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되는 느낌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를테면 이런 거지. 아침나절부터 다 쓴 휴대폰 배터리를 잘못 넣어서 무용지물이 돼버린 채로 시작되는 거지. 카드 한 장과 정기권 승차권만을 허겁지겁 챙긴 채로 문을 나서게 되고. PDA와 지갑은 거추장스럽다는 핑계로 말이야. 그게 시작이야. "잘못될 것 같은 일은 언제나 잘못되고, 물건이 망가질 확률은 그 가격에 비례하지. 펜이 없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고, 펜과 메모지 둘 다 있으면 메시지가 없"는 격이지.」
「그래도 "머피는 낙관론자" 라네.」
「그래 그 정도는 약과일 테지. "두 가지 사건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 보다 좋지 않은 쪽이 발생하게 된다"네. 그날도 그러했지. 약속은 제대로 잡히지도 못하고, 약속장소를 담은 약도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한참을 헤매다 동전 전화기를 찾게 됐을 때 주머니 속에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뿐이지. 결국, 동전을 바꿔와도 이미 투입구는 막혀있고 말이지.」
「허 갈수록 태산이었군.」
「그래 바로 그 느낌이야. 모든 것이 끊어지고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이어질 길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은 어딘가로 몰려가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거장에 서있는 것 밖에는 없어. 곧 어디론가 떠날 테지만 목적지는 없지.」
「그래도 뭔가 안일했다는 느낌인데?」
「그래. 그저 충실한 자본의 신도로 이렇다할 케잌 하나도 못 들고 서 있는 나로서는 그렇겠지. 다만 선물 받은 목도리만이 그 우울을 조금이나마 덥혀주고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일을 꼬여갔지만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히 얻었으니 다행일 테지? 어딘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연결되지 않고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깨달았으니 말이야.」
「그리고 침울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얻었지". 휴... "자네한테 신세 한번 졌군."」
「"아냐 그렇지 않아. 내가 이야기한 거 그대로 쓰게. 그러면 자네가 신세질 게 없지."」
「술 한잔은 "제외하고."」
「"그렇군". 술 한잔은 "제외하고."」
"나는 오기의 미소를 내 나름의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고 나서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 [길 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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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4 23:23
2004/12/24 23:23
Posted by lunamoth on 2004/12/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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