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지다. 하지만 그 정보를 선택하고,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먼저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다음, 그걸 절제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분명 미래를 위한 교육 문제들 중 하나이다. 삭제의 기술은 도덕 및 이론 철학의 지류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미네르바 성냥갑』, 「윈도우의 절반을 내버리는 방법」 중에서
아래 엔트리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듯싶다. 에코는 위 칼럼에서 컴퓨터 기술 등에서 접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꼬집고 있다. 예를 들어 윈도우 XP에서 향상된 온갖 시각화 등의 중무장한 기능과 또 예전버전 처럼 되돌리기를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성능 향상을 위한 팁 목록 (주로 각종 불필요한 시각화 해제 및 간소화 등을 내용으로 한)의 혼재를 얘기한다.
"여러분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로 가득한 프로그램을 사기 위해 돈을 쓰고,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내버릴 것인가 가르쳐 주는 잡지를 사기 위해 또 돈을 쓴다."
그것이 정보기술이 낳는 또 다른 문제이자 화두 인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이 칼럼을 읽으며 갑자기 이유복의 독백이 생각 난 것 의외이긴 했다. 난데없는 주제의 전이이긴 하지만 :|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미국 땅은 내가 본 영화의 장면장면을 토대로 상상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딱 하나, 파란 들판에 군데군데 누워 있는 허연 누에고치 같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 하나만 궁금했다. 내 옆 자리의 타이완 사람은 그것이 골프장의 모래 벙커라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모래 벙커라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인간을 생각했다. 벽을 쌓아 올리고는 거기에다 창을 뚫는 인간, 호수를 메워 집을 짓고는 마당에다 연못을 파는 인간을 생각했다. 그때 내가 생각한 인간은 정확하게, 황무지를 잔디밭으로 바꾸고 거기에다 모래 벙커를 만드는 그 인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출간된 전병국님의 Delete 란 책도 생각났고.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잉에 대한 집착일 테고, 삭제의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에 대한 집착도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04. 11. 3 lunam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