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moth 4th

비정상적일 만치 현실에 무관심한 90년대 청년들은 ‘현실과 가장 닮은 가상현실’, 영화로 도망했다. 말하자면 90년대 청년들에게 영화는 실종된 현실의 대체물이다. 80년대 청년들이 현실에 정열을 발산했듯 90년대 청년들은 영화 속의 현실에 정열을 발산한다. 현실에 비정상적일 만치 무관심한 그들은 영화 속의 현실엔 더할 나위 없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는 순간 그런 개입의 경험은 그들에게서 흔적없이 증발한다. 그들은 다시 신실한 자본의 신도이자 반동의 신도의 삶으로 돌아간다.

via gyuhang.net

투루먼 카포디는 그의 소설에서 영화를 종교적 의식으로 비유하였다. 그렇게 말하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외톨이가 되어 스크린과 마주하고 있으면 뭔가 자신의 혼을 잠정적인 장소에 보류해두는 듯한 기분이 된다. 그리고 몇 번이고 영화관을 드나드는 사이에 이런 기분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는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시네마딕트(영화중독 : Cinema와 Addict를 합성한 조어) 이다.

via 村上朝日堂の逆襲

충실한 현실도피 혹은 대체물로서의 영화라면 그건 더 이상 청량제로서의 기능이 아닌 마취제로서 기능일 것이다. 하지만 비겁하게도, 얼마 안되는 진입하기 쉬운 문화 행위의 일안이라는 혹은 의례적인 사교의 기본값으로 치부해 합리화하기 쉬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소비하는 건 저들의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진실한 성찰과 행동의 시간일지 모른다.

IMDB Top 250 관련 엔트리(Leo님 블로그)가 지나가다 다시 보이길래 생각난 김에 본영화/보지 못한 영화 정리 해봤다. 결산은 56편/194편. 대충 봤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보지 못한 영화로 계산. 잠깐 <올드보이>가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은 듯 싶은데 하긴 옛날 버전일테니... (찾아보니 #168이군. Top 250 movies as voted by our users) 예전에(서울문고-지금의 반디앤루디스-에 인터넷 PC가 2대인가 있었을때...), Pascal님(핀란드였나?)의 쇼생크탈출 사이트에서 imdb 링크에서 상위 2위 인것 보고 뭔가 보상받은 기분이 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유저들의 투표란걸 인지하지 못하고...) 같은 이유로 유치하게도 난 아직 포레스트 검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1995년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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