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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큐브 2.0, 차세대 블로그 플랫폼을 위한 아이디어 12가지  [블로그 이야기]

작년, 재작년 정도에 블로그 관련해서 생각해본 아이디어들을 할 일 목록 서비스에 기록해뒀었습니다. 텍스트큐브 2.0, 혹은 차세대 블로그 플랫폼을 위한 아이디어, 어느 정도 모인 듯 싶어서 블로그에 공개해봅니다. 텍스트큐브 2.0 에서 아래 아이디어 중에서 일부를 채택해서 구현될 수 있으면 좋을 듯싶네요. 아니면 다른 블로그 서비스나 블로그 툴에서 구현해도 무관하고요. 이 외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목차
  1. 모멘트
  2. 블로그 본문 서두에서 위치, 시각, 온도, 날씨 표기
  3. 자동화된 블로깅
  4. 개인 위키 기능의 도입
  5. 블로그 본문 상에서 @mention 과 #hashtag 의 도입
  6. 소설, 시나리오를 위한 에디터
  7. 선 (禪) 에디터, 조용한 글쓰기
  8. 블로그 단에서 빠른 글 작성
  9. 단락 별 댓글, 이미지 댓글 기능
  10. 그림엽서 테마 스킨
  11. 모바일 페이지 강화
  12. GitHub, Dropbox, Evernote 를 이용한 블로그
  13. 수익화
  14. Appendix



1. 모멘트

Tumblr Foto 테마

아래 내용은 작년 2013년 중순에 생각해본 아이디어로, 니들웍스 모임에서도 공유 드린바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qwer999님이 proof of concept 식으로 워드프레스 테마 (깃허브 qwer999/wordpress-theme-momento 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를 만들어보기도, inureyes님이 텍스트큐브 스킨을 이용해서 간단히 구현을 해보시기도 했었습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바인의 공통점이라면, 하나의 포맷, 스펙을 규정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속성을 잘 취합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140자, 정방형, 6초라는 규격이 각각 구성하기 좋게 떨어진 측면도 있을듯 싶고요.

블로그 상에서도 하나의 규격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게 이 모멘트입니다. (이 네이밍은 니들웍스의 inureyes님이 붙여주신 네이밍입니다.)

1. 하루에 한 장의 고해상도 사진과 한 단락 정도의 텍스트(optional) 로 구성된 포스트를 생각해봤습니다. 사진은 백그라운드로 전체 이미지를 스크롤 없이 보여주고 (about.me, thesixtyone 식의 원 페이지 방식), 그 위에 투명 혹은 불투명 레이어로 글 출력하는 방식이죠. 화면을 꽉 채운 큼직한 미디어와 짧은 텍스트의 조화가 나름 임팩트도 있고 감성적으로 다가오더군요.

2. 하루에 하나의 글 (사진) 만 올릴 수 있다. (향후 달력이나, 동영상화 고려) 는 제한을 덧붙이고요.

어떻게 보면 medium 류의 블로그, immersive journalism 의 형태 e.g Snow Fall, South China Sea 등등, WordPress.com 의 Full Frame 테마, Tumblr 에서 Foto 테마 (글은 오른쪽에서 슬라이딩), Exposure 테마 (글/댓글은 오른쪽에서 슬라이딩), Automattic 에서 인수한 패럴렉스 스크롤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 Scroll Kit, TinyPost 의 거대 버전과 유사할 수 있을듯 싶네요.

medium 이후로도 ghost, marquee, roon 등등이 나오기도 했고요. 모바일 스토리텔링 앱 Tapestry 도 참고해볼만 한듯 싶습니다. Javascript's Slightly Stricter Mode 란 슬라이드 자체에서 구현한 동영상? Animated GIF? 백그라운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아래 설명할 2. 블로그 본문 서두에서 위치, 시각, 온도, 날씨 표기 와 연결도 생각해봤습니다. 이렇게 번호 붙인 3가지가 생각했던 모멘트에 특징이었습니다. (2013년 웹 디자인 트렌드 중에서 미니멀리즘, 싱글 페이지, 큰 배경 이미지 3가지가 해당되는 모습이기도 하네요.)

각자 하루에 하나의 사진을, 몇 문장을 부담없이, 제일 기억할만한 순간을 취사 선택해서 올리는 식이지요. 복잡할 것 없이 글쓰기 단, 글 출력 단도 간단하면 좋을 듯싶습니다. 아울러 단순히 웹 단 블로그 서비스/툴 뿐만아니라 전용 앱도 만들어서 연계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트위터/페이스북으로의 퍼블리싱도 자동으로 지원을 해줘야될것 같고요.

트위터/페이스북 대신 이걸 왜 써야 되냐? 그거 텍스트큐브/워드프레스/텀블러의 스킨, 테마만 만들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반문하신다면, 좀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

(2014-05-04 추가) Parade 라는 몰입형 저널리즘, 스토리텔링 사이트 제작 서비스가 나왔군요. 제가 위에서 언급한 모멘트에 가까운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4-05-10 추가) 예제로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동영상이 배경인 글이라면 호우시절 好雨時節 (2009) - 모멘트 버전 이런 느낌이 될 듯 싶네요. (참고. 자동재생은 IE, FF 에서만 되고 Chrome 개발버전에서는 안되는군요)

(2014-05-11 추가) Jux. Simply the best showcase for you 란 서비스 있더군요. 상당히 잘 만들었네요. 글, 사진, 슬라이드쇼, 비디오, 인용, 카운터다운 등 각각 형식별로 페이지를 만드는 개념이네요. 이러한 형식 부분도 참고해볼만할 듯싶습니다.

(2014-05-14 추가) Today 라는 12시간에 1회만 포스팅 가능한 앱이 나왔군요.

(2014-06-12 추가) Single Page guru // 싱글 페이지 제너레이터, 점점 이런 툴 많아지네요.

(2014-06-21 추가) Odyssey.js // 인터렉티브 스토리를 위한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웍 같군요.

(2014-07-03 추가) Pixotale

(2014-11-29 추가) immersive 여기 편집 쉽고, 깔끔하네요



2. 블로그 본문 서두에서 위치, 시각, 온도, 날씨 표기

소셜 네트워크 앱 Path 가 처음 나왔을때 많은 분들이 깔끔하고 새로운 UI/UX 에 주목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에는 마치 Foursqure 처럼 성장, 업데이트 등이 주춤하고 있는 서비스 인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사람들 기억속엔 남아 있는듯 싶습니다.

제가 Path 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Path 상단에서 볼 수 있는 위치, 시각, 온도, 날씨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고)

Path

서울, 새벽, 안개, 8도 이런식으로 나직이 알려주는 저 맥락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노래 제목처럼요.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는 것입니다만, 현재 위치, 시각, 온도, 날씨를 알려준다는 것이 (뭔가 초등학교 일기장 느낌도 듭니다만) 글을 쓰는데 있어서 프롤로그를 넌지시 제공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날씨 표기 사진 공유 인스타웨더, 구글 크롬 시작 페이지 확장기능 모멘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날씨, 시간 표기가 주는 효과가 나름 있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서도 저런 간단한 그 날의, 현재 위치의, 메타 정보를 알려주고 본문상에 포함 (삭제 가능) 을 시켜주는 플러그인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치는 HTML5 geolocation 기능으로 구단위 정도까지, 시각은 현재 클라이언트 시각 (단, 아침/점심/저녁/늦은밤/새벽 등등의 텍스트로 표기) 으로, 온도와 날씨는 기상청 RSS 혹은 Weather Underground API 등으로 받아와서 에디터 들어가는 순간 본문 상단에 텍스트 형식 (혹은 아이콘 형식) 입력을 하는 방식 (삭제 가능) 으로 하면 어느정도 가능은 할 듯싶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좀 더 확장해서 그 날의 야구 경기 스코어보드를 자동으로 불러온다거나 하는 식의 자동 글감 추천 도우미 역할을 하는 확장도 괜찮을 듯 싶고요 :) Ask.fm 이 트위터, 페이스북에 글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처럼 작동할 수도 있을 듯싶습니다.

(날짜, 시간, 장소, 날씨, 기념일, 국가공휴일, 야구 경기 결과, 주요 사건, 인기 검색어, 트위터 토픽, 오늘의 소사, 운세, 패션, 별자리, 주식 시세, 나이, 살아온 날 수, 섭취 칼로리, 올해 다짐, 몸무게, 입은 옷, 얼굴 사진 등등 소재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단순 위치 지역 날씨에서 벗어나서 개인화된 소재나, 현재 이슈와 결합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작년 말에 Kennedy 라는 현재 시간, 날씨, 요일, 위치, 뉴스 헤드라인을 뽑아주고 추가적으로 기록을 하도록 지원하는 앱이 출시되기도 해서 순간 놀랐습니다. 사람들 생각하는 것은 어딜가나 다 비슷한듯 싶고요. (The Verge 의 관련 기사)

이런 플러그인은 시맨틱 메모리 블로그 보다 에피소딕 메모리 블로그를 위한 악세서리에 가까운 기능이겠습니다만, 저런 작은 기능이 자아내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3. 자동화된 블로깅

Heyday

자동화된 블로깅이라고 해서 얼마전에 이슈화된 "로봇 저널리즘 시대" (연합뉴스 관련 기사) 와 같은 완전 자동화된 글 작성을 말하는것은 아닙니다. 단지, 글을 쓰는데 있어서 번거러움을 어느정도 덜어주는 정도의 자동화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effortless journaling 이 모토인 Heyday 앱 (사진첩의 사진을 날짜별로 묶어서 보여주고, 글 작성 지원) 처럼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클라우드로 그 날 자동 백업된 사진과 사진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면서 글 작성을 유도해줄 수도 있을듯 싶습니다. 지금은 종료됐습니다만 Google Latitude 처럼 이동 기록을 저장해뒀다 그 날의 글 작성 시점에서 참고 자료로 보여줄 수도 있을듯싶고요.

"블로그에 무엇을 쓸까?" 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사진, 위치 정보 등의 글감, 소재등이 이미 어느정도 입력이 되어 있다면 글을 쓰는 진입 장벽도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최근 출시된 Saga 라는 앱에서는 각종 운동 기록, 소셜 미디어 기록, 음악 청취 기록등을 각종 외부 서비스, 서드파티와 연계해서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라이프로깅을 하는 앱을 선보였습니다. 블로그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개인의 최근의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블로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e.g. 최근에 들은 노래, 최근에 본 영화 등등) Momento , Step 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Narrative Clip 과 같은 라이프로깅 카메라, 툴과도 자동화된 블로깅을 연동해볼 수 있을듯 싶습니다. 그 외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하드웨어와 연동된 라이프로깅, 라이프스트리밍도 자동화된 블로깅과 연계해볼 여지가 있을 듯 싶고요. (관련 기사 : CES 2014 | 일상 전체를 기록하는 ‘라이프로깅’ 시대 열린다 - IT World Korea)

(2014-05-18 추가) Blogging and Social Network Recipes - The 101 Best ifttt Recipes 에서 보듯이 여러 서드파티,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간의 연계도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2014-05-27 추가) 칫솔님이 쓰신 디지털 세상에서 마주한 해리포터 속 마법의 펜도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2014-06-02 추가) Google+ Stories and Movies: memories made easier // 구글 플러스에서 지원하는 구글 플러스 스토리도 자동화 포스팅의 일례이기도하겠네요.

(2014-08-09 추가) Automatic life-logging journal 앱이라는 Rove 앱이 나왔군요. 아직 설치/실행은 안해봤습니다만, 적어둡니다.



4. 개인 위키 기능의 도입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A BLOG AND A WIKI?

(via tgianno22 - Blogs vs Wikis)

얼마전 부터 제 개인적으로 lunamoth 4th 블로그를 위키를 쓰듯이 써왔던 것 같습니다. 한번 발행한 글도 두번 세번 많게는 열번 넘게도 수정하고, 업데이트 갱신일자를 달고, 최신 정보로 수정을 하고 했었던 듯 싶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아카이빙을 위해서 글을 쓰기도 했고요. Matt Mullenweg 의 글 The Intrinsic Value of Blogging 에서 말하듯 제 자신을 위한 글들일 테고요.

블로그 내에 개인 위키의 기능을 도입해봐도 좋을듯 싶습니다. (위키피디어 Personal Wiki 항목 참조) 예전에 썼었던 개인 위키로는 DokuWiki 가 있는데 파일 기반으로 간결한게 꽤 쓰기 편했습니다.

위키의 주요 기능이라면, 위키 문법, 페이지 변경 이력, 최근 변경 문서, Diff 기능, 카테고라이징, 외부 위키 링크, 섹션 편집, 목차 네비게이션 등이 있겠네요. 이중에 블로그에 맞을 법한 일부 개인 위키 기능들을 도입해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위키 주요 기능, 도쿠위키 기능)

(워드프레스에선 이미 리비전 히스토리를 지원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긴 합니다.)



5. 블로그 본문 상에서 @mention 과 #hashtag 의 도입


트위터를 써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 골뱅이 멘션과 # 샾 해쉬태그의 기능을 아실 겁니다. 전자는 특정 유저를 대상으로 언급을 해서 글을 쓰거나, 해당 작성자의 글에 답글을 쓰는 용도이고, 후자는 글의 말미 혹은 중간에 #키워드를 덧붙여서 글의 태그로서 토픽 에그리게이션, 주제어 검색 등의 역할을 하지요. (최근엔 마케팅 용도로도 많이 활용되고요)

블로그에서도 이런 @, # 을 도입해본다면 어떨까요?

@ 은 특정 블로그를 지칭해서 언급할때, 이를테면 @lunamoth.com 형태로 본문상에 작성을 한다면 해당 블로그에 태터툴즈 댓글 알리미식으로 글에 대한 노티를 보내는 것이지요. 물론 트랙백과 동일한 스팸의 우려가 있긴 있을듯 싶지만요.

쓰는 중간중간 닉네임을 언급함으로써, 예전에 블로그 상에서 많이 있었던 질문 답변 릴레이 일명 바톤 터치 글처럼 계속되는 글의 릴레이를 유도할 수도 있을듯 싶습니다.

(cf. Microblogging vs. Blogging: 5 Ways to Create an Open Twitter Alternative , Addressability)

# 은 기존의 블로그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태그 기능과 통합이 필요하긴 할듯 싶습니다. 단 글 하단에서 따로 메타 정보란에 태그를 입력하는 것 뿐만아니라 글 본문 상에서도 #키워드 형태로 태그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일듯 싶고요. 텍스트큐브 (태터툴즈) 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던 키워드 기능과의 중복 문제도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키워드의 사용 방식을 해쉬태그 방식으로 바꿔서 키워드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좋을듯 싶고요. 물로 주제어 통합 검색 측면에서 예전 eolin.com 과 같은 메타 사이트의 필요성도 대두되긴 하겠네요.

(cf. Tagboard , The cross-network, hashtag-powered social hub)

@, # 둘다 스펙의 확정, 공개, 범용화에 대한 고려, 각 툴, 서비스 간의 연계도 고려사항이 될것 같고요.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이미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개념이라 이를 차용해서 블로그에서도 확장을 꾀하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이부분 몇자 적어봤습니다.

덧. Fetchnotes 라는 메모앱이 @, # 기능을 도입했는데 나름 괜찮게 구현돼 있더군요.



6. 소설, 시나리오를 위한 에디터

Scrivener

소설, 시나리오 등 보다 전문적인 글을 위한 웹 상의 에디터가 있다면 어떨까요?

Scrivener 에서의 여러 기능, Ulyssess III, Final Draft, Logline 등등의 데스크탑 워드프로세서, 스크린라이팅 프로그램에서 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 (코르크보드, 아웃라이너, 스냅샷, 등등) 을 웹에서 구현하거나, 또는 협업 모델로 만들거나, 블로그단에 일부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우도할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같은 글 저작이라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아이디어를 얻는것은 괜찮을 듯 싶습니다.

덧. 각종 DB 를 포함한 국내의 스토리헬퍼도 문득 생각나긴하네요. 이미 WriterDuet 이라는 협업 스크린라이팅 서비스도 있군요. 최근에 본 서비스로는 동화?, 스토리텔링 플랫폼 Storybird, 소셜 펀딩 중인 온라인 스토리텔링게임 Storium 도 참고해볼만할 듯 싶습니다.

(cf. 위키피디어 스크린라이팅 소프트웨어 목록)

덧. Spine 이라는 엽편 소설 저작 앱도 나름 아이디어를 주는 듯 싶습니다. draft 의 저장이라는 측면에서

(2014-06-12 추가) The best way to visualize your screenplay. - Storyboard Fountain



7. 선 (禪) 에디터, 조용한 글쓰기

Writeroom

(via Zenware – Balsamiq)

선 禪 은 (불교 용어이긴 합니다만) 일단,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마음을 한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 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런 선의 관점이 적용된 에디터, 소프트웨어를 젠웨어 Zenware 라 부르더군요. 젠웨어의 종류로는 Zenware – Balsamiq , 12 Top Zen Apps to Keep You Focused, The Art of Zenware, and Why You Should be Using It 등의 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주로 아무런 기능 UI 없이 흰 백지에 프롬프터만 깜빡이는 심플한 에디터를 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흰 여백에 조용한 배경음과 타이핑소리만 들리는 Ommwriter 라던지, 오래전 터미널 화면 느낌의 흑백에 녹색 텍스트로 된 Writeroom, Markdown 을 지원하는 심플한 에디터 WriteMonkey 등등, 그외 비슷한 에디터들은 AlternativeTo 의 Writeroom 섹션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워드프레스에서도 TinyMCE 에디터에 전체화면 글쓰기 기능을 활용해서 이렇게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에디터를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텍스트큐브에서도 별도의 군더더기 없이, 조용히 침전하면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글쓰기 창만 보여주는 모드를 지원해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cf. firstdraft.io, Typewrite, Penflip, Draftin, Onword, ZenPen, Escriba, 16 Blogging Platforms That Won't Distract From Your Writing, 우공이산 - 글쓰기에만 집중해! 크롬용 ‘노트’ 5종)

(2014-06-30 추가) 15 tips to beat online writing distractions

(2015-02-16 추가) FocusWriter

(2015-07-15 추가) Write! - Distraction-Free Text Editor That Does Not Suck



8. 블로그 단에서 빠른 글 작성

Gmail

Gmail 에서 2012년 말에 메일 작성 창 형태를 개편했습니다. 전체 화면으로 뜨는 대신에 오른쪽 하단에 작은 팝업 레이어 형태로 띄우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고해상도 모니터 사용 비율이 높아진 점도 있고, 멀티 태스킹에 편하다는 측면도 있을것 같고요.) 처음에는 쓰기 불편했는데 익숙해지니, 빠르게 예전 메일도 보면서 메일을 쓰기가 편하더군요.

블로그에서도 이처럼 관리자단에 가지 않고도 바로 글을 쓸수 있게 간단 글쓰기 창이 있으면 괜찮을듯 싶습니다. 지금 제 블로그 우측 하단에 있는 Olark 채팅창 보다 약간 크게 띄워주면 될듯 싶고요. 블로그 성격에 따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텀블러 식으로 간단간단한 포스팅을 하는 블로그에는 어울릴 듯 싶습니다.



9. 단락 별 댓글, 이미지 댓글 기능

토픽 별로 특화된 퍼블리싱 플랫폼 Medium 이 처음 나왔을 때 시선을 끌었던 것은 immersive journalism 을 연상시키는 시원한 화면, 정리된 에디팅 툴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글 하단에 있던 댓글을 단락, 특정 문장 별로 달 수 있게 한 점이었습니다. Evan Williams 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좀 더 생산적인 피드백, 대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는 얘기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 처럼 단락별 댓글 기능을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전에 오픈마루에서 했었던 레몬펜 서비스가 이미 있었던 것 같긴 하네요.) 최근에는 소셜 댓글 서비스 Livefyre 에서도 본문 댓글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Readrboard 라는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아울러 Gawker Media 의 블로그들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 상에 댓글을 남기는 기능도 신선했습니다.

요즘은 Disqus, Echo, IntenseDebate, Livefyre, Facebook Comments, LiveRe 등의 서드파티 블로그 소셜 댓글 서비스 (cf. 위키백과 소셜 댓글 항목) 들을 편의성 측면에서 설치하고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도 있는데 블로그 자체적으로도 댓글 기능에 대한 고민을 해봄직할 듯 싶습니다.

(2014-05-03 추가) Prismatic 이라는 뉴스앱에서 보니 댓글을 본문 위에서 바로 보여주더군요. 호기심 자극, 글 엿보기 측면에서 이런 출력단의 역전 방식도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래 스크린샷 참고)

Prismatic 에서의 댓글

(2014-05-08 추가) Ghost 용 인라인 댓글 서비스 Ouija 라는 서비스가 나왔군요.

(2014-06-24 추가) Side Comments - Medium.com style commenting



10. 그림엽서 테마 스킨

WordPress Postcard Theme

(via Postcard)

(이 아이디어는 qwer999님의 아이디어 입니다.)

Card 형태 UI 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각종 스트리밍 피드의 시대에 맞게, 구조화 하기 편한 카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cf. Why cards are the future of the web | Inside Intercom , 번역문)

스킨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 아이디어 입니다. 일종의 그림 엽서, 우편 엽서처럼 앞에는 단순 이미지 한장이, 터치하면 뒷면으로 플립되면 사연을 볼 수 있는 그런 스킨이 있으면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앞서말한 일종의 Card UI 형태로 하나하나씩 볼 수 있다면 리스트 디자인도 여러가지로 해서 커버플로우, 폴더 형태 등등 다른 식의 활용도 가능할것 같고요.

(그러고보니 블로그 컨텐츠를 카드, 단락별로 구성해서 조합할 수 있는 기능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이고잉님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오픈튜토리얼스 (생활코딩) 에서는 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ox Media 의 Vox 도 최근 이러한 시도를 했던 것 같고요. cf. What is the Ukraine crisis?)



11. 모바일 페이지 강화

카카오 페이지, Daum 스토리볼, 네이버 포스트 등 모바일에 특화된 컨텐츠들이 블로그와는 또 다른 섹션으로 포털 등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에 특화된 컨텐츠와 최적화된 UI 로 유료화, 인 앱 결제 모델과 결합된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는듯 싶습니다.

주로 짧은 분량의 컨텐츠 들이나 기존의 책들을 컨버전한 경우도 많이 있지만, 블로그 상의 컨텐츠도 적절한 분량으로 나눠주거나, 모바일 메신저 상의 공유를 지원하거나 등등의 방식으로 참고할만한 요소가 조금은 있을듯 싶습니다. 단순히 모바일 페이지단에 스와이핑 페이지 이동을 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바일 상에서의 공유 등의 여러 부가 기능도 고려해봄직 할 듯 싶습니다.

(2014-05-07 추가) 네이블 블로그에서 모바일 페이지를 리뉴얼 했더군요. 깔끔하네요.



12. GitHub, Dropbox, Evernote 를 이용한 블로그

GitHub Dropbox Evernote

최근 웹 기반 깃 호스팅 서비스 GitHub 나 웹 기반 파일 공유, 스토리지 서비스 Dropbox 의 저장 공간을 이용한 블로그 서비스, 노트 저작 서비스 Evernote 를 활용한 블로그 서비스/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각각 예를 들어보면


정도가 있는 듯 싶습니다. 깃허브, 드랍박스를 스토리지로, 에버노트를 저작 툴, 에디터로 쓸 수 있도록 이러한 서드파티 외부 서비스간의 연계를 시도해봐도 좋을듯 싶습니다. (티스토리의 경우 에버노트에서 작성된 글을 불러오는 에버노트 플러그인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웹 호스팅 저장 공간이 부족하거나, 기존의 에버노트 등의 저작툴이 편한 유저들을 위한 편의 기능이 될듯 싶습니다. (cf. How I moved my websites to Dropbox and GitHub)

물론 텍스트큐브의 경우 (댓글도 동일한 이슈가 있겠지만) TTXML 기반 데이터 전체 백업의 이점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을 듯 싶습니다만, 적당한 연계 범위를 찾아봐도 좋을듯 싶습니다.



13. 수익화

(이 부분은 좀 더 생각이 정리되면 추가해두겠습니다. 생각할 꺼리들은... Paypal, 1000명의 진정한 팬, 아프리카TV, Twitch, Flattr, In-App Purchases, Kickstarter, Tiny Blog Prototype, 티스토리 밀어주기, Sponsored post, Premium Membership 등등...)



14. Appendix

최근에 인상적으로 봤던 CMS, 저작, 블로그 플랫폼 서비스 몇가지 메모해둡니다. prismic.io, Craft, Siteleaf, Spundge, Dropplets, Bolt, Anchor CMS, Wardrobe



물론 100가지 새로운 기능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블로그를 쓰는 분들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겠지요. 필요를 발명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블로그를 쓰는 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한번 쯤 살펴볼 수 있으면 좋을듯 싶습니다.

이 외 다른 텍스트큐브 2.0, 그리고 차세대 블로그 플랫폼 관련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원하시는 점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만약 위 아이디어들을 웹 서비스나 블로그 서비스/툴, 앱 상에서 구현하셨을 경우에도 댓글 남겨주시면 본문 상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이 글은 위키의 글 처럼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



어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드시나요? 투표를 마련해봤습니다. 아래에서 클릭 부탁드리겠습니다. (투표 화면이 안나오면 데스크탑에서 원문으로 접속 부탁드리겠습니다.)

(2016-01-06 업데이트, 투표 서비스가 종료된 듯 싶어서 아래 투표 위젯 제거했습니다;)


# 최초 글 공개 일시 : 2014-04-27 일요일 오후 6:22
# 최종 글 갱신 일시 : 2015-07-15 수요일 오후 12:53


2014/05/04 21:35 2014/05/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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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4/05/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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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 퍼트롤 The House of Many Worlds  [나의 서재]

차원 퍼트롤 The House of Many Worlds

머윈 주니어 지음
박재희 옮김

수수께끼의 섬

“이상한 일이라뇨. 유령이라도 나옵니까?”

맥은 럼주를 한 잔 더 주문하여 콜리 노인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아니오. 유령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오.”

좋아하는 럼주를 대접받고 기분이 좋아진 콜리 노인은 실눈을 뜨고 말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맥이 재차 묻자, 콜리 노인은 잠시 생각했다.

“이런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가 않은데. 하지만 먼 곳을 모처럼 이렇게 조사하러 오셨다니, 특별히 얘기해 드리지요.”

콜리 노인은 이렇게 한 마디 하고 럼주를 단숨에 들이켜더니 말했다.

“지금부터 4백 년 이상이나 옛날 일인데, 이 부근에는 항상 해적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그 무렵에는 저기 저 섬에 등대가 있었는데, 소문으로는 해적들이 그 등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지나가는 배를 하테라스 모래톱으로 올라가게 만들어, 배에 탄 사람들을 몰살하고 약탈을 일삼았다는 이야기지요. 그 재앙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미 그 곳에 없는 등대의 불이 캄캄한 그믐밤 같은 때에 가끔 빛나 보일 때가 있다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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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8 22:41 2014/01/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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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4/01/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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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 Angelis  [나의 서재]

"실례지만 경위님은 살인 사건 전문 수사관입니까, 아니면 정치 사건 전문입니까." 벨보가 물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어젯밤에는 살인 사건 전문인 내 동료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르덴티의 기록에서 여죄가 자꾸 나오니까 내 동료는 이 사건을 내게 떠넘긴 겁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정치 담당입니다. 그러나 내가 우익인지 좌익인지 그건 나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간단하지 않더군요. 탐정 소설이 아니라서요."

"그건 나도 압니다."  벨보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대답했다.

“Excuse me,” Belbo asked, “but just out of curiosity, are you homicide or political?’’

“Good question. My opposite number from homicide was here last night. After they found a bit more on Ardenti in the records, he turned the case over to me. Yes, I’m from political. But I’m really not sure I’m the right man. Life isn’t simple, the way it is in detective stories.”

“I guess not,” Belbo said, shaking his hand.

이 장면도 『푸코의 진자』 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까소봉, 벨보, 디오탈레비도 매력적이지만, 데 안젤리스 경위도 왠지 모르게 끌리더군요. 무언가 소시민의 마치 《스파이 게임》 에서 한번 좌절하고 이제는 닳고 닳은 생활인이 된 톰 비숍 요원이나, 《한자와 나오키》 에서 약하게 그려지는 콘도 같은 모습이랄까요? 가끔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모든 게 적절한 설명으로 이뤄진, 동기와 원인과 현상과 결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추리소설 속 세계 같은 안전한? 세상을 꿈꾸지만, 이미 그런 세계가 아님을 깨달은, 그런 인물.
2014/01/07 23:51 2014/01/0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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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4/01/0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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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응준,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중에서  [나의 서재]


 ……그리고 인영씨. 인도 사람들은 무척 가난합니다. 게다가 그 가난은 전혀 가망 없어 보이구요. 하지만 이유 있는 가난입니다. 성스러운 게으름입니다. 그들은 그저 이 세상에서 착하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된 내세가 존재하리란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견디기 때문이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많습니다. 엄청난 인구라서기보다는, 이네들은 본시 집 밖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길의 의미를 알고 있는거죠.

 드넓은 땅덩어리에, 유구한 인류 문명의 진원지, 인간보다는 소를 더 신성시 여기고, 아직도 중세와 고대가 공존하며, 카스트 제도를 아무런 불만 없이 지켜나가는 민족. 나는 이들의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 속에서, 신비스럽다는 말을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갠지스 강은 몸을 씻고 예배드리는 사람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립니다. 한쪽에서는 죽은 자를 태워, 그 재를 강가로 흘려보내고 있구요. 사자(死者)의 허망함을 비누 삼아, 더러운 육신과 영혼을 정갈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린 죽어서 무엇이 되는 걸까요? 이 불결하기 그지없고 비합리로 가득 찬 대륙은, 한번도 그런 심오한 의문에 사로잡혀보지 못했던 나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머리가 한 틈새씩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갠지스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9Km 떨어진 곳에는,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설법을 했다는 사르나트가 있습니다. 큰 가로수 사이로 우뚝 서 있는 다메크 대탑(大塔)이 웅장한 자태로 신자들을 맞이합니다. 스물여덟 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은 보리수가 울창한 가운데 적갈색으로 눈부십니다. 혜초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더군요. 그리고 부다가야. 샤카족의 왕조로 태어난 싯다르타가 인생의 고뇌를 통감하고 보리수 아래서 해탈한 곳이 바로 부다가야입니다. 부처님이 앉아 있던 단(壇) 주위는 순례자들이 고행길에서 가져온 꽃들로 만발합니다. 거기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얼굴과 다른 언어로 탑돌이를 합니다. 소원을 빌면서요.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곧 팔아야 했죠. 외국인, 특히 여자 외국인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인도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향해 악의 없는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뭔 줄 아세요? 사막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습니다. 불가능한 일이겠죠. 그러나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달빛 속으로라도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우리 고달픈 윤회의 끈은 언제나 풀어질까요. 이런 욕심마저 버리기 위해 걷고 또 걸어야 하겠죠. 내 시(詩)의 치부는, 그런 꿈의 가면을 쓰고 썩어 갔던 것이 아닐까요.

 인영씨의 지금이 그러하듯, 나도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떠돌고 있고, 인영씨는 거기에 머물러 있다는 거겠지요. 한낱 육체의 일이지만요.

 우리는 서로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겼더랬습니다. 나는 인영씨의 느닷없는 절필낙향(絶筆落鄕)을 납득할 수 없었고, 인영씬 이 위험천만하고 기약 없는 먼지투성이 여행에 분노했지요. 그것이 우리 사랑의 결별이었다 해도, 나 지금 후회하지 않습니다. 떠난지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이제야 비로소, 예전에 결코 깨닫지 못했던 인영씨의 어둠과 고독이, 인화되기 직전의 사진처럼 가물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더 지난다 해서, 내가 그걸 완벽히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장담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어요.

 가끔, 어쩌면 자주, 인영씨와 함께했던 날들을 떠올립니다. 참 잘해주었죠. 뒤늦게라도 이렇게 감사드립니다. 우리 둘이 나누었던 이야기와, 또 때론 서로를 할퀴었던 애증의 열정이, 아주 곱고 영롱한 추억의 사리로 남게 해달라고, 나는 탑을 돌며 누군가를 향해 빌었습니다.

 이렇게 긴 편지를, 느닷없이, 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보내는 것은, 다만 당분간이라 하더라도, 혹은 영원히라도, 우리 작별 인사 한마디 없이 헤어졌던 까닭입니다.

 그곳의 생활은 아름다운지요? 어떤 결론에 이르든지, 인영씨가 삶을 좀더 존중하게 되었던 한 시절로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타지마할을 알고 있겠죠? 새파란 하늘 높이 솟은 흰색 돔 Dome, 숨이 막힐 정도로 화려한 대리석, 색색의 보석들. 샤 자한 황제가 죽은 왕비를 위해 지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무덤을요. 축조하는 데만도 무려 22년이 걸렸다는군요. 그 사랑의 힘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날이 저물고 뜨겁던 태양이 아그라 성 너머로 기울어갈 즈음, 달빛에 비친 타지마할은 장관이라 들었습니다.

 내일,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의미를 찾아 타지마할로 갈 것입니다.

 어느날, 길에서, 당신의 친구, 지원.

—-

 나는 지금 무인도에 표류해 있다. 배가 사고를 만난 것은 분명 동해 바다 위에서였는데, 이곳의 풍경은 언젠가 엽서에서 보았던 하와이 같다. 여객선에선, 좀 수다가 심한 편이긴해도 미모가 뛰어난 여자와, 칵테일을 스무 잔이나 마셨더랬다. 이혼 기념 여행을 하는 중이라던 그 여자는, 자기 나이가 나보다도 어리다며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뭔가 미심쩍어,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백을 열고 주민등록증을 훔쳐보니, 이런, 서른다섯 살이나 먹은 여장 남자(女裝男子)였다! 염려해줄 필요는 없다. 곧 배가 뒤집혔으니까. 그 다음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녀, 아니 그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어디에서든 살아 있다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동성이건 이성이건 간에, 착한 짝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왜냐고? 한없이 외로워 보였으니까. 이유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이 섬이 참 마음에 든다. 하얗고 영리한 개 한 마리와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고 있는데, 아침이면 녀석과 함께 해안선을 따라 섬 전체를 한바퀴씩 돈다. 배가 고프면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따먹고, 밤엔 이불 따위가 없어도 따듯하기만 하다. 평생 이렇게 지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종일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시를 쓴다. 모두 너를 위한 사랑의 노래들이야. 네가 쓰곤 하던 그런 어려운 것들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 만약 내가 도시로 다시 돌아가 출판한다면 틀림없이 베스트셀러가 될 테지만, 이 아름다운 섬은 일체의 욕심을 허무하게 만든다.

 루마니아 공산 치하의 혹독한 감옥에서, 리처드 범브란트라는 목사가 천여 편의 시를 지어 외웠다고 언젠가 네게 얘기해준 일 있지? 나도 잠들기 직전에, 내가 쓴 시들을 모두 외우고는 흙먼지로 덮어 지워버린다. 그러면, 마치 내가 한 권의 시집(詩集)이 된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가끔은 이런 생각에도 잠겨본다. 만일 내게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 종이와 펜이 있다면, 내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써넣어 바다로 던지고 싶다는, 그런다면, 인도의 강가에서 네가 목말라 그 작은 손으로 물을 떠마실 때, 건져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난 깨닫는다. 예전에 내가 너더러 사랑한다고 했던 모든 고백들이 거짓이었다는 걸. 그래서 지금 진짜로 고백하고자 한다. 널 사랑한다. 모든 세월에 밤이 있는 것처럼, 지난날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너는 거기서 승려가 될 것 같은 편지를 보내왔지만, 해탈이란 말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까닭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슬프게 들리기 때문일 뿐이다. 그런 황당한 진실은 애초부터 없는 거란 말이다. 그러니 너도 표류하길 바란다. 그래서 내게로 오렴 와서, 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상처처럼 손때가 묻도록 읽어다오.

 너의 자전거를 힘차게 밀어주고 싶다. 바다와 산이 있는, 오래전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잃어버리고 말았던, 달의 뒤편으로.

 어느날, 섬에서, 널 사랑하는, 인영.

이응준,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중에서
2014/01/07 23:18 2014/01/0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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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4/01/0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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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나의 서재]


37

 

Whoever reflects on four things, it were better he had never been born: that which is above, that which is below, that which is before, and that which is after.

—Talmud, Hagigah 2.1

 

I showed up at Garamond the morning they were installing Abu-lafia, as Belbo and Diotallevi were lost in a diatribe about the names of God, and Gudrun suspiciously watched the men who were introducing this new, disturbing presence among the increasingly dusty piles of manuscripts.

“Sit down, Casaubon. Here are the plans for our history of metals.” We were left alone, and Belbo showed me indexes, chapter outlines, suggested layouts. I was to read the texts and find illustrations. I mentioned several Milan libraries that seemed promising sources.

“That won’t be enough,” Belbo said. “You’ll have to visit other places, too. The science museum in Munich, for instance, has a splendid photographic archive. In Paris there’s the Conservatoire des Arts et Metiers. I’d go back there myself, if I had time.”

“Interesting?”

“Disturbing. The triumph of the machine, housed in a Gothic church…” He hesitated, realigned some papers on his desk. Then, as if afraid of giving too much importance to the statement, he said, “And there’s the Pendulum.”

“What pendulum?”

“The Pendulum. Foucault’s Pendulum.”

And he described it to me, just as I saw it two days ago, Saturday. Maybe I saw it the way I saw it because Belbo had prepared me for the sight. But at the time I must not have shown much enthusiasm, because Belbo looked at me as if I were a man who, seeing the Sistine Chapel, asks: Is this all?

“It may be the atmosphere—that it’s in a church—but, believe me, you feel a very strong sensation. The idea that everything else is in motion and up above is the only fixed point in the universe…For those who have no faith, it’s a way of finding God again, and without challenging their unbelief, because it is a null pole. It can be very comforting for people of my generation, who ate disappointment for breakfast, lunch, and dinner. ‘‘

“My generation ate even more disappointment.”

“Don’t brag. Anyway, you’re wrong. For you it was just a phase. You sang the ‘Carmagnole,’ and then you all met in the Vended. For us it was different. First there was Fascism, and even if we were kids and saw it as an adventure story, our nation’s immortal destiny was a fixed point. The next fixed point was the Resistance, especially for people like me, who observed it from the outside and turned it into a rite of passage, the return of spring—like an equinox or a solstice; I always get them mixed up…For some, the next thing was God; for some, the working class; and for many, both. Intellectuals felt good contemplating the handsome worker, healthy, strong, ready to remake the world. And now, as you’ve seen for yourself, workers exist, but not the working class. Perhaps it was killed in Hungary. Then came your generation. For you personally, what happened was natural; it probably seemed like a holiday. But not for those my age. For us, it was a settling of scores, a time of remorse, repentance, regeneration. We had failed, and you were arriving with your enthusiasm, courage, self-criticism. Bringing hope to us, who by then were thirty-five or forty, hope and humiliation, but still hope. We had to be like you, even at the price of starting over from the beginning. We stopped wearing ties, we threw away our trench coats and bought secondhand duffle coats. Some quit their jobs rather than serve the Establishment…”

He lit a cigarette and pretended that he had only been pretending bitterness. An apology for letting himself go.

“And then you gave it all up. We, with our penitential pilgrimages to Buchenwald, refused to write advertising copy for Coca-Cola because we were antifascists. We were content to work for peanuts at Garamond, because at least books were for the people. But you, to avenge yourselves on the bourgeoisie you hadn’t managed to overthrow, sold them videocassettes and fanzines, brainwashed them with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You’ve made us buy, at a discount, your copies of the thought of Chairman Mao, and used the money to purchase fireworks for the celebration of the new creativity. Shamelessly. While we spent our lives being ashamed. You tricked us, you didn’t represent purity; it was only adolescent acne. You made us feel like worms because we lacked the courage to face the Bolivian militia, and you started shooting a few poor bastards in the back while they were walking down the street. Ten years ago, we had to lie to get you out of jail; you lied to send your friends to jail. That’s why I like this machine: it’s stupid, it doesn’t believe, it doesn’t make me believe, it just does what I tell it. Stupid me, stupid machine. An honest relationship.”



“But I—”

“You’re innocent, Casaubon. You ran away instead of throwing stones, you got your degree, you didn’t shoot anybody. Yet a few years ago I felt you, too, were blackmailing me. Nothing personal, just generational cycles. And then last year, when I saw the Pendulum, I understood everything.”

“Everything?”

“Almost everything. You see, Casaubon, even the Pendulum is a false prophet. You look at it, you think it’s the only fixed point in the cosmos, but if you detach it from the ceiling of the Conservatoire and hang it in a brothel, it works just the same. And there are other pendulums: there’s one in New York, in the UN building, there’s one in the science museum in San Francisco, and God knows how many others. Wherever you put it, Foucault’s Pendulum swings from a motionless point while the earth rotates beneath it. Every point of the universe is a fixed point: all you have to do is hang the Pendulum from it.”

“God is everywhere?”

“In a sense, yes. That’s why the Pendulum disturbs me. It promises the infinite, but where to put the infinite is left to me. So it isn’t enough to worship the Pendulum; you still have to make a decision, you have to find the best point for it. And yet…”

“And yet?”

“And yet…You’re not taking me seriously by any chance, are you, Casaubon? No, I can rest easy; we’re not the type to take things seriously…Well, as I was saying, the feeling you have is that you’ve spent a lifetime hanging the Pendulum in many places, and it’s never worked, but there, in the Conservatoire, it works…Do you think there are special places in the universe? On the ceiling of this room, for example? No, nobody would believe that. You need atmosphere. I don’t know, maybe we’re always looking for the right place, maybe it’s within reach, but we don’t recognize it. Maybe, to recognize it, we have to believe in it. Well, let’s go see Signor Garamond.”

“To hang the Pendulum?”

“Ah, human folly! Now we have to be serious. If you’re going to be paid, the boss must see you, touch you, sniff you, and say you’ll do. Come and let the boss touch you; the boss’s touch heals scrofula.”


37

사람은 네 가지를 의심할 바에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게 낫다. 그 네 가지가 무엇인고 하니, 곧 위에 있는 것, 아래에 있는 것, 앞에 있는 것, 뒤에 있는 것을 이름이다. - 『탈무드』, 하기가 2. 1

  내가 가라몬드 출판사에 첫 출근한 날 아침, 사람들은 아불라피아를 설치하느라고 법석을 떨고 있었다. 벨보와 디오탈레비는 거명까지 해가면서 신들을 씹느라고 정신이 업었고, 구드룬은 불안한 시선으로 먼지투성이인 원고 더미 사이에다 이 요상한 물건을 설치하는 사람들을 좇고 있었다.

  ”앉게 까소봉, 금속사 출판 계획, 초안이 나왔네.”

  단둘이 앉게 되자 벨보는 색인과 각 장의 개요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면 계획을 펼쳐 보였다. 내가 할 일은 본문을 읽고 도판거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나는 정보 자료가 꼭 있을 만한 밀라노의 몇몇 도서관  이름을 대었다.

  ”그걸로는 기별이 안 갈 테니 다른 곳도 뒤져 봐야지. 가령 뮌헨의 과학 박물관에는 사진에 관한 한 굉장한 고문서관이 있다네. 파리에는 국립 공예원 박물관이 있고… 시간이 있으면 나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네.”

  ”재미있었나 보군요.”

  ”현란하지. 고딕 풍 교회에 우리 시대 기계 문명의 찬란한 승리가 숨쉬고 있다네…”

  그는 말을 이으려다가 책상 위에 놓인 문건을 추스르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자기 말에 너무 무게를 싣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천천히 덧붙였다.

  ”… 그리고 진자가 있네”

  ”무슨 진자요?”

  ”진자 말이야. 푸코의 진자…”

  벨보는 이러면서 내가 이틀 전 토요일에 보았던 모양 그대로 그 진자를 묘사해 보였다. 아니, 내가 그 진자를 그런 모양으로 본 것은 벨보가 그렇게 보도록 미리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지나친 관심을 보인 것이 탈이었다. 벨보는, 내가 시스티나 성당을 다 구경하고, <이게 전부요> 하고 시담잖게 묻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면서 설명했다.

  ”푸코의 진자가 있는 곳이 교회여서, 말하자면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네. 이 진자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 만물은 움직인다, 그러나 저 위, 우주 어딘가에는 불변하는 단 하나의 고정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 신심이 없는 사람도 이걸 보노라면 신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어 있어. 무신론을 청산하게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닐세. 왜냐… 그 불변하는 극점 역시 공일 테니까. 따라서 하루 세끼 절망을 먹고 사는 우리 세대에게는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제 세대는 더 지독한 절망을 먹고 사는데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닐걸세. 당신 세대에 절망은 하나의 국면이거든. 당신 세대는 그래도 <까르마뉼>도 부르고 반동의 거리 방데 가로 뛰쳐나갈 수 있었거든. 하지만 우리 세대는 달라. 우리 세대의 태초에는 파시즘이 있었네. 우리가 어린 시절이어서 그게 무슨 모험담처럼 들리기는 했어도, 어쨌든 우리에게는 우리 나라의 영원한 숙명에 대한 인식이 하나의 고정점으로 존재하고 있었네. 그 다음의 고정점은 레지스땅스… 레지스땅스 운동을 구경하고 있던 나 같은 방관자 세대에게 그것을 통과의례, 혹은 춘분제냐 하지제냐… 나는 이걸 종종 혼동하거든, 하여튼 그런 것이었네. 그 다음의 고정점을 신으로 옮긴 사람도 있고, 노동 계급으로 옮긴 사람도 있네. 이 양자를 고정점으로 삼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지식인들은, 세계를 개조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건강하고 잘생긴 노동자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신이 나고는 했네. 그러나 지금은, 당신도 잘 알겠지만,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 계급은 없네. 어쩌면 헝가리 같은 데서 집단으로 살해당한 것인지도 모르지. 그 다음에 당신네 세대가 왔어. 당신들 세대에게, 그 시대 일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휴가 즐기는 기분으로 시위에 가담했을 테지. 그러나 우리 세대에게는 그렇지 못했어. 우리에게 시위는 보복, 가책, 후회, 갱생의 순간순간이었네. 우리는 처절하게 실패했는데 당신네 세대는 열성과 용기와 자기 비판으로 무장하고 나타나 당시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이던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희망과 굴욕감이었네만 어쨌든 희망은 있어 보였지.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어도 당신네들을 본받아야 했네. 그래서 우리는 넥타이를 풀고, 트렌치 코트를 벗어 던지고 중고품 반코트를 샀네. 제도권 섬기는 것이 싫다면서 직장을 때려치운 사람들도 있었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지나치게 열을 내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눈치였다. 자제를 무너뜨린 데 대한 일종의 사죄 표현 같은 것이었다.

  ”… 그런데 당신들 세대 역시 포기하고 마는군. 우리는 아우슈비츠를 향하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코카콜라의 광고 카피 쓰는 것도 거부했네. 반파시스트로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던 거지. 우리 세대는 가라몬드 출판사에서 일하는 데 만족하네. 적어도 책은 민중을 위한것이니까… 그러나 당신네 세대는, 당신네 세대가 전복시키는 데 실패한 부르주아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이들에게 비디오 카세트와 오토바이 광을 위한 잡지를 팔고, 선과 오토바이 정비 기술로 이들을 세뇌시켰네. 나는 당신네 세대가 모택동의 사상을 복사해서 우리에게 헐값으로 팔고, 그 돈으로 폭죽을 사서 새세대의 창의력을 자축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우리가 부끄러워하면서 인생을 조심조심 살고 있을 동안에 당신네 세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일을 했네. 우리에게는 볼리비아 민병대와 맞설 용기가 없었지만 당신네 세대는 거리를 걷고 있는 불쌍한 볼리비아 민병대의 등을 쏘는 짓도 사양하지 않았네. 10년 전에 우리 세대는 당신네 세대를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네만, 당신네 세대는 친구들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네, 그래서 나는 컴퓨터 같은 기계를 좋아하네. 컴퓨터는 어리석네. 믿지도 않고 내게 믿음을 강요하지도 않아. 내가 하라는 대로 할 뿐이지. 어리석은 나와 어리석은 기계의 관계… 정직한 관계 아닌가.”

  ”하지만 나는…”

  ”까소봉, 당신에게는 죄가 없어. 당신은 돌멩이를 던지는 대신 달아났고, 학위를 땄고, 아무도 쏜 일이 없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당신한테서 위협을 느끼고 있었네. 개인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세대간에 되풀이되는 위협 같은 것이었네. 그러다가 작년에 푸코의 진자를 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

  ”모든 것인가요?”

  ”정직하게 말하면 거의 모든 것을… 까소봉, 그 진자까지도 가짜 예언자라네. 사람들은 그 진자를 바라보면서 우주 속에 있는 하나의 고정점을 상정하겠지만, 그걸 박물관 천장에서 떼어 내어 사창굴에 매달아 놓는다고 하더라도 진자의 움직임은 달라지지 않네. 뿐인가, 진자는 도처에 있네. 뉴욕의 유엔 본부에도 있고, 센프란시스코 박물관에도 있네. 진자는 도처에 있네. 어디에다 매달아 두든, 지구가 자전하는 한 푸코의 진자는 부동점을 중심으로 진동하게 되어 있네. 따라서 우주의 모든 점이 불변의 고정점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진자를 부동점에 걸어 놓기만 하면 되는 걸세.”

  ”신 또한 도처에 있다는 뜻이겠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진자가 나를 헛갈리게 하는군. 진자가 내게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 내게도 무한자가 있다… 나의 무한자는 어디에다 걸어야 할 것인가 하는 숙제. 그러니까 진자를 섬기는 것으로는 안 돼. 나름의 진자를 어디에 걸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아직은?”

  ”그런데 아직은… 당신 내 말 진지하게 듣지 않는 것 같군. 좋아, 상관없어. 우리 세대는 사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아닌 걸… 당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수많은 곳에다 진자를 거는 일로 세월을 보냈지만 진자는 흔들리지 않더라, 그런데 공예원 박물관에서는 흔들리더라…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 당신은 우주에 특별한 곳이 있다고 생각하나? 가령, 이 방의 천장 어디에 특별한 한 점이 있는 것일까? 없어. 그런 걸 믿는 사람은 없어. 그래. 분위기가 중요할거라. 모르겠어. 우리는 늘 그 점을 찾고 있고, 실제로 그런 점은 우리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것은 그렇고, 가라몬드 사장을 만나러 가야겠지?”

  ”만나서 진자를 달아야겠지요?”

  ”농담이 아닐세. 지금부터는 좀 진지하게 굴 필요가 있네. 월급을 받으려면 사장이 당신을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도록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하네. 가세. 가서 사장으로 하여금 당신을 좀 만지게 하세. 사장의 약손에는 연주창도 낫는다네.”
2014/01/07 23:10 2014/01/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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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14/01/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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