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왔었을 것이다. 올 것이다. 그날도. 어제도. 내일도.
기억 속에 희미해진 지역번호가 뜬 전화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닿게 되는 누군가의 메시지. 언제나 이런 날이 있다. 어디선가 선이 닿아 그쪽으로만 계속 가게 되는. 그 묘한 일치감 속에 이제 막 동원령 선포 후 가야 할 곳이 정해진 이는 나름의 안도감을 부주의하게 흘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직 속에서 체제를 냉소하기란 때론 쉬울 일일지도 모르겠다. 정체 속에서 진보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의 미학을 즐기며 버텨갔다. 그도 나도 주어진 한계점을 냉소로서 치유하는 법을 터득해 갔다. 그래 어떻게 보면 배운 것은 담배 뿐만은 아니었다.
괜한 상실감을 덧붙이지는 않을까 싶어서, 잊혀진 이의 흰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연락을 주저했다. 회한 속의 덤덤한 목소리를 들으니 이제 채 며칠이 남지 않은 유예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자못 궁금해지기도 했다.
곧 만날 것이다. 애끊는 조급함에 하루하루를 삭감시켜 나가는 그들과 체불된 미래 앞의 텁텁한 공회전속에 끌려다니는 이는. 당혹스런 숙취를 안겨주겠지만. 만나야만 한다. 누군가에겐 결코 눈에 띄지 않는 이들이지만 누군가에겐 가슴속 한켠에서 끊임없이 호출되는 이들을.
메시지를 받았다. 참담한 기분과 가혹스런 과거와의 조우. 그 짧지만 잊지 못할 나날들. 악몽이었다면 깨면 그뿐이었을. 하지만 끊임없이 일어나고 일어나야만 했던 날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낱 고된 추억으로만 재구성되는 부조리들. 상황논리에 굴복한 자와 외면하고 싶은 자들의 공모.
조언이란답시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됐지만. 결국 다시 쳐다보니 스스로를 위안하고만 있었다. 버텨왔고 버티고 버틸 뿐이라는. 그것이 최선이자 차악이라며. 그 의지박약 속에, 시스템에 기댄 변명 속에 함몰돼 오늘도 끝없는 추락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네 글자로 요약되는 자살에 참으로 몸서리를 쳤었다. 단 한 장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사례들에서도 물론이고. 그것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처리만을 위한 과정들뿐.
그 가당찮은 카운셀링에서 고장 난 녹음기 마냥 떠들어 된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뼈아픈 동질감속에서 건넨 말들이 의미를 찾아 안착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고작 한 말이라곤 부끄럽게도 "피할 수 없다면 피하지 말라" 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 지난 일" 이 된다는 식의 비겁함도 덧붙였을 테고. 처세에 물든 말만을 아무렇지도 않게도...
눈 내리던 날이 생각났고 눈물 내리던 날이 생각났다. 언젠가 초코파이를 먹게 됐는데 왠지 쓴맛이 베어나왔던것도 같다. 반갑지 않은 눈을 본 일요일의 그들이 가까스로 생각난 하루였다.
| 눈물 내리는 날 [길 위의 이야기]
2005/01/17 00:15
2005/01/17 00:15
Posted by lunamoth on 2005/01/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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