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약이 될 수 있다면 그 약은 아픈 사람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해 겨울의 메모.
2004. 1. 6.
소한에, 혹한기 훈련 시작.
"...그는 늪지대를 목과 총만 내놓고서 허우적 거리며 건널적에도, 사실은 상황실의 작전장교들이 커피잔을 들고서 삼각자와 컴퍼스로 내리긋는 좌표 위에 그들이 헤메고 있다는 상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작년보다 춥지 않았다.
2004. 1. 12.
3일간 대리근무.
"우리들의 기계, 우리들의 독약, 우리들의 무기, 우리들 자신의 절망, 지옥은 모든 우리를 포함한 우리가 지어낸 물건들의 광란하는 축제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극단적인 순간이 빠져 버린 채로 사람들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간절해 집니다. 모든 것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를 시간을...
2004. 1. 23.
"그래...넌 스스로 남들 앞에서 자신을 잘 포장한다고 생각하지? 괜히 즐거운 척....용기 있는 척...그런데... 사실 널 봐. 혼자 있을 때만 편안하지? 누구한테 속마음도 못 털어놓고... 잘 안 들린다는 게 불행해서 아무 것도 못하지? 아는 척이 아냐...나는 너를 다 알아!!!"
2004. 1. 26.
뒤 늦게 먹은 떡국. "사제[싸-]"의 맛 그대로. 스물셋이라는 현실감과의 괴리...
헌혈 320ml, 총 1l 돌파 했을 듯.
2004. 1. 27.
"... 의 주둔은 이런 마취된 안도감들과 굳게 연결 되어 있다. 구두닦이 소년은 그의 더러운 손끝에서 파아란 연기를 올리며 타고 있는 쎌렘 담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지겨운 삶의 조건들과 곧 화해한다."
"...배를 향해 걸어 갔다. 새벽까지 어디 가서는 술이나 마시며 빈둥거리겠다던 생각이 달라졌던 것이다. 그는 여기서 알았던 그 어느 얼굴과도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