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5 그대로부터의 시작 (18)
2007/10/14 2007 서울 세계 불꽃 축제 (6)
2007/08/25 바다 곁에서 (6)
2007/07/13 애수의 소야곡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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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라디오 스타에서 말했던 그 지점에 내가, 그리고 그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가 서 있는 듯싶다. 문득 뉘어진 CD 한편을 바라보니 같은 하늘 아래가 들어 있을 4집이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꺼내 듣기엔, 왠지 빛바랜 앨범 재킷 마냥 낡고, 남루해 보이기만 하다. 더 이상 부르지 않는 그와 듣지 않는 나 사이의 엄정한 간극 마냥.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 "그대여 난 오늘도 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달래보고 있지만…" 반복되는 부름자리에 얼핏 모사의 대상이 되곤 하는 그럴듯한 품새가 겹쳐 보인다. 그 고독하고, 우수 어린 곡들로 채워졌을 공테잎과, 새벽녘 라디오 선곡들도 함께. 가끔 1집에 수록된 또 다른 만남을 위해를 찾아 듣곤 한다. 그 담백하고, 여린 숨결이 쉬이 다가와서일까? 아니면 언젠가 갈무리해뒀던 색인처럼 뇌리에 새겨진 곡이어서일까?
tags: 김민종, 또 다른 만남을 위해, 불후의 명곡

나름 사소하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애써 의미를 찾아 그 안에서 위안을 삼는다. credo quia consolans "마음을 달래 주기 때문에 믿는다". 거개가, 어디를 가던, 그 은밀한 조삼모사의 유혹은 계속된다. Cogito virus 에 걸린 오토레이브 마냥, 무력감에 빠진 채 쌓인 눈을 바라보며, 이 겨울을 걷는다. 언젠가 눈을 뜨면 한동안 가려진 환부들이 성난 두억시니처럼 달려들 듯싶지만, 지순한 면죄부를 내밀며 한동안 무임승차를 할 뿐이다.
'체념'과 '기대'라는 노래가 함께 들어 있는 어느 앨범을 다시 들었는데, 어느샌가 '그대로부터의 시작'이란 곡에 별점을 주고 있었다.
tags: Ergo Proxy, 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그대로부터의 시작, 정재형


IMGP3017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한강에 갔다. 어째서인지 사진을 사백여 장이나 남긴 우리에게는, 그때 눈앞을 수놓았던 작은 우주가 팽창했다 소멸하는 풍경들이 귓가에 맺힌 폭음과 함께 떠오르곤 했다."
2007-10-15 오전 12:27
불꽃축제 by shumahe
tags: 2007 서울 세계 불꽃 축제, Fireworks, Fireworks Festival, Photo, Seoul International Fireworks Festival 2007, 불꽃, 불꽃축제, 사진

tags: Brett Anderson, By the Sea, Suede, The Defection of A.J. Lewinter,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무정한 짐승의 연애, 물物과 나눈 이야기, 수덕사의 여승, 이응준

어딘가에 묶여 있음을 비로소 실감할 때가 있다. 24인용 천막 한 귀퉁이 붙어 있던 명패와 적절히 분배된 편제 하에 생경한 보직 옆의 내 이름을 본 그날도 그러했으리라. 포병부대 인사과에서 민사대대 치안반으로. 추억 속으로 흩어진 이들은 거대한 망상조직 하에 그렇게 다시 모여, 금세 끝날 것 같지 않은 지친 잠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선배님 좌상탄입니다. 빗소리는 폭음과 화음을 맞춰서 간헐적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차박차박, 텅텅. 두발만이 표적지를 비켜갔다. 쉼 없이 아니 느슨하게 이어지는 식사와 잠, 교육들.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난 한 귀순용사의 강연, "모더니티가 튼실하게 현존재들의 삶을 틀어쥐고 있는 지금", 그가 말하는 "이 시대의 스펙터클"이 귓가를 잠시나마 공명케 했다. 한명의 아저씨와 한명의 동창을 만났고, 반권의 소설책과 두갑반의 담배를 피워냈다. 그리고는 PT 사이로 스며든 유우머 폴더의 헛헛한 플래시처럼, 나직이 전쟁의 상흔을 가리는 재건부대의 윤색화를 보며 세 번째 동원훈련을 마쳤다. 그래 여기까지만.
"너는 알아? 몰라? 모르지. 나도 모른다. 그치만 이건 알겠어. 너 때문은 아니라는 거. 그건 남희도 마찬가지지. 우리가 그랬다면 그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야. 내 사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러니까 병신 짓 그만 하고,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기다리지 말고, 얼른 와라. 우리가 밥 먹듯이 하는 낙법이란 게 뭐냐. 팔 한쪽을 부러뜨리는 대신 목숨을 구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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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한 주 내내 나를 채근하고 있다. 애먼 사소취대 얘기는 물론 아닐진대, 《황색눈물》에서 에이스케가 말하는 교훈조의 성장통에 대한 긍정보다도, 《미스 리틀 선샤인》 의 프랭크의 경구보다도 한없이 포근한 위로로 다가왔다.
그 진득한 울림 속에서 안심하고 있었지만, 빗소리에 잦아드는 어둠 속에서 다가온 외마디 정권에 하릴없이 스러진 채로 허울좋게 방기했었던 이들을 복기할 수밖에 없었다. 차박차박, 텅텅.
"먼 훗날 나는 사랑했던 그녀가 아니라, 그게 사랑이었음을 겨우 깨닫고 쓸쓸해하는 나를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고통이 염주알처럼 단단해진 밤, 나는 달에 엎드려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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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고양이를 향해 나비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을 거야.
나는 너무 오래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게
이렇게 속삭여.
나비야—
나비야—
붉은 지붕에 오르렴.
올라
흐르는 흰 구름을 보렴.
어서 날아가라,
내 나비야.
tags: Army, Book, Reserve Forces Training, 동원훈련, 애수의 소야곡, 약혼, 예비군, 이응준, 인형이 불탄 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