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병장님 근무이십니까? 어 한동안 비번이더니만 계속 이 타임 당첨이네. 그래도 불침번이지 않습니까? 저희 군번 완전히 꼬였죠. 상병 꺾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초소근무라니. 우유 한잔할래? 네? 3층 군악대 쪽에 자판기 하나 있잖아. 역시 류병장님이십니다. 허허. 괜찮습니다.
아직까지 안자고? 근무 서고 사천짜장 하나 먹었는데 소화가 안돼서 말입니다. 내가 그 얘기 했었나? 처음 뽀글이 먹었던 날 말야? 교도 3중대에서 말입니까? 그 눈 내리던 날, 화이트 크리스마스 얘기 아닙니까? 아니 그 날은 아니고, 여튼 변함 없는 오전 나절 조교 교육에 오후엔 교장작업, 저녁쯤이었을까? 뭐 때문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무지 깨진 날이었지. 관물 상태 때문이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얘기했었나 보군. 뭐 이것저것 겹쳤겠지. 전날 집합도 하고 분위기도 안 좋았으니.
어쨌든 근무서며 가요 메들리 몇 곡하고 나니 꽤 출출해지더라고. 사수가 불러서 보일러실로 따라가니 뽀글이를 먹어보라더군. 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던 적은 처음이었지. 그리고 커피와 우유를 뽑아 섞어 주더군. 그게 뭐 그리 감동적이었는지. 갈구고 약주고 뭐 그런 셈이지.
류병장님 이등병 때라니 상상이 갑니다. 뭐 보통 "상상이 안갑니다"가 정상 아니냐. 하하. 그럴 거야 몇 달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건 나 같은 고참은 아닐 테고 말야. 여튼 여전히 기억나 그 고참이. 요즘 뭐 그런 고참 있습니까? 다 악역은 피하는 쪽이니. 그래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라 이건가. 너도 좀 그만할 때 되지 않았니? 다음엔 군기교육대로 끝날것 같지도 않은데? 다 류병장님이 풀어주니 저라도 잡아야지요. 허 그런 셈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팔목이 아프지 밀린 수양록을 한번에 써서 그런가. 대대주임원사 별로 보지도 않던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검열 나온다니 쓰라 그거지. 하 이젠 좀 지겹다. 이 병정놀이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아. 류남수 병장님은 전역해서는 뭐하실 겁니까? 글쎄. "뭘 하든 지금보다는 낫겠지." 언제 면회라도 한번 오시죠. 허자 번호판 차 타고. 그래 그런 날이 오겠지. 언젠가 다시 만나 웃으며 얘기할 그런 날이... 저 이만 부사수하고 담배 한대 피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행보관 안 자는 것 같으니 샤워실에서 피고. 예 수고하십시오.
'사실 악몽 같은 나날이기도 했지. 어디에도 탈출구는 안 보이더라고. 그래도 자살할 생각은 안 나더라고. 자살예방 비디오를 보니 초상권 보호도 안돼서말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