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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시니스트 El Maquinista / The Machinist (2004)  [감상/영화/외...]

2005.04.09 개봉 / 15세 이상 / 102분 / 스릴러,드라마,미스터리 / 스페인 / 국내 / 국외 / 씨네서울 / IMDb / OutNow / RT


머시니스트, 기계공 트레버 레즈닉는 일년째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깡마른 몸과 휑한 눈빛으로 공장과 집을 전전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 아니 버텨갑니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휴식,위안처는 오랫동안 하룻밤을 보낸 스티비란 여자와 시외곽 공항 커피숍의 마리아란 여자와의 짧은 대화가 전부입니다.

끊임없이 손과 화장실 바닥을 세재로 문질러대며 무언가에게 쫓기듯 살아가는 그에게 낯선 한 남자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공장 오전 교대조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는 불현듯 나타나고 어느샌가 사라지며 트레버 곁을 배회하는 듯 싶습니다.

그러다 의도하지 않는 사고와 맞딱트리게 되면서 조금씩 균열의 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체중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냉장고에는 정체불명의 포스트잍 속의 행맨 게임이 그를 냉소하듯 바라봅니다.

트레버는 누군가로부터 내몰리고 있다는 음모론에 사로잡힌채 근원을 쫓아 동분서주합니다. 마치 행맨 게임에서 낱말 맞추기를 하듯 조금씩 목죄여 오는 순간속에서도 끝없이 묻습니다. 너는 누구인지. 나를 놀리고 있는 것은 왜인지. 그리고 결코 오랫동안 눈을 감는 법이 없습니다.

그 궤적속에 그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기시감과 기묘한 기류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맞지 않는 알파벳들을 지워나갑니다. 물론 그럴때마다 뼈만 앙상한 행맨 게임속의 남자는 목죄여진 형태를 갖추어 나갑니다.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에서 그가 탄 차는 두갈래 갈림길속에 남겨집니다. 허나 방향을 바꾸려 해도 돌릴 수 없이 지옥의 길로 빠져버립니다. 그가 택한 선택지가 종국에 가서 밝혀질때 쯤이면 다시금 이 장면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순간의 선택이 끊임없는 구속을 불러 왔다는 것을. 그 길이 바로 지옥의 길이었다는 것을.

진실을 회피하고 또 다른이에게로 책임을 전가하며 버텨내는 것으로는 결코 안온한 숙면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없는 나락속에서 결국 물음에 대한 정답을 찾아 낼때쯤. 그 답이란 것은 너는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이 아닌 나는 누구인지 하는 질문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끊임없이 의식속을 배회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치유치 못할 거스를 수 없는 역린으로 자리잡을 그 과오의 순간과 죄의식의 문장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목을 죄여 올지 모릅니다. 그럼에 비록 영화 속 장치의 과장에 불과할지라도. 그 의식의 억압에 대한 고된 진술은 누구에게나 오롯이 전해질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그 여섯글자 모범 정답과도 같은 극적반전, 해결책의 제시가 일견 뜨뜨미지근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알면서도 행하기 힘든 해답이란것이 바로 외면과 도피와 회피와 책임전가가 아닌 직시와 고백과 성찰 뿐일 테니까요.

10분 마다 기억을 잊는 한 남자를 언젠가 봤었습니다. 그 앞뒤가 서로 이어진 구조의 유사성이 사뭇 떠올라 연관지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진실에서의 자의적인 회피와 몸에 베인 굴레속에서 만들어진 기억의 조작을 자행하는 이, 의식의 억압속에 자신을 잃고 대체물을 찾아다니며 도망치고자 하는 이. 조금은 닮아 있는 그 들 속에서 깨지기 쉬운 자의식의 초상을 그려봅니다.

선택의 기로에 놓아 둔채 각자에게 묻습니다. 도망칠 것인지 직시하고 해결할 것인지. 비로소 평안히 눈을 붙일 수 있는 순간이 어느쪽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고요...


덧 하나. 단성사에서 다시보니 KBS 공중파 방영분에서는 의외로 짜른 부분이 눈에 띄게 좀 되더군요. 무삭제판?으로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덧 둘. 개인적으로 참 인상에 남을 영화가 될듯 싶습니다. 파이트 클럽, 메멘토 라인에 이어지는 분열과 의식의 혼란과 반전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진 수작으로 말이죠. (물론 이쪽이 개인적인 취향인 이유가 크겠습니다만)

덧 셋. 단성사에선 4월 15일 까지만 상영하고 퍼펙트 크라임으로 넘어가는 군요.


관련글 : 머시니스트

[TB] : [머시니스트] 죄의식은 영혼을 잠식한다. by ozzyz
2005/04/14 00:34 2005/04/14 00:34



Posted by lunamoth on 2005/04/1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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