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교습소 Flying Boys (2004)
정제되지 않은, 날것과 같은 영화. 구성과 형식은 오래 숙성되지 않아 간혹 소화되기 어려울 정도지만 그 감성과 현실은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그런 게 우리 젊은 기쁜 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이기도 하겠지요. 어는 것 하나 되는 것 없다고 외치며, 이래저래 뛰어다니며, 사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거에 벌어지며, 누구 하나 말려주는 이도 지켜봐 주는 이도 없고, 감정은 서툴며 행동은 앞서가고, 이상의 종용은 현실의 한계에서 비명을 질러댑니다. 늘 그렇듯이 끝내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방황에 정착하기로 다짐을 하게 되지요.
10대를 다룬 영화를 본 20대 관객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한 때"는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방황의 흔적을 짧게나마 반추해 볼 수 있었을 테지요. "전쟁"을 끝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금의 그들이 영화 속 그들을 지켜 봤으면 또 어떤 생각이 들런지요? 절절한 동의문과 함께 "고양이를 부탁"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런지요? 지금의 저로서는 모르겠네요. 어느새 지나온 날들 이란 성급한 정의에 사로잡혀 더 이상의 치기도 더 이상의 과욕도 부릴 수 없음을 한탄만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 속에 투영된 자신의 삶의 흔적을 되짚어 갈 때쯤이면, 기나긴 한숨 속에 숨겨져왔던 비상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누구나 지나쳐왔던 그때 그 나날들로 돌아가서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이 날것과 같은 생생한 영화는 그 의미를 다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발레 영화" 외피를 선견으로 기대치 못한 기본기를 하는 청춘물과의 만남은 의외의 수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 네이밍은 아쉬움을 남겨줍니다. 정작 이 영화에 사로잡힐 이들은 "교습" 을 하는 이들이 아닌 "고공 질주"를 꿈꾸는 "소년"들을 위한 것일 테니까요.
윤계상 분(강민재 역)은 의외로 딱 들어맞는 옷을 입고서 늘 제자리를 맴돌고 헤매는 듯한 방황의 청춘역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김민정 분(황보수진 역)의 늘 보아왔던 캐릭터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화면 장악력이라는 의미에서는 긍정이나, 아직은 이끌어가는 구심력이라는 측면에서 미지수에 가깝기는 한 것 같습니다만. 그외 늘어지는 씬 (비디오~, 구타~ 장면)들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 듯싶고, 눈에 확 띄는 실소가 나오는 부족한 연기가 거슬리긴 하더군요. 이것저것 한꺼번에 담아 풀어내려는 과욕도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 막 시사회를 시작한 영화의 반응을 예측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다만 확실한 것은 영화 속 그들처럼 막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겐 적절한 감정의 기폭제 역할을, "10년 후가 상상도 안간다"라는 그들의 대사에 발끈하는 "아줌마" 들도 나름대로 회귀의 순간으로 안내되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선택지 중에 이 영화로 마킹을 하게 될 관객이 얼마나 될런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2004. 11. 25 lunam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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