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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소설 : total 18 posts
2005/05/12 그 오후녘의 햇살앞에 (5)
2005/04/29 얕은 그림자 (3)
2005/03/04 어느 오후 
2005/03/04 탄성계수 
2005/01/04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04/12/13 99년이라면 모를까 (2)
2004/12/03 5분내로 (6)
2004/12/02 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2004/11/23 10월 11일 오후 5시 17분 (2)
2004/10/22 10월 15일 오후 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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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오후녘의 햇살앞에  [자전소설]

텅빈 승강장의 적막감에 별 저항할 도리없이 엎드린 채로 소소하게 남은 하루에 일말을 포만감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겨본다. 언제나 변함없는 일상은 매너리즘을 넘어 감정속에 매마른 빈한의 비수를 날리고 사라져만 간다.

거짓 웃음에 익숙해진 이와 하릴없는 넋두리에 익숙해진 이의 만남은 텁텁한 여운만을 남긴채 삶의 걍팍함만을 덧 씌운다. 누군가 감정의 칼집은 필요없다 말하지만, 그 칼에 베여 나가는 건 언제나 그 자신이다.

또 다시 청산해야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굴레는 발목을 잡아 끌며 놓아주질 않는다. 덧없는 소속감에, 허명에 익숙해 질 수록 그 검은 늪에선 발을 옮길 수록 조금씩 더 침전해갈 뿐이다.

이렇게 부유하며 존재감을 옅게 만들어 갈 수록, 패배감을 위안삼아 갈수록 존재의 형식도 존재의 저편도 더 없이 요원해 질뿐이다.

오래 떠나왔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옛집 근처로 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허나 지나온길을 보며 이렇듯 한 숨만을 짓고 있다. Way Out 앞에 스스로 No 란 표식을 덧붙인채로...

여름이다. 더 없이 지쳐갈 나약함에 부쳐,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계약은 만료될 것이고 다시 시간은 원상복구 될것이다. 어떻게 되던 승강구를 올라가야 함은 분명하다.

다소간의 여유 속에 나눌 수 있을 온기가 조금이라도 채워지길 바란다. 헛된 꿈으로의 도피가 아닌 진실된 현실과의 생동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이 바람이 단지 선언에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

강을 건너고 있다. 마지막 까지 찬연히 타오르는 빛이 저 강물을 데우고 있을 것만 같다. 해질녘의 오후는 너무나도 안온하다.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을 약속된 회귀 만으로도...

비 개인 그 오후녘의 햇살앞에 숨쉬고 있음을 사뭇 깨달은 그 였다. 그의 하루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는지 모를일이다...


lunamoth@palm


이글은 메일 블로깅을 통해 자동생성되었습니다.
Tungsten C / Wi-Fi
2005/05/12 18:40 2005/05/12 18:40



Posted by lunamoth on 2005/05/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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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얕은 그림자  [자전소설]

춘래불사춘을 뒤늦게 꺼내든 그에게 당혹스런 여름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른 감이 없지 않을까 했던 반팔 남방 만이 따사로운 그 금요일 오후를 반갑게 맞이 하는 듯 했다.

금요일 오후, 마음이 가볍기 그지 없을만도 한데 그의 감정선들은 알수없는 오류등의 팝업창을 띄우며 다운되기 시작했다. 그 복구불가능한 얕지 않은 감상의 늪으로... 무엇 때문일까?

쇼핑을 하면 좀 나아 질까 싶었다. 그 동안 벼르고 있던 책들을 하나 둘 생각하며 대형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의 손으로 직접 고른 책을 꺼내들고 책장을 하나 둘 넘기며 잠시 글의 내음을 맡는 순간, 그 순간에 중독된 것이 오래전 부터 그의 발길을 멈추게 했을 터였다.

허나 도서위치출력지는 그런 그에게 흡사 조소를 보내는 듯 했다. 베트남인이 쓴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이 해외 에세이와 국내 소설의 탈을 쓴 채로 그를 불편한게 만들었다. 흥취를 잃은 그는 이내 책찾기를 포기하고 북마스터에게 부탁을 했다.

그리하여 책 몇권을 바리바리 싸들고서는 다시 추방된 사람들이 밀려오는 지하던전 속으로 향했을 즈음, 그에게 엄습해 오는 건 양식을 채운자의 포만감이 아니라 도서정가제를 충실히 자행한자의 자괴감이었다. 다운된 기분 사이로 오천원 선에서 멈춘 마일리지와 캐시백 포인트가 딱 그만큼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위 지름의 충복하며 잠시 마음을 맡겨 봐도 돌아오는 건 결재완료 문자메시지 뿐이란 것을...

그가 탄 지하철 속의 때이른 냉기가 한줄기 환기의 바람을 넣기라도 한것일까... 그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 자신의 것이 아닌듯 돌아가는 시간과 그 시간 속을 배회하며 또 용인 할 수 밖에 없는 불가역성에 넌더리를 치며 자학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금요일 늦은 저녁 반팔 남방에 묵직한 책꾸러미를 손에 든 그 남자뒤로 얕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점멸을 지난하게 반복했을 가로등 아래서... 나약한 영혼의 그림자와 함께...


- Tungsten C
2005/04/29 20:19 2005/04/29 20:19



Posted by lunamoth on 2005/04/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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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오후  [자전소설]

오전 나절 할당된 위장목 작업을 마치고 진지 전방에 설치된 낙석 뒷편으로 다시 모였다. 얼마 안있어 닷지가 저편에서 앝은 모래를 끌며 올라오고 있었다. 식사추진. 넓게 틔인 맑디 맑은 하늘 아래 어느 오후녘의 공기속에서 아직 한겨울의 얕지만 살갗으로 파고드는 찬 미풍이 불어오고 있다. 8절 8매의 김을 날리지 않으려 애쓰는 한 유탄수가 보인다.

처음으로 ○고지에 올라왔을때 한 고참이 그를 이끌고 교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리고 그에게 지난 날의 행보를 사뭇 과장스레 읖조리며 나름의 충고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 회한의 아련함과 "밥"을 초월한 교감에 그는 꽤나 감격스럽기까지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 날이 처음이였으리라. 오랜만에, 깊숙이 들여 마신 연기로 인해 약간의 혼미함이 따라왔을 때가. 그 맛을 잊진 못할 것이다.
.
.
.

그는 어느 오후 길을 지나며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한 군인. 얇디 얇은 정장과 약장 그리고... 저 부대마크와 저 비표... 아직도 밤새 산마루를 오르내리고 있을까. 며칠간 쌓은 돌무덤이 아직 남아있기는 할것인가... 등 일속. 어느새 그 위장복 뒷편으로 닷지 한대가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2005/03/04 22:14 2005/03/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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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성계수  [자전소설]

이런 거지. 팽팽하게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거야. 언제 끊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 다만 최대한 길게 늘여지는 순간 그 순간만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간격을 넓혀 가는 거야. 아니 요지는 그게 아니라고. 한순간 그 모든 긴장감이 일거에 풀려버리는 순간 탄성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중요해 어느 쪽으로 끌려갔는지, 끊어진 부분의 자취는 어떤지 그건 별 소용이 없어. 단지 치솟아 오른 팽만한 긴장상태의 해소에서 오는 그 여운만이 그 빈자리를 채울 뿐이야. 그냥 절단해서는 결코 안돼. 기나긴 팽창상태를 못 견뎌 포기해 버린다면 후일 단지 잘려버린 두 가닥 선이 남아있을 뿐이야. 잊지 말라고 끌어당길 때 걱정해야 될 것은 잘려진 선의 자취가 아니라 한치 정도 늘어난 길이와 달 뜬 상태에서의 급전직하로 인한 공허함이라고. 그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차곡차곡 쌓아둔 내압의 흔적들 일 테고. 그래 그래서 당길 거니? 자를 거니? 언젠가 끊어지더라도 말이야.
2005/03/04 02:00 2005/03/04 02:00



Posted by lunamoth on 2005/03/0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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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자전소설]

공허한 웃음으로나마 하루를 휘발시켜가며 텁텁한 일상의 위안으로 삼아보려 하지만 또한 그뿐이다. 늘어만 가는 것은 부치지 못한 편지와 쌓여만 가는 책들과 다시 다가오지 못할 순간순간의 마주침 들이다. 무엇이라도 해나가고 있다는 식으로 날 용서하고 싶지만 때론 그 합리화조차 뜻 모를 비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기나긴 여행이 평탄치 못함을 애써 넋두리 삼아 풀어내는 것조차 한낱 투정에 불과할진대. 또한 그렇게 풀어놓는 것만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고해의 순간인 것처럼 느껴지니...

남겨진 것들이 그리고 버리지 못한 것들이 슬그머니 수면위로 떠올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건넨다. 아직도 더 할 것이 남아 있느냐고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공간도 애써 내세울 깜냥도 네 손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그렇게 쉼없는 되뇌임이 공명할 때쯤이면 날 패잔병으로 꾸며 한푼 동정을 구한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그 어떤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허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따라오는 그림자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하나의 길을 힘들여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시 제자리였다. 하나도 단 하나도 다른 게 없는 것만 같았다. 지난한 고열은 비분의 눈물로는 치유될 수 없었다. 냉정을 되찾고 청색불이 들어오는 대로 건너가자고 다짐해 보지만 생각 속에 갇힌 채로 한 걸음조차 때기 힘들어 한다. 그 나약함을 가까스로 발견할 때가 돼서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지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무의미한 되새김질을 할 뿐이다.

너무 많이 잊었고 너무 많이 잃었다. 누군가 말을 건넨다. "행복은 망각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망각 속에서만 살아가선 안된다."고... 바랬던것이 그것만은 아니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필요로 했고 점점 의존했으며 나중에 가서는 중독되어 버렸다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잊었는지도 잊혀졌다고.

오늘의 웃음이 실체 없이 증발될 것임을 안다. 내 속의 웃음을 찾게 될 때까지는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디로 가고 있든 제자리가 아니라면 언젠가 그 속에 닿을 날도 오리라. 하루하루 절망을 먹고 살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멈춰버릴 수는 없다고. 그렇게 신발끈을 조여 본다.
2005/01/04 03:25 2005/01/04 03:25



Posted by lunamoth on 2005/01/0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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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이라면 모를까  [자전소설]

그건 물론 방황이었고 도피임에 분명했지. 어디로 가던지 던져지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였지. 명확한 것은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는 것뿐이었고. 나를 매료시켰던 것은 그 현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채로 모든 것을 망각한 듯이 공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뿐이었지. 나를 가둬둔 것은 그런 자격지심 속에서 발아한 내면의 감옥이었는지 몰라.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도 그래서 일 테고.

글쎄 99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을 거야. 한번은 자의적으로 버렸었고, 한번은 아무런 의지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었지. 누구든 결코 버릴 수 없는 그 그림자 말이야. 숨은 그림을 찾을 때는 결코 그 그림 자체에 빠져들면 안 돼. 오롯이 앉아 그 정형화된 사물들의 잔영을 엿볼 수 있어야 될 테고. 그 단면들만을 찾아 괜한 오해를 살까 염려되기도 한다만. 이제 그때의 나를 찾게 된다 하더라도 그리 두렵지는 않을 듯해. 보잘것 없었지만 한 때나마 끊임없이 타오르던 시기였음으로.

참 아직 답글은 쓰지 않았어. 언제쯤 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고. 다시금 얼마간의 평안을 되찾고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쯤일 것 같긴 한데. 나 또한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내길.

"끝 모를 심연에서 태어나 끝 모를 심연에서 죽는 우리, 빛나는 그 사이를 우리는 삶이라 부른다. 태어나자마자 회귀(回歸)는 시작되는 것.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뒤로 돌아가는 것. 우리는 매순간 죽는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외쳐왔다. 삶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싸움을 시작한다. 창조에의, 이름에의, 물질을 생명으로 바꾸는 것에의 싸움을. 우리는 매순간 태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또 외쳐왔다. 불멸이야말로 덧없는 삶의 목표라고! 잠시 살다 가는 인생 속에서 이들 두 흐름은 충돌한다. 하나는 이룸과 생명과 불멸을 향한 상승의 흐름으로. 하나는 해체와 물질과 죽음을 향한 하락의 흐름으로. 원초적 본질의 깊은 곳에서 솟는 이 두 흐름, 삶은 애초엔 우리를 더없이 놀라게 한다. 뭔가 법을 초월한 듯이, 뭔가 자연을 거스르는 듯이, 뭔가 어두운 영원의 샘에 잠깐 반동하는 듯이 보이는 삶.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내려가면 갈수록 우리는 삶이란 시작도 없고 결코 무너뜨릴 수도 없는 우주의 힘 그 자체임을 느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우리들- 식물과 동물과 사람-에게 싸움의 용기를 주는 초인의 힘은 어디서 오겠는가? 그러나 상반되는 이 두 힘은 모두 거룩하다. 그러므로 이들 두 거대하고 무한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을 조화시키고 감싸 안을 수 있는 비전을 붙잡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그리고 이 비전으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 이 또한 우리들의 의무이다."
2004/12/13 02:10 2004/12/13 02:10



Posted by lunamoth on 2004/12/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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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내로  [자전소설]

5분 내로 간단히 글을 쓰고 잠들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뿐이다. 타들어가는 연기 속에 의식을 놓고 있어도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흐름에 맡긴 채로 다시 일상 속으로 처연히 숨어들어 가면 그뿐이다. 이제 또 다시 4분.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은 마음은 이미 의지의 빛을 소멸한 채로 한낮의 텁텁한 헛기침으로 사그라지고 말았다. 몇 킬로미터를 조용히 조용히 걸어왔다.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뭘 하는 것이냐 라는 짧은 되뇜만이 공명할 뿐이었다. 어디에도 그럴듯한 사색의 그림자나 회상의 시간은 찾을 수 없었다. 짧디 짧은 일련의 순간의 포착들만이 하루에 기억 속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6개월치 건전지가 더 준다는 천원 한 장짜리 고휘도 LED 열쇠고리와 (설령 전방 1km를 뻗어나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샀어야만 했다.) 알 수없는 애수를 동반케 했던 오뎅장수의 데인 손목을 뒤덮은 붕대와 알 수 없는 악다구니를 놀리고 있던 술 취한 노부의 목소리도 우울한 공명을 더해 이루지 못한 잠의 변명거리를 더해준다. 점점 아래로만 향하게 되는 신산 한 모랫바람 속에서도 무신경하게 외쳐만 대는 저들의 바람에 일부분이나마 타협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종이 울리는 대로 짐짓 금연이라도 시작할 터이고. "이런 벌써 10분이나 허비해 버렸군. 그리고 액션." "이제 곧 망각을 향해 최고속도로 급강하할 예정이오니 모두들 안전벨트를 단단히 착용해주십시오."
2004/12/03 02:17 2004/12/03 02:17



Posted by lunamoth on 2004/12/0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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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자전소설]

보관메시지01
바람을 붙잡고 소리를 듣는다/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삶이란 반납기한을 넘긴 대출서적과도 같아. 처음에는 모두가 원대한 기대를 가지고 책을 뽑아들고는 한장 한장 넘기게 되지. 하지만, 곧 현실의 속도감과 괴리감 속에서 이내 내가 던진 게 또 하나의 무리수였음을 자각하게 되지. 결국, 채 제1부를 끝내기도 전에 책은 책장 한 켠으로 치워진 채로 잠들어 버리지. 그러다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겠지. 아니면 기억 못 한 달력표시를 보고 한참을 생각하다 도서관으로 향하겠지. 돌아오는 건 연체기간 내 반납금지라는 외마디일 테고. "몹시 궁색해"진 채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봐도 보이는 건 점멸중인 청색 신호등 불빛뿐. 그러다 집에 돌아와서는 문득 깨닫게 되지. 이미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책들조차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2004/12/02 23:09 2004/12/02 23:09



Posted by lunamoth on 2004/12/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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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일 오후 5시 17분  [자전소설]

꿈을 꿨어. 얼마 전에. 그게 네가 관련된 꿈이었는지 모르겠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무언가를 애타게 찾거나,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그런 상황. 깨고나면 희미한 잔상만이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히곤 "꿈같이" 사라져 버리는. 네가 쓴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그 의미를, 함의의 무게를 가늠하며 헛된 희망을 꿈꾸는 순간도 그런 미망에 불과하겠지. 그렇겠지. 그런 미온의 관계 속에 덧칠된 감정의 사금파리를 찾아 헤매 이며 지칠 동안, 어느새 난 해질 무렵까지 흙장난에 열중인 어린아이가 돼버리곤 해. 작달비 속에서도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로 공놀이를 하던.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애초부터 우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수평선이었을 거라고.
Sgt. lunamoth.
2004/11/23 18:31 2004/11/23 18:31



Posted by lunamoth on 2004/11/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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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5일 오후 4시 59분  [자전소설]

가끔 뒤돌아 보면 지나온 길이 아득히 멀리 보여 언제 어디서부터 이 길로 들어섰는지 모를 때가 있어. 마치 정신을 놓고 조금씩 사그러 들어 필터 앞까지 놓인 담뱃재를 쳐다 볼 때의 느낌이랄까. 삶을 규정 짓는 것이 곡절의 여정이 아닌, 합리적이고 타당한 목적과 명분이 아닌 즉물적 성과물의 단계로 환치된 것 또한 오래전 일일 진대. 이제와 새삼스레 길에서 길을 묻는 것조차 의당 어리석은 재귀호출에 불과할 테지만. 삶의 걍팍함과 비루함 속에 어차피 위안 삼아 보는 것은 하릴없이, 안일하지만 때론 환상의 여백을 남겨둔 과거형 시제 일 테니...
2004/10/22 13:47 2004/10/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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