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2를 볼까 잠시 주저하다 발길을 옮긴다.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 돼서요...", 절대로 공포물을 무서워해서가 아니다. 태연자약하게 그 기기묘묘한 시각/특수효과 등을 순진히 보아 넘길 수가 없어서 일테다. 어떤면에선 스켑틱스가 제약이 될때도 있는 것 같다. 뭐 어쨌든 사다코니 뭐니 관심 밖이다.
며칠 후면 지난 몇개월 간에 이런 생활 패턴도 바뀌겠지. 잠시 그 마지막 여윤을 되씹으며 말보로 레드를 바라본다. 마지막 말보로 한대와 책상서랍에서 발견한 타임 라이트에서 채운 몇개피의 타임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된다.
처음 얼마간은 오랜만에 접하는 그 강도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한개피 한개피씩 재로 사그라져 갈수록 익숙해져갔고 몇배의 니코틴에 의지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개피, 피워 날려버리면 그뿐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다시 말보로 레드를 사서 필 일은 없을 것이란 거다.
그렇게 스쳐간 인연처럼.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각자의 삶을 살아" 갈 것이다. "수 많았던 웃음과 눈물은 그져 추억이라는 한편의 수필 되어 기억의 책장 한편에 남게 될테고..."
다소 지난한 시간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나름 얻게된 것도 많다. 내가 서있는 자리를 정확하게 바라본 것도, 내가 바라보는 곳의 위치를 가늠하게 된것도, 살아간다는 것과 그 무언가의 가치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것 만으로 만족할 뿐이다.
다시 오지 않을 나날과 시간들이란 걸 종종 잊게 된다. 그렇더라도 "지쳐버려서, 놓아버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디뎌낼 수 있었던 자리를 기억 한편으로 보내며, 그 마지막 한개피에 불을 붙인다.
- Tungsten C
| 마지막 월요일... [길 위의 이야기]
2005/05/30 22:37
2005/05/30 22:37
Posted by lunamoth on 2005/05/3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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