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u n a m o t h  4 t h   |  COVER  |  TAG CLOUD  |  GUEST  |  RSS 


| 트로피칼  [길 위의 이야기]

그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마트에 있는 모든 과일을 종류별로 하나씩 사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라고 운을 뗐을 때, 나는 이미 긴 밤이 될 것을 예견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따조 - 왜 있잖은가 치토스니 뭐니 하는 스낵에 하나씩 들어있던 동그래한 딱지 - 백 장을 다 모았다고, 과자 제조사로부터 종합선물세트 1종, 2종, 3종 세트를 받길 원하는 아이 같았다.(비유만이 아니라 사실 쉰 장은 넘게 모았으리라) 뭐 어쩌랴 한다면 하는 이가 그인 것을 관중석으로 힘껏 공을 던지는 우익수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이제 돌아갈 길은 토마토를 넣느냐 마느냐로 폐점시각까지 시간을 끄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 모를 남국의 과일과 그만큼 화사한 웃음을 짓는 캐셔 사이로 그의 남용과 오용과 과용의 만용이 하나하나 찍혀지고 있었다. 터질듯한 비닐봉지에서는, 혼합 과일 맛 음료 내음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모든 과일의 맛이지만, 그 어떤 과일의 맛도 아닌. 올해도 그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쌓인 겹겹의 시간이 낯선 과실의 합처럼 버거운 차례상으로 돌아왔으리라. 결국 마지막 방울 토마토를 남기고 그는 잠이 들었고, 꿈에선 비타민 병정들과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길게 이어진 영수증 위로 개선식을 치를 것이다. 저것 봐 매달 3,6,9 로 끝나는 날에 오후 8시 이후로 5만 원 이상 구매 시 보너스 포인트가 두 배라잖아. 라고 외치며.

- Tungsten C
2006/10/09 23:58 2006/10/09 23:58



tags: ,

Posted by lunamoth on 2006/10/09 23:58
(0) trackbacks | (2) comments

     trackback  click!
lunamoth
Textcube

Profile
Contact
+ Archives
+ Calendar
+ Categories
+ Recent Posts
+ Recent Comments
+ Recent Trackbacks
+ Blogroll
+ Twitter



Suede
brett anderson
Mr. Saxophone

lunamoth on Twitter
Miranda NG

Follow @lunamoth
http://feeds.feedburner.com/Lunamoth
follow us in fee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