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는 거리가 먼 성공학 강사 아빠 리차드, 개중에 "평범"해보이는 드웨인과 올리브의 엄마 쉐릴,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기도한 마르셀 프루스트 전문가 외삼촌 프랭크, 니체에 심취해 "묵언수행"(?) 중인, 비행사를 꿈꾸는 오빠 드웨인, 어린이 미인 대회 - 리틀 미스 선샤인 - 의 주인공을 꿈꾸는 당찬 꼬마 숙녀 올리브, 그리고 아직도 정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에드윈까지 언뜻 보면 이 기묘한 가족의 조합은 리틀 미스 선샤인을 향해가는 중에 어느덧 환상의 로드 트립 하모니를 연출해냅니다.
오랫동안 꿈꿔온 계약 건으로 그의 지론, "인생의 9단계 성공 이론"대로 성공의 단계를 한 걸음씩 밟아나간다고 생각하는 리차드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와중에도 전화를 기다리며 매달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뜨뜻미지근한 응답뿐입니다. "승자에게 포기란 없다"란 신념으로 어둑새벽에 성공학 박람회장으로 향해 담판을 지으려 하지만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동기 부여 강사란 냉혹한 현실만이 가슴속의 메아리로 다가옵니다. 쉐릴은 그 와중에 제각기 특출난 가족들을 보듬어 내기 위해 여념이 없고, 애인에게 차인 프랭크에겐 애처로운 상황만 연출될 따름입니다. 드웨인에겐 또 하나의 절망이 다가오고, 에드윈에게도 또 하나의 굴곡이 자리합니다.
"패배자를 싫어하는 아버지" 앞에서 패배자로 남을까 걱정된다는 올리브에게 "패배자란 이기지 못할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이들"이라고 말해주는 할아버지 에드윈, 그리고 힘겨워하는 드웨인에게 "자신이 고통받았던 날들이 자기 인생의 최고의 날들이었다1"고 말한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랭크, 그 흔한 경구라도 영화에서는 삶을 다독여주는 흐뭇한 포옹처럼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짙은 구레나룻와 왼손에 감긴 붕대, 연카키색 버튼다운 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냉소와 유머를 잃지 않은 스티브 카렐은 디 오피스에서 "uncharacteristically serious" 하게 짐에게 Never, ever, ever give up. 라고 조언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클러치 고장으로 시속 20km 가 될 때까지 매번 봅슬레이 경주를 하며 미니밴을 출발시키는 순간은 경주가 아닌 한 걸음 한걸음 음미하는 여행으로의 삶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릅니다. 미인 대회를 조소하는 마지막 무대가 보여주는 비루한 삶에 대한 낙관도 웃음과 울음을 함께 이끌어낸 그들의 여정처럼 그 어느 순간보다 절망 앞에서 긍정의 힘을 더해주는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Footnote.
- “You know Marcel Proust, French writer. Total loser. Never had a real job. Unrequited love affairs. Gay. Spent 20 years writing a book almost no one read. But he’s also probably the greatest writer since Shakespeare. Anyway, he uh- he gets down to the end of his life…and he looks back and decides that all those years he suffered- Those were the best years of his life, ‘cause they made him who he was. All the years he was happy? You know, total waste. Didn’t learn a thing. So, if you sleep until you’re 18…ah, think of the suffering you’re gonna miss.”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