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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이 운다 Crying Fist (2005)  [감상/영화/외...]

2005.04.01 개봉 / 134분 / 드라마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비루하고 걍팍한 길을 전전하는. 때론 위악스런 몸부림으로 그 무게를 덜어 보려고도 하는. 하지만, 소화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처럼 살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가 닿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악스럽게 길을 찾으려 합니다. 그리곤... 삶을 의탁할 곳이라곤 맨주먹, 그 하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주먹이란 생의 의지뿐만이 아닌 갚아야 할 빚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그 주먹을 움켜쥡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쓰러져 가는 가세 앞에 일말의 자존심을, 그 유일한 생존도구를 지켜가려 하는. 비열한 거리 속에 치여가며 경제적 불구란 낙인 속에서 남아있는,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곤 주먹뿐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현실 속에 그래도 버텨야 할 의지처란 주먹뿐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돌아 나와 모든 것을 버린 채 외쳐댑니다. 나와 보라고 나에게 울분의 주먹을 날려 달라고. 그리고 승부를 띄웁니다. 사방이 막힌 링 안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그리고 그 주먹을 움켜쥡니다.

누구를 응원할 수도 응원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 미묘한 긴장감 속에 숨을 죽입니다. 그들을 울어버리게 만들었던 주먹이 우리에겐 울 수밖에 없는 주먹으로 다가옵니다. 극한의 순간까지도 그들을 생동하게 만든 건 주먹이고, 분연히 다시 일어서게 만들고, 돌아볼 이에게 한줄기 위안의 미소를 건낼 것 또한 주먹입니다. 그리고 경기는 시작됩니다.

끊임없이 날려버리는 연기 속에 그 삶의 무게들이 온전히 전파되어 옵니다. 단순한 기호로서가 아닌 내압과 외압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으로 다가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치열한 삶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냅니다. 그들은 인간극장을 나와 극장 속에서 인간을 만나게끔 합니다. 막바지에 치닫는, 비상구조차도 없어 보이는 인생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시 생각하게끔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모두가 그들을 지켜봅니다. 울분을 삼키게 만들었던 이도, 토악질을 하며 나락으로 잠기게끔 만들었던 이도...

가감 없는 살아있는 모습들의 포착에 몸서리쳐집니다. 복받쳐 오는 감정의 뒤안길을 자신도 모르는 새에 따라가게 됩니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을, 하지만 돌아보면 매일 같이 링 속을 돌며 연타를 당하고 있는 이 또한 나였음을 발견합니다.

물론 이 경기에 승부란 없습니다. 애초부터 둘의 경기는 내파되었던 자신과의 싸움이자 그 복원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먹으로 울었던 이들을 위한 위안의 길이기도 합니다. 의지를 놓을 수 없는 것은 그래서겠지요...

하루하루를 타협해가며(주먹이 운다) 사는 이에게 그 어떤 것보다 무거운 주먹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치열한 삶으로의 종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어디서든 지켜 보아 줄 시선들과 돌아가 앉을 코너 속에서 움켜줘야 할 주먹을 느끼게끔 합니다. 거친 삶 속에서의 고된 움직임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싶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두 주먹에 운 영화. 주먹이 운다 였습니다. ;)


[TB] [주먹이 운다] 울거나 혹은 기쁘거나. by ozzyz
[TB] <주먹이 운다>, 묘하게 찜찜하다 by 달고양이
[TB] [리뷰] 달콤한 인생 + 주먹이 운다 by 갈림
[TB] 주먹이운다 - 링은 인생의 축소판 by 두호리
[TB] 주먹이 운다 - 행동하는 자는 아름답다. by FromBeyonD
2005/03/23 01:25 2005/03/2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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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5/03/23 01:25
(13) comments


    [주먹이 운다] 울거나 혹은 기쁘거나 x
    【 Tracked from ozzyz's review at 2005/04/02 17:03 】
    [주먹이 운다] 울거나 혹은 기쁘거나. 사업의 실패로 거리까지 내몰린 전 아시안 게임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은 사람들에게 매를 맞아주고 돈을 받는 일을 시작한다. 뒷골목에서 삥을 뜯거나 패싸움을 일삼고 살아가던 유상환은 소년원에 수감된 이후 나름..

    < 주먹이 운다>, 묘하게 찜찜하다 x
    【 Tracked from 달고양이 at 2005/04/03 16:35 】
    * 스포일러(?)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보고서 읽으시는 편이 좋을 듯 * 류승완 감독의 소년적인 영화에 소년의 마음으로 열광하던 나는 를 보고서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심정으로 극장을 나왔다. 나는 류승범과 최민식의 서로 다른 여정이 '평행'하게..

    [리뷰] 달콤한 인생 + 주먹이 운다 x
    【 Tracked from 늘 갈림길, 한 걸음 더 at 2005/04/04 05:23 】
    김지운, 류승완. ⓒ 한겨레 (좌측이 김지운 감독. 우측이 류승완 감독) 10년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감독 사이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르영화' 감독이라는 점. 무엇보다 이들은 정통 충무로 출신도 아니고..

    주먹이 운다. x
    【 Tracked from Tabula Rasa at 2005/04/06 10:44 】

    주먹이운다 - 링은 인생의 축소판 x
    【 Tracked from ★ Dooholee.com + BLOG at 2005/04/11 02:22 】
    선과악의 경계선이 없는 인생의 멜로디 글 들어가기전에 : 본 글은 영화'주먹이운다'의 리뷰 및 소감이며 본 영화에 대한 해석과 설명으로 인해 자칫 독자들께 스포일러(spoiler)가 될수 있으므로 이런것에 민감하신분들은 더이상 읽는것을 중단하시기..

    주먹이 운다 - 행동하는 자는 아름답다. x
    【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at 2005/04/11 21:26 】
    나의 삶 역시 처절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자란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많은 서적과 영화들을 통해 간접경험이 내게 많이 쌓였기 때문일까? 더 이상 암울할 수 없는 인생의 밑바닥으로 가라 앉은 두 남자의 삶은 생각보다 그리..


    이거. 명작입니다.

    vanDal 2005/03/23 06:24 r x
    그건 그렇고 이거 일반 시사회도 했나요?
    어떻게 이리 빨리 보시는지..

    vanDal 2005/03/23 08:23 r x
    일단 배우부터 끌립니다. 게다가 영화평을 보니 더더욱~ :)
    개봉하면 얼른 보고 트랙백 해볼께요~

    estguard 2005/03/23 09:12 r x
    반달 님 // 정말 죽이더군요! 연기하며 (류승범은 상환과 너무 닮아 있더군요) , 그 날것같은 권투씬들 하며, 류승완의 시선... 모두 좋았습니다. / 예 이제 막 일반시사회 시작한듯 싶더군요. 기대작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원래는 개봉관에서 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개봉하면 한 번 더 볼지도...^^;


    estguard 님 // 예 두 배우는 말할것도 없고, 조연진도 빠질 구석이 없더군요. 임원희, 천호진, 변희봉, 나문희, 기주봉, 오달수, 김수현(몰랐는데 죽거나~에 나온 배우였더군요.) 안길강 (류승완 사단!)... 여튼 추천해드립니다 :)

    lunamoth 2005/03/23 09:35 r x
    보려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겠군요..ㅡ,.-

    아 참 웹마 새버전 참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ARDEUR 2005/03/23 19:26 r x
    아아 이거 정말 보고 싶더군요. 올해 최고 기대작인듯..!

    와니 2005/03/23 19:31 r x
    ARDEUR 님 // 예 일주일여 남았네요. 거의 대박 예감이랄까요. 감이 옵니다^^;; 어느분께서는 좀 긴듯한 느낌이 있다고 하던데, 전 완전히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몰랐죠... :)

    참 그리고 웹마 개발자는 김대정 님이랍니다. 공식홈페이지는 http://www.mdiwebma.com 이고요. 저는 열혈팬 정도고요 ^^a


    와니 님 // 최민식&류승범 연기 가히 최고랍니다!

    lunamoth 2005/03/23 21:43 r x
    졸업을 위해 느즈막히 복학한 이후로는 기자 시사회는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천상 개봉관을 찾아야할 성 싶어요. 김지운의 신작과 이 작품. 초 기대중입니다 ^^

    ozzyz 2005/03/24 00:03 r x
    ozzyz 님 // 예 저도 개봉관에서나 보겠지 했는데 운좋게 일반시사회로 봤습니다. 류승완은 역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감성이 가장 잘 맞는 듯 싶더군요. 참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달콤~ 쪽과의 경쟁도 볼만할듯 싶습니다 :)

    lunamoth 2005/03/24 09:37 r x
    어제 TV에 최민식 나왔었는데.. 스스로가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대해서 참 멋진 사람이라는 평을 했는데..
    어떨까 무척 궁금해집니당.

    헤더 2005/03/26 11:40 r x
    헤더 님 // 예 저도 어제 잠깐 한석규 얘기 조금 봤네요. 혹자 말대로 오(늘도)대(충)수(습하는) 캐릭터에 도가 텄다고 할까요... , 예 영화속 강태식이라는 인물, 그대로 자포자기 하지않고 분연히 모든것과 맞서는 인물. 한 인터뷰에서도 그런얘기를 했더라고요... 여튼 영화 권해드립니다 :)

    lunamoth 2005/03/26 12:57 r x
    이 영화 DVD로 반드시 구입해야겠습니다.
    '죽거나..'와 비교할 때 액션의 비중은 분명히 줄어들었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발전했다고 느껴지더군요.

    트랙백합니다. ^^

    From.BeyonD 2005/04/11 21:25 r x
    From.BeyonD님 // 예 아라한 장풍 대작전도 DVD가 잘 나온것으로 알고 있는데(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VD 만든 프로듀서 라고 하더군요...). 이것도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를 엮어내는 맛이 정말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트랙백 감사드려요 :)

    lunamoth 2005/04/11 23:20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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