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웃음으로나마 하루를 휘발시켜가며 텁텁한 일상의 위안으로 삼아보려 하지만 또한 그뿐이다. 늘어만 가는 것은 부치지 못한 편지와 쌓여만 가는 책들과 다시 다가오지 못할 순간순간의 마주침 들이다. 무엇이라도 해나가고 있다는 식으로 날 용서하고 싶지만 때론 그 합리화조차 뜻 모를 비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기나긴 여행이 평탄치 못함을 애써 넋두리 삼아 풀어내는 것조차 한낱 투정에 불과할진대. 또한 그렇게 풀어놓는 것만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고해의 순간인 것처럼 느껴지니...
남겨진 것들이 그리고 버리지 못한 것들이 슬그머니 수면위로 떠올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건넨다. 아직도 더 할 것이 남아 있느냐고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공간도 애써 내세울 깜냥도 네 손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그렇게 쉼없는 되뇌임이 공명할 때쯤이면 날 패잔병으로 꾸며 한푼 동정을 구한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그 어떤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허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따라오는 그림자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하나의 길을 힘들여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시 제자리였다. 하나도 단 하나도 다른 게 없는 것만 같았다. 지난한 고열은 비분의 눈물로는 치유될 수 없었다. 냉정을 되찾고 청색불이 들어오는 대로 건너가자고 다짐해 보지만 생각 속에 갇힌 채로 한 걸음조차 때기 힘들어 한다. 그 나약함을 가까스로 발견할 때가 돼서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지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무의미한 되새김질을 할 뿐이다.
너무 많이 잊었고 너무 많이 잃었다. 누군가 말을 건넨다. "행복은 망각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망각 속에서만 살아가선 안된다."고... 바랬던것이 그것만은 아니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필요로 했고 점점 의존했으며 나중에 가서는 중독되어 버렸다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잊었는지도 잊혀졌다고.
오늘의 웃음이 실체 없이 증발될 것임을 안다. 내 속의 웃음을 찾게 될 때까지는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디로 가고 있든 제자리가 아니라면 언젠가 그 속에 닿을 날도 오리라. 하루하루 절망을 먹고 살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멈춰버릴 수는 없다고. 그렇게 신발끈을 조여 본다.
|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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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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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5/01/0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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