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군 // 달콤한 인생, 그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 그 한국식 느와르란 진부한 수식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끝 갈데 모를 비장함에 전율을 느꼈네. 돌이킬 수 없는 인생. Bittersweet, 달콤씁쓰르한 그 맛에 빠져들었네. 소위 스타일리쉬한 화면에 압도당했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을 테고.
비열한 거리 속 비정한 군상들의 몸부림에 어느새 몰입되기 시작했지. 내 원래 갱스터, 마피아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런 식의 느낌은 또 다른 것 같네. 뭐랄까... 쫓겨가는 느낌에서 그리고 탈출의 긴박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종국에서 나 또한 나락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네.
누가 그랬지. 어떤 킬러라도 단 한 번의 실수는 예정되어 있다고. 결국, 그 실책이 최후의 파국을 안겨다 준다고, 보잘것없는 플롯에서 장엄한 진혼곡을 연주해 내는 솜씨에 매료당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네.
탈출씬은 정말 압권이더군. 또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라면 나의 과장이 될 터인가?
<좋은 친구들> 에서의 정신없이 꼬여가는 혹은 풀려가는 마지막 시퀀스가 아직도 인상깊이 남아 있다네. 그 불가항력적 요소가 날 사로잡은 것 같고. 이 영화 속에서도 막다른 길 앞에서 의연히 아니 처절하게 걸어나가는 인물에 동했네.
단순한 대중 느와르 영화에 괜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건가? 여튼 비열한 거리를 헤치고 나와 예상치 못할 수순들에 맞닥트리게 되는 것 또한 각자 느껴왔던 순간들이 아니었나. 비록 다른 방식, 다른 환경으로 조우한다 하더라도 본질은 같은 걸 테고. 그럼에 "폼나는 인생 폼나게 찍었다."라고 누가 그러던데, 난 후자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네...
참 총싸움 어쩌꾸 현실성 얘기한 건 내 오해의 선입견이었음을 느꼈네. 원샷 원킬이 됐든 뭐든 간에 장치로서의 전경으로 느껴졌을 뿐이니.
귓가를 내질렀던 총탄들의 파열음이 잔잔해 질 때 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겠지. (자네도 예감하고 있겠지만) 그때도 온전히 빠져들게 되겠지만 또 어떤 식으로 감정이입이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 진다네.
"흔들리는 마음"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이들이 또한 우리임에 압도하는 움직임과 찬연한 채색에도 길 잃고 방황하는 한 존재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었음을...
말이 길었네. 그만 줄이고 조만간 다시 보고 한잔 걸쳐보자네. 참 예매 고마웠고.
추신. 그럼 <주먹이 운다> 와는 정두홍(설마했는데...!)과 오달수를 공유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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