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는 광대하다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때론 좁은 게 사실일터다. 같은 주파수대에 머무르며 같은 이름을 계속해서 표면상에 노출시켜 가다 보면,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거소가 바뀐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맞닥트리게 된다는 식으로.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나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나름의 신세를 졌던 이를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전 블로그들을 떠돌다 그의 아이디를 접하게 되었다. 나름의 안부를 묻기까지는 무리였을 테고. 기억조차도 희미해졌을 그를 앞에 두고, 단지 같은 길은 여전히 가고 있는 그를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다.
간혹 오래전에 넷상에서 마주치며 얘기하고 또 스쳐갔던 이들의 모습이 궁금할 때가 있기도 하다. 인연을 오래 쥐고 있지 못하는 타고난 재주를 토대로.
한편으론, 에고가 하나의 이드로 계속 이어져 가는 한,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끊임없이 추적해 갈 수 있다는 것이 불안스레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 쌓아온 로그들로부터 주저함이 없이 떠나고 새로운 아이디로 끊임없이 갱신하는 이들이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뒤돌아 볼 일이 없다면 그 걸음은 한결 가볍고 빠를 것이니.
단순한 닉을 넘어 과거의 단편과 마주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그 초기효과가 자연스레 유지되어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면 과거를 환기시키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처럼 혹여 누군가에게 드리울 그림자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 부담감은 몇 바이트로 정의되는 문자열을 넘어서, 그 그늘에 나 자신도 의지하게끔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 언젠가 만났었던 블로거 [마우스 포테이토]
2005/01/28 22:03
2005/01/28 22:03
Posted by lunamoth on 2005/01/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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