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u n a m o t h  4 t h   |  COVER  |  TAG CLOUD  |  GUEST  |  RSS 


| 호미사이드 Homicide (1991)  [감상/영화/외...]


영화는 환상입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환상. 그 어떤 영화보다도 치명적인, 당혹스러움을 선사합니다. 멀리는 까소봉, 벨보, 디오탈레비의 <계획> 과 리아의 일갈 "사람들이 발모 고약 장수를 믿는 거 당신도 알죠? 그래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발모 고약 장수가, 진실이기는 하되 연쇄추론이 불가능한 진실을 말한다는 것,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 선한 믿음으로 떠들어 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신은 신비롭다, 신의 뜻은 측량할 길 없다는 말을 자꾸 들으면, 모순을 신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믿게 돼요." 부터 가까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허섭스레기 같은 음모론 유희들까지 통렬하게 재회하게 합니다.

살인전담반 형사이자 인질협상가인 로버트(바비) 골드는 담당하던 큰 사건, 랜돌프(경찰살해, 마약거래) 건을 FBI 에 무시되고 상관에 치여 놓칠 지경에 이릅니다. 급기야 랜돌프의 끄나풀을 잡으려 가다 맞닥트린 사탕가게 유태인 노파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로 좌천되기에 이릅니다. 한 흑인 꼬마는 지하의 돈을 노렸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유태인 가족들은 음모론적 시각으로 편집증에 사로잡혀 바비에게 매달리고, 바비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여태껏 매달려온 랜돌프 건만 신경을 쓰고 노파 건은 도외시하는 지경입니다. 노파의 손녀 클라인은 유태인이면서 유태계의 피해의식으로 치부해 냉소하는 그에게, 자신을 증오하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 같다고 질타합니다. 심경이 역전되어 노파 사건에 매달리기로 결정, 총소리가 나자 "지붕 위의 남자"를 쫓습니다. 그를 쫓다 발견한 한 장의 종이…. 그리고 쓰인 글자는 그로페즈 GROFAZ.

새벽녘에 살인현장에 들린 바비는 노파의 사탕가게 지하에서 우연히 그녀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됩니다. 팔레스타인과의 투쟁과 관련된…. 미궁 속으로 바비는 점점 빠져듭니다. 동료인 설리반은 엉뚱한 쪽으로 집착하는 바비가 마뜩찮습니다. 하지만, 이미 바비의 신경은 그로페즈에만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스터 필더 알러 자이튼 Großte Feldherr Aller Zeiten", 위대한 전략가. 바로 히틀러를 뜻하는 단어이자, 유태인 학살과 관련된 비밀집단의 일종의 암호명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시오니스트 조직에까지 연이 닿은 그는 유대 민족의식에 스스로 고취되어 어떻게든 돕겠다고 다짐합니다. 급기야 반유대 조직의 본거지에 테러를 돕게 된 바비는…. 모든 사건이 정리되고 마지막 사무계에 부탁했던 문서를 받는 순간 바비는 지금껏 그를 달려오게 한 진실을 깨닫습니다.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쉴새없이 주고받는 초중반 대사들과 바비의 분노와 함께 나직이 흐르던 테마, 인종의식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달려나가는 듯하면서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이빗 마멧의 시나리오까지. 바비의 변화를 쫓는 시선 속으로 빠져들어 결국은 잘 짜인 회로 속으로 보는 이조차 빨려들어가게 합니다. 그리하여 함께 "경찰 활동" 대신 "지붕 위의 남자"를 쫓기에 이릅니다. 마지막 단어를 잊고 앞글자들만 보고 달려가게 만듭니다. 그 신뢰 게임에 자신이 빠져든 순간, 이 영화의 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바비처럼 생각할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속옷 윗도리 6장, 속옷 아랫도리 6장, 손수건 6장 이 기록된 5번 전표는 늘 연구자들을 헷갈리게 했는데 그 이유는 이 전표에는 양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 우디 알렌,『피장파장』중의 <메터틀링 리스트>, 뉴욕, 랜덤 하우스 1966, p.8




덧. 숙원 사업이 이제야 종결되는군요.

관련 글 : 이 영화를 어떻게 구한다, [RQ] Homicide.1991.DVDRip.XviD-TML
2006/02/14 22:57 2006/02/14 22:57



tags: , ,

Posted by lunamoth on 2006/02/14 22:57
(0) trackbacks | (6) comments

     trackback  click!


    전 이 영화를 지금은 사라진 2층으로 된 대형 영화관에서 친구랑 단 둘이서 봤습니다. 그 황량함과 함께 한 덕분인지 더 잊지 못하는 영화가 돼 버렸죠..^^;

    dakdoo 2006/02/15 01:29 r x
      비디오 자켓?을 보니 '92. 4 씨네하우스 개봉화제작 이라고 써있더군요^^; 14년이나 된 테잎이 상당히 양호해서 놀랐습니다. 인기가 없었을까요?

      스카라 극장 말씀하시는것인가요? 마지막 순간 정말이지 순식간에 황량하게 만들더군요. 영화의 치밀함은 저도 속을 정도 였습니다. 데이빗 마멧 뒤늦게 나마 확실히 체크를 해둬야 될 것 같습니다.

               lunamoth 2006/02/15 01:34 x
    어라? 고등학교 때 봤으니 91년 이전 일텐데요.^^;
    부산 국도극장에서 봤습니다. 천 이백명인가가 들어갈 수 있는 영화관이었었죠. 일주일 개봉하고 영화를 내려버리더군요...ㅠㅠ

    dakdoo 2006/02/15 11:54 r x
      아 그런가요... / 상당히 큰 극장이었군요. 현재는 부산극장 1관 (1101석) 이 가장 많은 좌석수라는군요... 역시 영화는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는 않았군요;;

               lunamoth 2006/02/15 12:19 x
    학교에서 "homicide"로 검색하니 딱 하나가 나오더군요. 자료번호 적어내고 비디오를 떠억. 틀었더니만...

    해리슨 포드 나오는 "Hollywood Homicide"였습니다..;;;
    (원제를 한번만 봤어도 OTL..)

    올빼미 2006/02/16 14:04 r x
      허허;; 오래돼서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중고 비디오 사이트에도 거의 없더군요... / 빌려드릴까요? ㅎㅎ

               lunamoth 2006/02/16 15:35 x
      COMMENT
        



lunamoth
Textcube

Profile
Contact
+ Archives
+ Calendar
+ Categories
+ Recent Posts
+ Recent Comments
+ Recent Trackbacks
+ Blogroll
+ Twitter



Suede
brett anderson
Mr. Saxophone

lunamoth on Twitter
Miranda NG

Follow @lunamoth
http://feeds.feedburner.com/Lunamoth
follow us in fee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