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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속까지 베타테스터  [길 위의 이야기]

일전에 모처에서 J모님으로 "유틸대마왕" 이라는 수식을 하사받기도 했었지만. 도데님 코멘트 속의 저 "뼈속까지 베타테스터" 란 한마디에 잠시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나우누리라는 PC 통신 서비스가 있었고. 그곳에는 다른 여타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go pds 라는 명령어로 들어가는 "공개자료실" 이란 곳이 있었다. (물론 이 설명은 복고 유머 쪽에 가깝다. 그것은 한편 애달픈 비가 같으면서도 때론 안온하게 타오르는 고래등의 따뜻함과 그 괘를 같이 할 것이다.)

저런 칭호들의 배후에는 pds 23 으로 기억하는 소프트웨어 평가란을 자주 들락날락 거리며 평가글을 읽고 쓰며 하면서부터 배태되어진 하나의 개인의 취향이 있을듯싶다. 이런저런 소프트웨어들을 깔고, 테스트해보며, 숨겨진 알짜배기 들을 찾아내 알리며, 나누고, 문제점들을 밝혀 가며 더 나은 개선 방안들을 찾는 일련의 행위. 블루스크린(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논의와 정보와 소개와 여러 신안의 물품들을 태연히 바라보며 어느새 zmodem으로의 다운로드와 갈무리와 유머란 등의 게시판과 동호회와 채팅방과 함께 밤이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전화요금 고지서가 날라오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 말이다.

지금도 실상 쓰는 프로그램보다는 호기심에 이끌려 자발적인 알파, 베타테스터의 수순을 밟아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을 많이도 깔아놓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의 애정은 식은 듯싶기도 하다. 그건 물론 예전처럼 한곳에 모여 오손도손 주고받는 맛이 사라진 면이 있어서 인 것도 같고. 광범히 하게 확장된 대양에서 모래알을 뒤지며 옥석을 가리는 논의가 어린 날의 어리석음으로 느껴져서이기도 싶고. 아니면 변화를 두려워하며 주는 것만 받으며, 현실에서 안식을 찾는 무사안일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의 불여우 바람에 그런 예전의 추억이 오버랩되며 복음에 귀를 기울인 것도 그래서 일 테고 말이다.

요는. 어느 타인으로부터의 일련의 명확한 요약을 듣는 순간은 풀리지 않던 정체감의 근원에 조금은 닿은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

- 그러는 당신은? 정말 비야를 좋아해서 따라 나선 거요?
- 그랬습니다. 피가 뜨거웠으니까요.
...
- 지금은 어떻소?
- 사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
- 당신 아들이오. 그렇지만 괜찮다면, 아니 괜찮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아이는 내가 키우고 싶소. 당신 피가 식을 때까지.

"이제 나 자신에게 말 물어보자. 지금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는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하고 있는 일의 품삯이 아닌, 일 그 자체, 그 일의 골수와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2004/12/18 01:56 2004/12/18 01:56



Posted by lunamoth on 2004/12/1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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