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의 기일에 2년 만에 짧은 휴가를 냅니다. 소원해진 아버지와 여전히 평범하게 가업인 주유소를 이어나가고 있는 형 미노루와 오랜만에 재회합니다. 형의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옛 친구 치에코를 만나고 그들 셋은 기억을 더듬어 추억어린 계곡으로 향합니다. 사진을 찍다 타케루는 "흔들리는" 다리를 바라보고, 챙겨간 검은 양복을 입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의 휴가는 예상과 달리 길어지는데….
감옥과 별다를 것 없는 현실이라고 자조하는 형에게 타케루 자신은 현실을 도피하고 있을 뿐이라 강변해보지만, 형 미노루는 그것도 자신 같은 삶으로부터의 도피라고 답합니다. 점점 서로 속내를 알 수 없는 형제 앞으로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소소한 다툼이 겹쳐지고, 타케루는 결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고에 쌓여온 애증과 회한이 겹쳐집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이어질 진실과 후회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낡은 다리난간을 버티고 서있던 것은 형이었고, 원하던 것을 모두 빼앗았던 것은 자신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다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갈 웃음의 사진 한 장을 배치해둡니다.
슬라이드를 돌려보며, 잊고 있던 당혹스런 진실을 깨닫는 장면에서 타케루가 무너져내리는 모습만은 오다기리 죠의 새로운 발견입니다만,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원안은 다소 의문입니다. 애매한 정황은 심리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게 하고, 실마리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뜻 시놉시스만 보고 미스터리 수사물로 착각한 저로서는 의외의 수확이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