  [길 위의 이야기]

그가 선곡집을 보지도 않고 1915 를 입력하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텅빈 거리에서"를 필두로 이어지는 015B 메들리의 시작이었다. 내가 실수로 "수필과 자동차"를 불러온 것이 화근이기도 했지만. 뭐 어쩌라 한일전이 끝나면 9시 정각부터 40여분간 스포츠 뉴스를 봐야되는 것처럼 하릴없는 일인것을...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그녀는 이제 사랑스런 세 살 난 딸의 어머니죠 그녀는 지금 행복해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우에하라의 주무기는 긴 손가락을 이용해 던지는 포크볼" 이고, 그의 주무기는 "동부 이촌동 새벽1시40분"까지 이어지는 청승이었다. 너 기억하냐? 예전에는 3개가 들었었는데 흰색, 분홍색, 녹색 이렇게... 그래 그때가 맛있었지...
2006/03/19 04:20 2006/03/19 04:20



tags:

Posted by lunamoth on 2006/03/19 04:20
(0) trackbacks | (20) comments

| 키위맛 요플레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자신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적적해진 마트 사이로 빈 쇼핑카트가 휘적휘적 나아가고 있었다. 담배 대신 이온음료와 요플레에 중독됐다고 내심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굳이 5개 품목 이하 계산대를 찾아 단출하게 계산을 마친 그의 손에는 키위맛 요플레 4개가 들려있을 뿐이었고. 키위맛도 있었네? 아 요즘에 새로 나왔더라고. 시큼하고, 깔끔하니 마일드 플레인 보다 씹히는 맛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복숭아보다는 심심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파인애플 같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고 소믈리에 마냥 덧붙였다. 괴괴한 새벽 1시, 기울어진 무빙워크를 취한 듯 휘청거리며 걸어 올라가고 있는 그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올해도 그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잠깐만 기다려, 빠진게 있는것 같아. 지하2층 식품 매장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딸기맛 요플레를 건네며 "빙그레" 웃어 보았다. 그의 입가에선 언제 피운 지 모를 담배연기가 머금어 나왔지만 지금은 그냥 서로 웃기로 했다.
2006/01/22 03:48 2006/01/22 03:48



tags:

Posted by lunamoth on 2006/01/22 03:48
(0) trackbacks | (8) comments

| 피자호빵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를 데운 피자호빵 3개를 정확히 3분 30초 만에 해치워버렸다. 마치 어느 영화에서 크림케이크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던 한 아이처럼,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아 정말 오랜만인걸! 피자맛 그대로였어. 그리곤 포만감에 젖어 포장지에 쓰인 문구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자렌지도 OK! 나도 OK! 라고 말하듯이.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다. 겨울 그리고 호빵. "인생 게임 중반에 태풍에 날려 스타트로 되돌아간 느낌". 여전히 그의 손에는 특수무전기와 우대권이 쥐어져 있고 나는 무인도에 갇혀 더블을 노릴 뿐이다. 그런데 왜 피자호빵은 빵이 주황색이지? 글쎄 피자소스로 점점 물이 들어간 게 아닐까?
2005/12/26 06:40 2005/12/26 06:40



tags:

Posted by lunamoth on 2005/12/26 06:40
(0) trackbacks | (12) comments

Textcube
lunamoth

Profile
Contact
Archives +
Calendar +
Categories +
Recent Posts +
Recent Comments +
Recent Trackbacks +
Blogroll +
Twitter +

RSS | HanRSS
Mobile | iPhone
E-mail | CC

http://feeds.feedburner.com/Lunamoth

Nicholas D. Wolfwood Fanlisting
brett anderson
Mr. Saxophone
Foucault's Pendulum Fanlisting
DESERT ROSE the meryl fanlisting

lunamoth on Twitter
del.icio.us/lunamoth
Miranda 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