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vil-may-care [길 위의 이야기]
뭐랄까 그는 참 무덤덤한 사람이었다. 아니 악마가 신경 쓰건 말건 그런 엇비슷한 표현이 어울리는. 누구도 구속하길 원치 않았고 그 역시 구속받길 원치 않았던, 누구에게도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지 않는, 마치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어 보이는 그런. 하지만 때론 황량한 감정의 그늘이 그조차도 주체할 수 없게 하곤 했던. 무엇인가를 한없이 지우려 도망 다니는 느낌의 그 필요 이상의 짐에 버거워하던, 그 였다. 그런 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은 지도 4년이 지났다. 한없이 걷고 또 내달리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정처없이 떠도는 것을 즐겼던 기억도. 어디를 향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걸어냄의 순간에 만족했던 그였다. 가끔 이렇게 명일 새벽녘이 될 때쯤이면 한순간 격정으로 모든 것을 소모했던 그의 아득한 목소리를 듣는다. 지금이야 뛰어. 후회와 기억의 계절 앞에서 다시 그에게 묻는다. 이제 더 이상 떠돌고 있지는 않느냐고. 귓가에 나직이 찬바람이 닿을 뿐이다. 그는 여전히 말이 없고 여전히 슬며시 웃음 짓고 있다. 너는 괜찮으냐며...
2005/10/0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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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5/10/0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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