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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려 范蠡  [나의 서재]

우연히 넷상에서 앰브로스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를 다시금 접하게 됐다. 그곳에 제시된 몇 예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었다.

우정 Friendship
(명) 좋은 날씨에는 두 사람을 실을 수 있지만, 사나운 날씨에는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배.

뭔가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찾아보니 생각났던 문장은 다름아닌 고우영 화백의 십팔사략 중 한 컷이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 얘기. 월왕구천(越王句踐)의 재상 범려(范蠡), 20여년 만난을 무릅쓰고 오왕부차(吳王夫差)의 자멸을 이끌고 패자에 오르게 하나... "어느 날이던가?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는데, 범려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리고...

"고생을 같이 나누던 사이는 호강을 나누지 못하느니……."
(可與共患難, 不可與共樂)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의 원문은 다음과 같았다.

范蠡遂去, 自斉遺大夫種書曰:「蜚鳥尽, 良弓蔵;狡兔死, 走狗烹. 越王為人長頚鳥喙, 可與共患難, 不可與共樂. 子何不去?」種見書, 称病不朝. 人或讒種且作亂, 越王乃賜種剣曰:「子教寡人伐呉七術, 寡人用其三而敗呉, 其四在子, 子為我従先王試之.」種遂自殺.

원문해석 : "범려는 대부 문종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새가 없어지면 활을 없애고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겨진다고 합니다. 구천은 목이 길고 입술이 검어 이런사람은 고생을 같이 할 수 았으나 기쁨은 함께 나눌 수 없는 인물입니다. 대부께서는 왜 물러나지 않습니까?」 문종이 듣지 않고 머뭇거리는 사이 구천은 문종에게 칼을 내려 자살하도록 명했다." 한신(韓信)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원조?인 셈이다.

각설하고 요는 저 대구가 눈에 밟혀 어지러운 한문 찾아가며 이리저리 발품을 팔다 어느샌가 나도 누군가처럼 春秋戰國時代 에 빠져들었다는 결론이다. 동주 열국지는 몰라도 오월춘추는 찾아 봐야겠다. 日暮途遠 이라...
2005/10/14 06:52 2005/10/14 06:52



Posted by lunamoth on 2005/10/14 06:52
(14) comments



    Administrator only.

    Secret visitor 2005/10/14 10:14 r x
      예 책과 인터넷을 뒤져보다 보니 은근히 춘추전국시대를 읽고 싶어 지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사기열전 부터 찾아봐야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좋은 기회인데요 하하; 음... 찬스이긴한데... 아무래도 부담스럽긴 하군요. 심사 숙고 해보겠습니다.

               lunamoth 2005/10/14 14:34 x
    헉!!!
    한문은..-_-;;
    그나저나 악마의 사전은 예전부터 사둬야지 사둬야지 했는데, 최근에 새로 양장본으로 출간된게 있더라구요. 일단 찜 해 놓았는데 언제 구입할런지...

    applevirus 2005/10/14 14:08 r x
      예 여전히 날카로운 맛이 있죠. ;)

               lunamoth 2005/10/14 14:36 x
    어머, 원문 찾아보실 정성이면 아무 문제 안 돼요. 국내 번역본도 있는데 뭘 걱정하세요? 의외로 사기는 꽤 많답니다. ^^

    JIYO 2005/10/14 14:19 r x
      아 인터넷으로만 갑자기 찾아본거라서요.

      http://snipurl.com/iiir 파일로 있던데 정말 방대하더군요...

      여튼 공자 앞에서 문자쓴 격이 된듯. 허허허...

               lunamoth 2005/10/14 14:39 x
    한문 시험 3개를 앞두고 저런 단락 수십개를 째려보고 있는 요즘, 저녁먹고 한 숨 쉬러왔다가 압박받고 갑니다;;
    (언제 다 볼끄나.. 꺼이꺼이)

    올빼미 2005/10/14 21:45 r x
      전 재밌던데요... 하핫;

               lunamoth 2005/10/14 21:48 x
    책은 그래도 넘기면서 읽어야.. :D

    memmaker 2005/10/15 18:26 r x
      예 그렇죠. ;)

               lunamoth 2005/10/15 19:09 x
    어렸을때 워낙 좋아해서 삼국지, 후삼국지, 춘추전국시대에 관한 소설을 두껍고 글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책으로 읽었었지만 삼국지를 빼곤 기억이 거의 안납니다. 후삼국지는 촉이 망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100% 허구입니다. 저자는 누구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온갖 아들 손자 외손자들이 다 모여서~♪ 조상 이름을 들먹이며 나와서 감동을 받으며 읽었던거 같은데, 거의 무협지 스타일이었던거 같네요.

    이번 기회로 다시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원문들은 너무 어렵고, 소설 스타일로 한번 다시 :)

    icedac 2005/10/16 01:40 r x
      저도 기억납니다. 후삼국지, 얼핏 넘겨본것 같네요. 찾아보니 나까무라 고오젠 이라는 일본작가가 쓴게 있고 이원섭 편저 라고 되어있는 것도 있네요.

      요시가와 에이지 쪽 삼국지도 본것 같습니다. 약간은 정체불명의 책이긴 했습니다만... 서두에 차 얘기가 나오는 것 말이죠...

      진순신도 있고 한데... 허 진순신의 소설 십팔사략 1 이것도 끌리는군요.

      그야말로 일모도원입니다.

               lunamoth 2005/10/16 01:51 x
    음... 어쩌면 icedac님이 언급하신 그 삼국지 책을 저역시 읽은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 누런책이었는데, 삽화가 맘에 들었던... 세로로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던...
    그나저나 후삼국지에서 제만년(혹은 제만련)이라는 캐릭터가 나온것 같았는데, 모두 허구였군요. ㅡㅡ; 하긴 장비의 후손이 군사로 나왔던가하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

    이올로 2005/10/18 00:09 r x
      예 칠실삼허가 아니라 소설인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읽어볼까 하다 왠지 흥을 깰것 같아서 말았더랬죠. 그런대로 맛?이 있나 보군요.

      장비의 후손이 군사라 재밌네요. 갑자기 삼국지 시리즈에서의 후손의 스탯치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궁금해지는군요...

               lunamoth 2005/10/18 00:16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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