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다. 미끈매끈한, 손길이 닿으면 찰싹 감아 올라오는 기름종이 위에, 금방이라도 묻어나올 듯한 수성펜으로, 궁서체도, 굴림체도 아닌 흩날리는 글씨체로, 쉼표와 줄임표 사이에 들숨과 날숨이 느껴지는. 머릿속과 입가에 머물다 몇 번을 되새김질하여 기어코 미끄러지고 마는, 주저함과 설렘과 후회와 소망이 오롯이 내려앉은, 여전히, 후지고, 낡고, 장황하고, 중언부언하고, 고색창연한, 그 글을. 수십만 표제어 중에 단 하나의 표제어에 대한 정의를. 한 자 한 자. 애달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