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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6 오랜 짐 비우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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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짐 비우기  [길 위의 이야기]

요 며칠 간 나름대로 애써가며 진행해온 방 청소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게 뭐 대수랴 하는 이가 있겠지만, 내게 방 청소는 다소 다른 의미가 있다. 언젠가 얘기한 적도 있는 것 같지만, "낡고 보잘것없는 물건을 죽어라고 간직하는 사람" 쪽에 가까운지라 한번 정리를 할라치면, 모든 것을 꺼내고, 그 중에서 간직할 것과 버릴 것을 나누고, 우선순위별로 재구성해내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번에도 쌓인 먼지와 잡다한 서류들이며 잡동사니들을 보며, 다시금 비울 수 있을 때 비워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웬일로 각종 영수증은 버리지 않고 모아놓았는지. 그나마 다행인 것이 CD/DVD 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일일이 케이스와 짝을 찾아 정리할 생각을 해보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어쨌거나 하나 둘 정리해서 채워넣고, 10년 후에도 다시보지 않을 것들을 과감하게 찢어 버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물론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표를 정리하며, 잠시 상념에 잠기며 작년에는 예순 번이나 극장을 찾았군, 이천년 구월 십이일에 공동경비구역 JSA 를 보았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영화표들과 "막막함과 먹먹함, 그 수식어에 묻어나오는 갈증과 건조함을 뒤로 한 채 제게도 마지막 날이 주어졌습니다."로 시작해 "떠나서 바라보게 된다면 얼마나 수긍하고, 인정하고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겠지요."까지 쓰다 만 전역 소감문, 루나틱돈2 매뉴얼, 로드 러너 캐릭터가 그려진 생애 첫 손목시계처럼 결코 버릴 수 없는 것들은 여전히 남아 상자와 서랍 속에서 기나긴 잠을 잘 것이다. (물론 유지태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천리안 전용 브라우저 CD는 이번에 드디어? 처리될 예정이다 :|)

이제 남은 것은 책인데. 책꽂이가 부족해서 조만간 "그냥 드립니다" 란 제목의 글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윤기님처럼 MDF 박스 몇 개를 구해봐야 될듯싶다.
2006/10/06 22:20 2006/10/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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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0/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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