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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이라면 모를까  [자전소설]

그건 물론 방황이었고 도피임에 분명했지. 어디로 가던지 던져지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였지. 명확한 것은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는 것뿐이었고. 나를 매료시켰던 것은 그 현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채로 모든 것을 망각한 듯이 공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뿐이었지. 나를 가둬둔 것은 그런 자격지심 속에서 발아한 내면의 감옥이었는지 몰라.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도 그래서 일 테고.

글쎄 99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을 거야. 한번은 자의적으로 버렸었고, 한번은 아무런 의지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었지. 누구든 결코 버릴 수 없는 그 그림자 말이야. 숨은 그림을 찾을 때는 결코 그 그림 자체에 빠져들면 안 돼. 오롯이 앉아 그 정형화된 사물들의 잔영을 엿볼 수 있어야 될 테고. 그 단면들만을 찾아 괜한 오해를 살까 염려되기도 한다만. 이제 그때의 나를 찾게 된다 하더라도 그리 두렵지는 않을 듯해. 보잘것 없었지만 한 때나마 끊임없이 타오르던 시기였음으로.

참 아직 답글은 쓰지 않았어. 언제쯤 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고. 다시금 얼마간의 평안을 되찾고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쯤일 것 같긴 한데. 나 또한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내길.

"끝 모를 심연에서 태어나 끝 모를 심연에서 죽는 우리, 빛나는 그 사이를 우리는 삶이라 부른다. 태어나자마자 회귀(回歸)는 시작되는 것.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뒤로 돌아가는 것. 우리는 매순간 죽는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외쳐왔다. 삶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싸움을 시작한다. 창조에의, 이름에의, 물질을 생명으로 바꾸는 것에의 싸움을. 우리는 매순간 태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또 외쳐왔다. 불멸이야말로 덧없는 삶의 목표라고! 잠시 살다 가는 인생 속에서 이들 두 흐름은 충돌한다. 하나는 이룸과 생명과 불멸을 향한 상승의 흐름으로. 하나는 해체와 물질과 죽음을 향한 하락의 흐름으로. 원초적 본질의 깊은 곳에서 솟는 이 두 흐름, 삶은 애초엔 우리를 더없이 놀라게 한다. 뭔가 법을 초월한 듯이, 뭔가 자연을 거스르는 듯이, 뭔가 어두운 영원의 샘에 잠깐 반동하는 듯이 보이는 삶.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내려가면 갈수록 우리는 삶이란 시작도 없고 결코 무너뜨릴 수도 없는 우주의 힘 그 자체임을 느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우리들- 식물과 동물과 사람-에게 싸움의 용기를 주는 초인의 힘은 어디서 오겠는가? 그러나 상반되는 이 두 힘은 모두 거룩하다. 그러므로 이들 두 거대하고 무한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을 조화시키고 감싸 안을 수 있는 비전을 붙잡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그리고 이 비전으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 이 또한 우리들의 의무이다."
2004/12/13 02:10 2004/12/13 02:10



Posted by lunamoth on 2004/12/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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