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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자살법  [길 위의 이야기]

얼마전에 국내 출간된 의사과학 관련 서적 『신비의 사기꾼』들 중에서 한 단락이다. 약간 장문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예를 들어 흡연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자료의 경고를 무시해버리고, 모든 면에서 아무 해도 없는 담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새로운 담배는 우리의 건강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그 예외란, 이 담배를 만드는 특수한 제조 과정 탓에 2만 갑 중에서 딱 1개비의 담배는 폭발성 있게 제조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폭발 위력은 흡연자의 머리를 날려 버릴 정도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담배 한 갑에는 20개비가 들어 있으며, 또 2만 개의 갑중에서 문제가 있는 갑은 단 한 갑에 불과하다. 이 경우 위험성은 정말 작다고 할 수 있다. 머리가 날아가버릴 확률은 40만분의 1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런데 위험성은 정말 작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사고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다. 즉 이 작은 위험성은, 그러나 그 결과가 너무 끔찍해 많은 흡연자들로 하여금 담배를 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하루 약 400만 갑의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이는 만일 새로운 담배 제조법이 시행된다면 매일 약 200명의 머리가 날아가버릴 거라는 의미도 된다. 1년이면 7만명이 넘는 수치이다. 이쯤에서 여러분이 지를 비명이 들린다. 이 무슨 끔직한 살육인가! 물론 여러분은 옳다. 왜냐하면 이 숫자는 무수한 캠페인과 안전대책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초래하는 인명 피해보다도 훨씬 큰 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7만이라는 수가 현재 담배로 인한 연간 사망자의 수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현재 프랑스에서는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담배로 인해 천수(天壽)를 못 채운 채 세상을 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보통 담배가 지니고 있는 위험성은 폭발 담배의 그것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여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비합리성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비단 초자연 현상들을 좇아다니는 신비주의자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Devenez sorciers, devenez savants by Georges Charpak, Henri Broch

핀트는 안맞지만, "담뱃값 인상취지 퇴색 우려"라는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문득 생각나서 옮겨봤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억제를 통한 국민건강증진 기여" 란 허울로 "건보재정 확충"의 처방책을 가리는 기만행위가 못내 한탄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폭발 담배를 만들던가... :Q
2004/11/04 21:29 2004/11/04 21:29



Posted by lunamoth on 2004/11/04 21:29
(2) comments



    참 재밌는 비유네요..^^
    사람들이 머리가 폭발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더라도..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죠..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라고나 할까요?^^

    난빈 2005/03/24 13:17 r x
    난빈 님 // 신비의 사기꾼들이란 의사과학 관련 책에서 위험의 확률이 누적될때 그 실현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로 나왔던 것입니다. 예 다들 그렇게 조금씩 중독되고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기만은 무한하다는 말도 그래서 이해가 가고요... 이래저래 난국입니다.

    lunamoth 2005/03/25 02:55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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