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12/04 03:37

약값 만원을 건내는 혜란에게 인구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아무 말 못한 채 거스름돈만을 내밉니다. 약국을 나서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혜란의 뒤편으로 애꿎은 돈을 바라보는 인구의 모습이 스칩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 아니 어느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피로에 지쳐 쓰러진" 강아지를 박스에 넣고 파는 할머니의 좌판처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틋함이 순간 흐트러져 피어오릅니다.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여기까지만 하죠 우리. 라는 말 앞에서. "나도 쉽지가 않아요" 가 아니라 "우린 쉽지가 않겠어요" 란 말이 동대문 운동장 벤치 사이로 휑하니 퍼져나갈 뿐입니다.

히말라야와 즐거운 나의 집도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닐 거에요. 혜란이 꺼내 입은 약사 가운과 또박또박 울려 퍼지는 국민학생 인섭의 목소리 같이 언젠가 꿈꿔왔고, 그러나 한편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인 듯싶어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그 둘의 쉴 곳은 탑탑한 드라이브인시어터 한켠 이었고요. 혹자는 여러 말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진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이리 채이고 저리 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산한 삶의 무게가 그 둘 사이를 돌고 관객 사이로 돌아 한줄기 메아리로 공명하고 있었지요. 씨발 좋다. 정상에서의 인구의 외마디가 그 어떤 비어의 범주를 넘어 한껏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테고요. 이렇게 사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흐무러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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