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보셨나요? 어느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오더군요. 이래저래 치이는 날백수, 쥐어터져가며 번돈으로 "빈대붙던" 친구에게 치킨 한마리를 사들고 찾아가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청년실업에 대한 장광설을 묵묵히 넘기며 한마디 하죠. 닭죽 맛있다고. (남은 치킨으로 닭죽을 요리하는 정도의 센스!)
어젠 퇴근이 늦어져 예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정통 수제 치킨", 오모모 치킨을 사먹어 보자고 결심을 했더랬죠. 초벌구이를 끝낸채 나뒹굴고 있던 몇 친구들이 집게로 비틀린채 다시 백칠십도 속으로 다이빙을 시작했죠.
그리고 다시 건져올림. 뭔가 이상한 기분을 들기시작한게 그때 였을 거에요. "불닭과 비슷한 시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치킨' 등 마리당 5000원을 내세운 저가형 프라이드 전문 체인점들이다. 먹음직스럽게 큼직한 살점과 두툼한 튀김옷 앞에 가격생각은 저만치 달아난다. 새로운 닭 요리를 기다리며 닭큐멘터리 (94쪽 참고)는 계속돼야 한다." 라는 예찬이 먼 귓가에 와 닿다가 금새 사라져 버리더군요.
계륵를 바라보며 득록망촉을 생각했다면 과언일테고 허기는 그런대로 채울만했더랬죠 (가격대 성능비에는 전 의문이고요.). 그래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기시감이란건 있었죠. 몇입 안되는 살점과 얍실한 튀김옷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에요. 단지, 모처에서 실한 놈을 애써 골라 닭으로만 한끼를 때우기도 했었던 기억이 사뭇 살아나서 였겠죠. 어제는 닭백숙을, 오늘은 닭튀김을, 내일은 찜닭을... 그리고 들리는 건 조류독감 소식.
맥주를 좀 마셔볼 걸 그랬네요. 그럼 이 난데없는 페이소스의 틈입도 유쾌하게 마셔 넘길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언제 한잔 하는거 어떨까요? 전통수제 치킨 시켜놓고 말이죠. 아 예 물론 두마리죠 :p
| 후라이드 닭죽 [길 위의 이야기]
2005/04/02 08:45
2005/04/02 08:45
Posted by lunamoth on 2005/04/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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