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지나치려던 찰나. 박제되어 침잠해 버렸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억의 저편에서 한 컴퓨터 가게 앞에서 "업그레이드"를 바라며 징징거리며 울고 있던 한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실낱같은 기억을 더듬어 건져보려 하지만 그리 구체적 정황으로는 형상화되지 않는다. 그 아이에게는 외삼촌이 맡겼으리라 생각되는 Apple II 컴퓨터가 있었고. 몇백 원에서 몇천 원 정도로 기억되는 "복사비"를 내서 게임을 (이를테면 휘황찬란한 도트가 번쩍이는 인디애나 존스나 동킹콩 류의) 꽤나 즐기고 있었으리라(물론 5.25인치 2D 플로피의). 어떤 게임이 그때 그 아이를 사로잡아 당신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철없던 아이의 모습에서 이상스레 안온한 추억에 문턱에 닿아 있는 따스한 흑백사진 한 장을 바라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지금의 모군과는 전혀 동심원을 이루지 못할 단순한 어리광일 테고.
via OSXII
언젠가 Apple II 를 에뮬레이터로 돌려본 기억이 있는데. 그 속에서의 인디애나 존스는 중앙처리장치의 현기증 나는 속도를 못 견디고 있었다. 그만큼 자란 아이와 그만큼 자란 기계의 간극 속에서 말이다. 혹자가 CD에도 추억이 깃든다고 얘기했다지만. 나의 추억은 Apple 2에서부터 깃들어 온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국민학교 시절의 삽화들과 함께 말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들이 자리 잡기는 할 것인가? "유년기란 사람을 퇴보시키는 감상" 이라지만 이렇다할 유년기가 소거되어 버린(것만 같은) 그들이 애처롭기만 한 것은 왜일까? 부서져버린 팽이를 추억하듯이 잃어버렸던 MP3P를 추억하게 될까? 애플을 얘기할 때 아이포드도 아이맥도 아닌 Apple II 가 먼저 생각나는 나에게 던져지는 자문이다.
빽투더 퓨처 - 추억의 고전 게임들 (via pcbee)
Virtual Apple 2 - Online disk archive (via 이명헌 경영스쿨: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