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어렴풋이 작은 점으로 보이는 두 남자의 궤적을 좇던 것도 몇분 전 이제는 종적조차 묘연해졌다. 한줄기 강바람만이 흐르는 땀을 식히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름대로 잘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덧 차이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호승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MTB 를 따라잡는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던 것일까? 20인치 바퀴의 6단 미니벨로로는. 그럼에 청둥오리처럼 내내 허우적거려야 했던 건 당연한 귀결. 한강철교를 지나고 광진교를 지나왔어도 보이지 않았다. "본좌급" 라이더 두 명을 압도하기에는 (그것도 스포시엘 캐쥬얼의 속도로는) 무리였나 싶다.
다소 아쉬움을 남긴 채 한낮 추격전을 포기한 채로 갈증해소음료 게토레이를 마셔댔다. 어찌됐건 만족스런 라이딩었다. 이렇게 한강을 느껴본 것도 몇 년만이고. 달리면 달수록 빠져드는 몰입감, 지면을 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순간들, 오가는 바이커들에게서 건내오는 무언의 응원들, 그 정직한 기계("...믿지도 않고 내게 믿음을 강요하지도 않아. 내가 하라는 대로 할 뿐이지. 어리석은 나와 어리석은 기계의 관계... 정직한 관계 아닌가")와 하나가 된 이들과의 행복한 조우를 체감한 것도 오랜만일 터였다.
계속 달리지 않아도 좋다. 잠시 숨을 돌려가며 비켜 앉아도 좋고, 수풀 옆 벤치에 앉아 몇 편의 수필을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선율과 맞바람 느끼며 페달을 밟아가는 혼연일체의 순간도 좋다. 그저 자전거와 함께라면...
영광의 상처를 뒤로 한 채 길들임의 시간을 가진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미치도록 달리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왜 이런 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한낮 한강변에서 보는 서울은 또 달라 보였다. 그리고 그 안을 달리는 이들 속에 내가 있었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대체 내 앞을 달리던 두 남자는 어디까지 갔을까?
덧. 배형진군도 아닌데 무리한 것 같기도 했다. 자전거를 차곡차곡 접어 근처 지하철을 탈까도 생각했지만 지하철에 폴딩 바이크를 들고 타는 "개념업는" 자전거남의 사진을 보게 될까 두려워 포기했다. 뭐 다 필요 없다. "조난 달리는 거다."
- Tungsten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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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앞에 가던 두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길 위의 이야기]
(14) comments
2005/06/08 18:16
2005/06/08 18:16
Posted by lunamoth on 2005/06/08 18:16

스피드에 대하여 x
【 Tracked from 컨텐츠 프로덕션 '미디어브레인' at 2005/06/26 01:27 】
나는 속도감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차를 몰고 춘천과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군산을 지난 구간에서 220km로 달려보긴 했지만, 그래서 10만원짜리 딱지 끊어봤지만 ^^ 그건 속도감을 즐긴다기 보다는 급했기 때문이라..
| 경미한 부상 [길 위의 이야기]
(6) comments
손바닥, 왼쪽 팔꿈치, 양쪽 무릎에 가벼운 찰과상 정도. 오랜만에, 맺혀가는 핏빛을 보고 있노라니 더 끓어오르는것 같다. 이 순수한 분노. 뭐 어쩌랴 예측할 수 없던 일인걸. 밥을 먹고 약국을 들러야 겠다. 그런데 포비돈 요오드액를 발라야 되는거였던가? 복합 마데카솔을 발라야 되는거였던가?
2005/06/08 11:15
2005/06/08 11:15
Posted by lunamoth on 2005/06/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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