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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의 입대에 부쳐...  [자전소설]

모든 것은 지난 기억의 반복이자 되새김이다.

1년 정도 지나고 느낀 것은 일말의 안도감과 한편으로 지난할 것이 분명한 연체 기간에 대한 불가피한 좌절감이었다. 그러던 단상은 잠시뿐이고 일상은 계속 되었다. 그런 극도의 열등감과 우월감의 상존으로 대차대조는 제로지점을 향해 갔다. 더 이상 그를 붙잡는 것은 아무것도 잃을게 없다는 자조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장미빛 기대감도 아닌 그 기저에 깔린 음울한 고소 혹은 끝갈데 모를 패배감의 쓴 맛 이었다.

그가 갔던 길을 걷게 될, 따라올 이를 보는 느낌 또한 이와 별 다르지 않다. 그 속엔, 그 눈 빛 속엔 언젠가 짓게 될 애뜻한 상실감과 휴지기에 접어들 감정의 황무지를 오래지 않아 연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담백하게 무언의 충고를 건내는 것이다.

"애써 잊으려 할 것도 없어, 언제든 눈 감으면, 잠이 들고 나면 조용히 다가와 아른 거리며 널 예전의 너로 기억하게 해줄테니. 그저 스쳐지나 간다고 해도 때론 모든 것을 걸고 밑 바닥까지 추락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 또한 없을 거야. 오늘의 너는 과거의 너를 언제든 제 자리로 불러 들일 수 있을 거야. 얼핏보면 달라 보일 테지만 지나고 나면 모두 하나 둘 쌓여서 이뤄지는 퇴적물임을 깨닫게 될테고 말이야.

더 이상 신조와 강령과 규율과 교범에 맞춰 의식적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될때 쯤이면 그 이해 못할, 불가해한 웃음의 의미를 너는 깨닫게 될거야.

그리고 모든 것이 한낱 안주거리로 화석화될 그 날까지 우린 무자비한 감정의 굴레도, 속박도 하나의 축복으로 자위하며 그렇게 잠시나마 길들여져 가고 즐기면 될 뿐이야.

그렇게 어느 곳에 기간이 되는 것도 어차피 우리 살이 중에 짧디 짧은 한 기간에 불과하니.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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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7 14:01 2004/07/17 14:01



Posted by lunamoth on 2004/07/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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