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당혹스럽습니다. "... 속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관습적으로 우울하고, 물론 살기도 혼자" 사는 모습속에서 마치 윤성희의 레고로 만든 집에서 걸어나온 듯한 느낌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도 물론 그런 착각에 일조를 하게 되고요.
일상은 단조롭고 시선 역시 꾸밈이 없습니다. 시선이 어느덧 응시를 넘어 묵시가 될때 쯤에야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다소 엉뚱한 면이 느껴지는 평범한 우체국 여직원, 아니 이 매력적인 여자의 그늘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멋쩍고 어색한 상황들에 대한 의문들도 함께요.
그리곤 조용스레 그 뒷 이야기를 잔잔한 시선속에 조금씩 틈입해 보여줍니다. 여자에겐 막을 수 없는 기시감들이겠고 우리에겐 시작 부터 계속되어진 오해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 일테고요. 길게 쌓아온 시선들은 어느새 억눌려온 감정의 무게로 다가오는 듯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부재와 누군가로부터의 깊은 생채기, 그제서야 우리도 얼마나마 이해하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회피를, 갈구를, 다독거림을, 돋을새김을, 그리고 그 마지막 여운의 순간을...
착각을 하고 발견을 했습니다. 그 발견역시 착각이었는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단편소설을 늘여 놓은 듯한 영화란 사뭇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탔습니다. 밤 12시 40분. 당신도 알겁니다. 그 시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막차를 기다릴 때면. 전 사람들의 얼굴을 잘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피로가 내게로 옮겨올 것 같아서요. 혹, 누군가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심을 읽어버릴 것 같아서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편안히 잘 수 있도록, 전 다리에 힘을 주고 등을 곧추세웠죠. 그 사람의 등은 참 따뜻하더군요. 내 등도 그리 따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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