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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나요 : total 11 posts
2011/06/10 리마 로미오 파파 
2010/12/28 트웰브 몽키스 
2007/06/15 지평선에서 헤어지다 (18)
2007/01/14 삼립호빵 (16)
2006/10/09 트로피칼 (2)

| 리마 로미오 파파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앞으로 정확히 스물일곱 시간 후면 훈련소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틴닝가위는 그만 놓아두고 바리캉을 잡으라는 얘기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걱서걱 죄 없는 머리카락이 잘려 내려온다. "단정하게..." 혹은 "시원하게...", 조촐한 안주상 마냥 몇 안 되는 허전한 선택지를 내밀던 그는 이제 말없이 거울만을 바라본다. 판결은 당신이 내리는 거예요. 말은 숨고 바리캉은 바빠진다. 아저씨는? 면목동 쪽에 작은 개인샵 낸다고 몇 달 전에… 그래 그거 잘 됐네. 응. 주상복합이래. 우린 그제야 지소하게 웃어본다. 토끼바리캉이 그의 귓가를 살근거리며 지나간다. 무정한 기계는 커트빗과 함께 사르륵스르륵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간다. 만약에 4년 전 어느 날 그의 귀를 베지 않았다면, 그래서 커트비를 못 받지 않았다면, 그래서, 만약에, 그래서... 수많은 가정이 외판원의 롤브러쉬처럼 쌓여간다. 드라이기를 틀어 미지근한 바람에 커트보 위의 머리카락들을 흘려보낸다. 한 올 한 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바닥으로 어딘가로 흩어져 간다. 누군가 나직이 읊조린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한없이 쪼개져 그 미지근한 바람 속을 함께 흩날리고 있다. 머리 감고 갈 거지?
2011/06/10 04:10 2011/06/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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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1/06/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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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웰브 몽키스  [트윗]

가끔 내가 블로그에 예전에 쓴 글을 찾아볼 때가 있다. 전혀 내가 쓴 글 같지 않고, 오히려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글들이 있다. 마치 트웰브 몽키스의 한 장면 처럼 내가 미래의 나를 보는 그런 예언 같은 글들... http://goo.gl/W929less than a minute ago via P3:PeraPeraPrv

2010/12/28 12:05 2010/12/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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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0/12/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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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에서 헤어지다  [길 위의 이야기]

그는 인던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옅은 피로감이 몰려왔고, 두 시간에 걸친 고투 속에 잠복해온 금단 증세가 찾아왔다. 이것으로 끝이군요. 언젠가 빛나는 어떤 자리에서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요. 명멸을 지속하는 모니터 너머 칼림도어 타나리스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광활하게 이어지는 끝없는 사막, 그 지평선 위에 단둘이 남은 형색이 흡사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마지막 남은 담배를 오전 중에 피어버렸음을 깨달았을 때, 나직한 메시지 알림음이 다시금 나를 환기시켰다. 어느 소설 속 동화 얘기처럼, 멀어져가는 모습을 누군가 가장 오래 지켜볼 수 있는 이 지평선에서 헤어지는 거에요. 저 멀리 휘적거리며 날아가는 그리핀을 바라보며 고결의 오라 속에서 잠시 명상에 빠져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목마른 소금 사막을 적시는 한줄기 뜨거운 비 같은 식어버린 맥주를 들이켜고 있을 터였다. 고달픈 새벽잠 속으로 사그라질 그를 향해 목울대까지 차올랐던 애틋한 송사를 남기려 했을 때 그가 말했다. 열렙하셔서 얼른 말 타세요.
2007/06/15 03:07 2007/06/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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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6/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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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립호빵  [길 위의 이야기]

그가 그러께 초겨울 오들오들 떨리는 예의 싱거운 목소리로 술 얘기를 꺼냈을 때, 난 따뜻한 오뎅 국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늘 반 박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는, 알듯말듯한 농담에 질 수밖에 없었다. 호빵에 맥주 한잔 어때? 내가 잘 아는 집이 하나 있는데. 삼립호빵이라고. 순간 더 없는 한기가 찾아왔고,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의 그의 모습을 보며, 그저 한데 모은 새하얀 입김을 불어내며 지소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연말정산을 하다 생각나 전화했다는 말에 아무런 말마중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오도카니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햇빛 눈이 부신 그날 아침을 떠올렸다. 더 이상 무인도에 갇혀서 더블을 노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던 그날. 빈병을 기울인 술잔을 잡아내며, 계산을 치르러 했을때 그가 나직하게 말해왔다. 그 지갑 아직 가지고 다니니. 그래서 생각났어. 2005년 어느 늦은 겨울밤이.
2007/01/14 22:58 2007/01/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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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1/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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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피칼  [길 위의 이야기]

그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마트에 있는 모든 과일을 종류별로 하나씩 사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라고 운을 뗐을 때, 나는 이미 긴 밤이 될 것을 예견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따조 - 왜 있잖은가 치토스니 뭐니 하는 스낵에 하나씩 들어있던 동그래한 딱지 - 백 장을 다 모았다고, 과자 제조사로부터 종합선물세트 1종, 2종, 3종 세트를 받길 원하는 아이 같았다.(비유만이 아니라 사실 쉰 장은 넘게 모았으리라) 뭐 어쩌랴 한다면 하는 이가 그인 것을 관중석으로 힘껏 공을 던지는 우익수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이제 돌아갈 길은 토마토를 넣느냐 마느냐로 폐점시각까지 시간을 끄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 모를 남국의 과일과 그만큼 화사한 웃음을 짓는 캐셔 사이로 그의 남용과 오용과 과용의 만용이 하나하나 찍혀지고 있었다. 터질듯한 비닐봉지에서는, 혼합 과일 맛 음료 내음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모든 과일의 맛이지만, 그 어떤 과일의 맛도 아닌. 올해도 그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쌓인 겹겹의 시간이 낯선 과실의 합처럼 버거운 차례상으로 돌아왔으리라. 결국 마지막 방울 토마토를 남기고 그는 잠이 들었고, 꿈에선 비타민 병정들과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길게 이어진 영수증 위로 개선식을 치를 것이다. 저것 봐 매달 3,6,9 로 끝나는 날에 오후 8시 이후로 5만 원 이상 구매 시 보너스 포인트가 두 배라잖아. 라고 외치며.

- Tungsten C
2006/10/09 23:58 2006/10/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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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0/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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