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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2004)  [감상/영화/외...]

주홍글씨

오늘날 사람들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혹은 만화로 바꿀 목적에서 씌어질 수 있었던 것에 달려들고 있네. 소설에서 본질적인 것은 오직 소설에 의해서만 말해질 수 있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개작되었든 각색에서는 비본질적인 것만 남게 되기 때문이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설을 쓸 만큼 미친 작가라면, 그리고 자신의 소설을 보호하고 싶다면, 그는 사람들이 그것을 각색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달리 말해서 그것을 이야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써야만 한다네.
밀란 쿤데라의 『불멸』p301.

위 쿤데라의 진술에 따라서 이 영화는 김영하의 원작 「거울에 대한 명상」(『호출』), 「사진관 살인사건」(『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을 비켜 나와서 소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의 다른 감상의 변종 교배물처럼 느껴졌다.

사랑과 유혹에서 오는 치명적 결과에 대한 화두와 엇갈린 관계에서 오는 배반의 반전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서로 다른 두개의 단편을 하나로 융합시키면서 억지스러워 보이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싶다.

김영하의 원작을 읽은 나로서 자연스레 원작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미 알고 있는 진행을 따라가며 영화적 처리에 집중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선견으로 인해 감상이란 측면보다 비교와 대조의 수순으로 어쩔 수 없이 매몰된 것 같기도 하다.

사진관~에서 가져온 주인공은 소시민적 형사에서 호사스런 반장역으로 탈바꿈 됐으며 그의 아내는 거울~에서의 성현(수현)으로 설정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아내는 치명적 유혹을 담은 팜므파탈로 그려지고 배신의 신파를 풀어나갔던 가희는 이중적 사랑을 내재하고 있는 복합적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관~에서 보여졌던 허구적 욕망에 배치된 비루한 일상으로의 회귀가 영화에서는 약하게 그려졌고 거울~에서의 치고받는 대화에서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과 엇갈린 관계의 반전, 욕망관계의 삼각 고리의 매듭도 영화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게 단소 하게 부연 된 것 같아 아쉽다.

소설 원작을 접하지 않고서 이 영화를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엽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실소를 금치 못하다 여운이 남을까 아니면 씁쓸한 뒷맛에 불쾌해지기만 할까.

어찌 됐건 문학작품에서 "변혁"을 꾀한 감독의 단편 봉합술은 그리 성공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욕망 구조의 틀과 형식과 영화적 외피만은 그럴 듯 싶으나 관객에게 납득의 여지를 편의적으로 상세하게 부연해 주지 않아 의혹의 물음표로 발걸음을 뒤로하게 만들 것만 같다. 소설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욱 더...

이미 드라마시티 류의 단편 드라마극 으로 극화된 바 있는 사진관~이 원작의 그대로를 답습했다면 이 영화에서의 그것은 영화형식에 따른 반전배치와 스토리 진행만이 남아 공허한 스릴러 요소로 뒷받침 된것만 같다. 좀 더 원작의 치중 했으면 하는 바람은 원작의 팬인 나만의 생각일까, 아니면 영화적 이해를 염두에 두지 못한 미망일까? 이 영화가 나름의 안정적 궤도를 유지한다면 (한석규의 재귀와 함께) 두고두고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리라 생각된다.

영화적 구현의 측면에서는 한 표를 주고 싶다. 고급 취향으로 탈바꿈 한 것도 볼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트렁크신 표현도 생생하고... (얼마나 엽기로 느껴질까 이내 장난스런 표정이 된다. :p) 엄지원의 비중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된 듯 싶고 그로 인해 연기도 빛바랜 듯 싶어 아쉽지만 나머지 3명의 연기는 괜찮게 보았다. 한석규는 여전히 완벽하게 캐릭터에 동화되어 있었고. 절절한 연기도 일품이었고.

이런저런 아쉬움 속에 극장문을 나왔지만 원작의 힘과 한석규의 연기와 문학에서의 각색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혼란케 한 나름대로 추천할만한 영화였다. 욕망 관계와 파국적 결말도 나름대로 볼만했고...

여담이지만. 작가의 다른 단편 「손」(『호출』) - 넷 상에 있을수도... - 도 추천해 본다. 거울과는 또 다른 반전의 묘미가 숨어있다.

문학, 영화, 교수등 종횡무진인 김영하의 또 다른 작업물 - 시나리오 각색의 - 인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또한 기대하고 있다.

Rating:
2004/11/01 15:59 2004/11/01 15:59



Posted by lunamoth on 2004/11/01 15:59
(4) trackbacks | (1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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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글씨 x
    【 Tracked from 유노 도감圖鑑-기파랑 at 2004/11/01 17:55 】
    오랜만의 영화 관람.. 원래는 이노센스를 보려고하였으나.. 이곳 순천에선는 개봉을 하지 않았기에.. 썸과 주홍글씨중에 주홍글씨를 택하여 보았다.약간의 19금씬을 기대하면서... 음.. 예전 주홍글씨라는 책의 내용이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내용..

    주홍글씨 x
    【 Tracked from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at 2004/11/08 19:27 】
    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과 그를 둘러싼 세 명의 여자. 기훈은 경찰대 출신의 능력있는 강력계 반장이다. 그는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아내 수현(엄지원)이 있고, Bar에서 노래를 하는 섹시하고 도발적인 애인 가희(이은주) 도 ..

    주홍글씨 x
    【 Tracked from Into The Happiness at 2004/11/13 08:53 】
    김영하 단편 소설 과 를 하나로 합쳐 영화로 만들었다. 은 1999년인가 2000년인가 TV문학관으로 방송되었기도 했었고... 처음에는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매표소 앞에서 무얼 볼까 망설이다 오랜만에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니까, 라는 생각으로 봤는데.....

    주홍글씨 x
    【 Tracked from Boram's ImageNation at 2004/12/13 21:28 】
    국가/ 한국 감독/ 변혁 배우/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관람일/ 2004.10.30 Star Rating 그는 4년동안 뭘 했을까? (개인적으론 심은하의 매력만으로도 정말 볼만한 영화였지만) 흥행에서 참패를 했던 변혁감독의 전작 이후 4년. 다시 돌아..


    트랙백 보고찾아왔습니다. 소설이 원작이었다니.. 사실을 알고나니 조금 아쉬워 지는군요..^^;

    됴아 2004/11/01 18:02 r x
    안녕하세요~ ^^ 저도 트랙백타고 왔네요..

    글을 읽고 생각이 난건데.. 언젠가..tv에서 말씀하신 사진관~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본적이 있는거 같네요.. 여주인공역을 예지원씨가 했던가... ㅡㅡa

    hoppy 2004/11/01 19:11 r x
    트랙백 타고오신 분들 대열에 저도 동참하게 되었군요 :-)
    전 그 영화가 소설 원작인걸 영화보고 구글링하다 호러익스프레스 기사로 알게되었지 뭡니까. 알고서 보았더라면 더 좋았겠는데(원작에 대한 평이 좋더라구요). 하지만 뭐 거꾸로 읽는 재미라는 것도 있으니까, 언젠가 읽어볼까 합니다.
    평 잘 보았습니다.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본 사람과 저처럼 백지상태에서 대강의 흐름만 파악하고 간 사람 입장에서 본 영화는 다를수 밖에 없겠지요. 대체로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중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이 드물다는게 제 생각인데, 이 영화도 어느정도 그렇지 않았나 싶네요.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그렇게 연관이 되는군요 (--;) 제목이 어찌나 맘에 안들던지 전 제목 듣는 순간부터 볼 영화 목록에서 지워버렸는데 말이죠. 흠. 다시 생각해봐야 하려나? (그런데 역시 제목이 싫어요 ;;;)

    ::bluroze™:: 2004/11/01 21:03 r x
    됴아님 // 저도 주홍글씨와 김영하의 원작을 소재로한 영화를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가 얼마전에 와서야 동일한 영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초기 김영하의 소설이 센세이셔널한 면이 있긴 있었죠 자살안내인에 등등... 여튼 소설도 기회되시면 읽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hoppy님 // 찾아보니 KBS 드라마시티 더군요 http://www.kbs.co.kr/drama/sundaybest/script829.htm 배역은 잘 모르겠네요... 얼마전에 케이블에서 바람이 분다를 단편영화로 만든것을 본기억도 나네요. 영화에서는 누구 말대로 맥거핀역할 밖에 못한건 아닌가 싶네요... 과욕이랄까?

    bluroze님 // 엔트리 퍼블릭하고 블로그 들 돌아다니면서 평을 읽어봤는데 의견이 분분한것 같더군요...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평점조작 했다는 기사도 보이고... 저는 비판적? 지지를 하는 쪽입니다만. 호러익스프레스라 http://horrorexpress.co.kr/bbs/view.php?id=movie&no=830 듀나님이 괜찮게 씹었네요. 후후... 소설을 읽고 보니 그런데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기대해 보면 따라가는 재미가 있긴 있었습니다.

    영화전반 관계를 정리해 보려 했는데 요령부득이더군요. 뭐 저정도가 제 한계일테고요...; 척팔라닉과 데이빗 핀처 스티븐킹과 프랭크 대러본트 정도가 보기드문 절묘한 만남이 되겠네요.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과 김영하의 작업은 단편소설 너의 의미와 예전 한 대담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필름2의 인터뷰도 참고하시길... http://www.film2.co.kr/people/people_final.asp?mkey=1876 이런 멜로 물을 어떻게 소화할수 있을지 - 뭐 간단한 각색이겠지만 - 기대는 됩니다.

    lunamoth 2004/11/01 22:04 r x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원작이 있는 줄을 몰랐네요; 영화를 보고서 뭔가 개운치 않았는데.. 원작을 읽으면 의문들이 좀 풀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된다면 찾아 봐야겠습니다. 알찬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kikuru 2004/11/02 00:54 r x
    kikuru님 //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많은 듯 싶네요. 한석규의 복귀작이라는 수식이 붙어서 그런지... 원작이 계속 오버랩되면서 미진함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원작은 추천할만 합니다 :), 예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8)

    lunamoth 2004/11/02 02:42 r x
    저도 트랙백 대열에 동참하네요. 한석규, 연기는 훌륭했죠. 문제는 접속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까지 보여줬던 이미지를 광고에 너무 팔아먹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사람 잡아먹었다고 할까요? 영화쪽 공헌의 측면에서는 당연히 안성기씨겠지만 커피광고의 피해자로서는 한석규, 안성기씨가 공히 피해자라고 볼수 있겠네요.

    그럴껄 2004/11/02 09:43 r x
    그럴껄님 // 예 감사합니다. 예 그것도 문제긴 문제이죠. CF의 이미지에 함몰돼서 영화에서의 캐릭터가 빛바래는. 전지현의 경우가 그 극단이겠고요... 그러나저러나 이 영화로 어느정도 재귀의 발판은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주 망하진 않을 것 같고 그런대로 연기만은 호평을 않기 힘들테니 말입니다.

    lunamoth 2004/11/02 11:01 r x
    아..원작이 있었군요...솔직히 영화상에서 각 배우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좀 부족했나 싶었었는데..원작을 읽으면 좀 나아지겠죠..윗 글 중 "변혁"을 꾀한 감독...이라는 문구는 위트 만점입니다..^^" 근데 영화평은 상당히 후한 편이시네요..원작을 읽은 힘때문인가요..^^" 원작이 읽고 싶어지네요..영화속에서 소재에 대한 배우들의 심리묘사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암튼..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dony 2004/11/03 00:38 r x
    dony님 // 예 안녕하세요. 김영하의 직접적인 참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영화화 판권을 팔고 한것밖에는. 직접 참여했었으면 어떤 결과물로 나왔을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단. 엔키노에 있는 변혁감독의 인터뷰(스포일러)도 읽을 만 하더군요... 호평 쪽에 가까운 이유는 적정선에 닿지 않는 영화는 리뷰를 쓰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런대로 원작을 영화에 맞게 구현?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심리묘사가 아무래도 이것저것 압축해서 끌어넣다 보니 (4명의) 밀도가 떨어진것이 아닌가 싶네요. 여튼 개봉첫주는 순항중인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내려질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

    lunamoth 2004/11/03 00:50 r x
    이은주씨의 열연에 감복하여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소설이 원작이었군요. 볼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웹퍼 2004/11/03 09:52 r x
    웹퍼님 // 예 그런대로 가희역을 잘 꾸려간것 같습니다. 판권 팔린것만 해도 새로운 단편집에서 3작품이라니. 영화계의 러브콜은 계속되는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검은꽃 영화화는 가능하기나 할런지...

    lunamoth 2004/11/03 11:40 r x
    아, 소설 원작이 있었네요. 몰랐습니다.^^ 책을 읽고 봤다면.. 느낌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kremlin 2004/11/03 22:44 r x
    kremlin님 // 예 아무래도 책을 읽은 상태에서는 줄거리를 꿰고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 치중할 수 밖에 없죠... 누가 죽였는지 이런것들은 괘념치 않고요. 영화보신 후에 책을 읽는 것도 새로운 맛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lunamoth 2004/11/03 23:34 r x
    안녕하세요, lunamoth님.
    lunamoth님 트랙백을 받고서 댓글 남깁니다. 안그래도 lunamoth님의 글들은 제 리더기에 등록해놓고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매번 인사라도 남길까 하다가 이 어이없이 게으른 습관때문에 남기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지우개는 화면이 너무 예쁠것 같아서 볼려 그랬는데, 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버렸네요.^^

    권도 2004/11/04 22:50 r x
    권도님 // 예 안녕하세요 권도님, 주저하다가 트랙백 날려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막상 무례한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 리더로 읽고 계셨다니 다행이군요. 여튼 요즘은 코멘트를 남겨 보려 해도 막상 남기려고 하면 괜히 어지럽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저하고는 합니다. 예 권도님도 가끔 리플 달아주세요 :), 지우개는 저도 기대중이랍니다 :)

    lunamoth 2004/11/05 00:20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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