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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불  [나의 서재]

그리고 한순간 깨닫게 되는 거지. 더 이상 무단횡단 같은 것은 꿈꿔보지 않는 나이가 됐음을 말이야. 때때로 그렇게 흘려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는 법이고. 그날도 그랬던 것 같아 무심한 발길에 이러 저리 차여 그저 나뒹굴고 있을 따름이었지. 가슴 속 한켠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랄까. 그랬었지.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더라고. 어쨌든 더 이상 태워버릴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을 때 생각했지. 그저 이대로 갈 수 있을 때 까지 걷겠다고. 길이 이어지는 한 계속해서. 걸어낼수록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더군. 굶주린 새벽의 시샘 어린 추위가 달래고 있어서일까. 하여튼 선연히 떠오르는 잔상 속에서 뒤늦은 숙취가 날 괴롭히기 시작하더라고. 두 팔을 벌리고 자전거를 타는 듯한 포즈를 취했을 때. 두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잊게 된 그 찰나의 순간이었을 거야. 당신이 내 팔을 잡은 건.

게슴츠레한 표정이 흡사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지. 그리고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더군. 택배회사 조끼에 모자하며 그 위화감에 잠시 꿈이라도 꾸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졌었지. 주문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류남수님 맞으시죠? 아니 갑자기 생사람을 잡고 무슨 일인가 했지. 요즘은 친구찾기로 배달하나? 그건 아닐 테고. 지난번에 주문하신 상품은 택배회사 측 문제로 재배송되었습니다. 혹시 물건을 한번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글쎄요. 어떤 물건을 말하는 것인지 도통... 아 예 저도 배달만 담당하는지라 자세한 내용물은 알 수가 없습니다. 글쎄요. 집을 비운 지가 꽤 돼서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전달이 가능한 것이군요. 잠깐요. 저는 분명히 아무것도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만. "샘과 예호림"이라 난생처음 들어보는데요? 음. 기록상으로는 일주일 전으로 표시되어 있군요. 여기 주문일자 보시고요.

확실히 제 이름하고 핸드폰 번호가 맞긴 한데. 일주일전이라면... 그렇군요. 확실히 주문을 한 것 같군요. 그런데 하필이면 왜 지금 여기서죠? 글쎄요. 여튼 확인됐으니 여기 싸인하시면 되고요. 전 저쪽 가드레일 부근에 있는 분께도 배달할것이 남아서요. 그 얘길 듣는 순간 난 과실상계비율을 생각하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 며칠전에「心筋, 그리하여 막히다」가 생각나서 다시 읽고...
2005/11/22 23:59 2005/11/22 23:59



Posted by lunamoth on 2005/11/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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