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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감상/영화/외...]

2005.09.22 개봉 | 12세 이상 | 75분 | 드라마 | 일본 | 국내 | 국외 | 씨네서울 | tojapan,tv | IMDb | OutNow


"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정말 토니 타키타니였다."

영화는 짧은 사랑의 기억과 고독의 풍경입니다. 줄거리를 풀어낸다면 몇 문장으로도 족할 그런 이야기 입니다. 하기야 무라카미 하루키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니까요. 토니는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감옥 같은 고독"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감정이 결여된" 극사실주의의 그림을 그리던 그는 자세한 묘사만이 필요한 기계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됐습니다. 그리고 늘 홀로 작업하는 생활을 영위합니다. 그렇게 자신 속에 갖힌듯 살고 있던 그에게 바람을 걸친듯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는 한 여자를 만납니다.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떨림을 느끼고 그녀와 결혼을 합니다.

쉽사리 깨져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서, 예쁜 옷만 보면 충동적으로 사지 않으면 안되는 강박증을 가진 그녀와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속에 그녀의 마지막 외출이 나직히 화면위를 흐르고. 토니는 예전처럼 다시 홀로 남겨집니다. 수많은 옷과 구두가 남겨진 방에서 홀로 옷을 만지며 그녀를 반추해봅니다. 그리고 고독의 시간을 완화하기 위해 그녀의 옷을 입고 일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역시 외롭게 떠돌던 고독한 트롬본 연주자 였습니다. 역시 토니를 갖게된지 얼마안돼 상처하고 연주를 위해 토니와는 요원해진 상태입니다. 아버지 쇼자부로 타키타니와 아들 토니 타키타니 모두가 각자의 삶속에 편입돼 아버지와 아들로의 모습은 낯선 사람이 돼버립니다. 에이코는 옷으로만 자신의 빈 곳이 채워진다고 믿고 쇼핑중독을 떨쳐내지를 못합니다. 고독과는 또 다른 집착 속에서 둘의 만남은 일견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워냅니다.

영화는 많은 것을 공백으로 남겨둡니다. 평행선처럼 이어지는 화면속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직한 선율속으로 고독과 상실을 남겨진 그림자를 배치합니다. 가끔 내레이션 사이로 틈입하는 인물들의 방백이 스크린 사이에 방점을 찍고 사라질 뿐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그리고 서사와 결말로 미지근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를 생각한다면 이 "원더랜드"가 한 치 치수조차 틀림없이 딱 들어 맞는 옷처럼 느껴집니다.

잇세 오가타, 미야자와 리에 둘 모두 1인2역을 소화해 내며 조용한 단편속을 걸어갑니다. 홀로 텅 빈 방안에 남겨진채 몸을 웅크리는 모습도, 수 많은 옷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도 감정의 표현보다도 내면으로의 침잠에 가깝습니다. 얼마안되는 상영시간과 크레디트가 올라오는 순간이 되면 한편의 영화라기보다 드라마타이즈된 TV 문학 프로그램을 본 느낌을 받습니다. 딱히 허무해지는 건 없지만 트레일러 이상을 기대한 분들에게 실망스럽기도 할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렉싱턴의 유령』을 꺼내 읽어봐야 될것만 같습니다.

"레코드 상자를 싹 치우고 나자, 토니 타키타니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외톨이가 되었다."

- Tungsten C

토니 타키타니(トニ-瀧谷, 2004) by yoshiya
2005/09/22 16:35 2005/09/22 16:35



Posted by lunamoth on 2005/09/22 16:35
(9) comments


    토니 타키타니 (トニ-瀧谷, 2004) x
    【 Tracked from Yoshiya's Dancing at 2005/09/24 22:32 】
    애초에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소설을 영화화할때 감독이 원작보다 뛰어나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에 원작의 맛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냥 오랜만에 단편 영화 하나 보자는 생각으로 시네코아로 향했습니다. 다행..

    토니 타키타니 x
    【 Tracked from Fragments of Memories at 2005/10/08 23:04 】
    あなたを,いまでも愛しい。 2005. 10. 8. 오후 3시 45분. 시네코아 2관에서. 시네코아에서 단관 개봉중인 영화, '토니 타키타니(トニー滝谷)'를 봤습니다. 토니 타키타니는 개봉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トニ-瀧谷 x
    【 Tracked from Irene's Media Review at 2005/10/09 15:03 】
    감독 : 이치카와 준 출연 : 잇세 오가타, 미야자와 리에, 니시지마 히데토시 시네코아 2관에서 관람 (4층 A열 106번 4회 15:45 2005. 10. 08.) 아내가 남기고 간 옷들이 가득 찬 드레스 룸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쏟고 있는 그녀가 기억이란 수면위로 ..

    토니 타키타니(Tony Takitani, 2004) - 이치카와 준 x
    【 Tracked from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at 2005/10/16 22:04 】
    출연 : 미야자와 리에(에이코, 히사코), 오가타 이세이(토니 타키타니, 쇼자부로 타키타니) http://www.tonytakitani.co.kr '청아한 상실의 기억' 혼자보는 다섯번째 영화. '토니 타키타니'. 하루키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어..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x
    【 Tracked from 그 남자의 거짓부렁 at 2005/10/23 03:44 】
    제목 :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감독 : 이치카와 준 배우 : 미야자와 리에, 잇세 오가타, 니시지마 히데토시 음악 : 사카모토 류이치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제작년도 : 2004년 공식홈페이지 : www.tonytakitai.co.kr / www.ton..


    마우이 섬에서 '토니'라는 서양식 이름에 '타키타니'라는 성이 붙은 기묘한 이름이 쓰여진 1달러짜리 티셔츠를 구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셔츠를 입을 때마다 토니 타키나티라는 인물이 자신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에 영감을 얻어, 기발한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단편의 대가답게 위트 넘치면서도 사색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lunamoth 2005/09/22 21:53 r x
    하루키 파워일까요? 다른이유없이 봐야할듯싶네요.
    잊고지낸 "렉싱턴의 유령"
    저도 시간내봄직 다시 읽어봐야할듯.싶네요
    일상의소소한 여유로움을 잃어버린 지금
    다시금 옛 감정선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요..

    mooya 2005/09/22 23:19 r x
      생각보다 짧아서 의외이긴 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당황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영화는 참 나직?했습니다..

      시네코아 단관개봉이 요즘 자주 보이는것 같네요...

               lunamoth 2005/09/22 23:31 x
    하루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 중인데 소설이라도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네요. 내일은 부실하나마 학교 도서관이나 잠시 다녀올까봐요.

    xizang 2005/09/24 00:03 r x
      아니할 말입니다만 하루키라면 도서관을 가지 않더라도... (생략)

               lunamoth 2005/09/24 00:12 x
    정말 영화가 텅 빈(나쁜 의미가 아니고) 느낌이었지요. 색깔마저 그렇구요.
    그래도 소설보다 확 와닿아서 좋긴 했어요 ^^

    meddeland 2005/09/26 23:28 r x
      그렇더군요. 참 여백이 많은, 어떻게 보면 당혹스럽기까지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 표현이 오히려 새롭고 마음에 들긴 들었습니다만 ;)

               lunamoth 2005/09/27 01:00 x
    요즘 치장으로 가득찬 영화들 속에서.
    그 여백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한적한 일요일 조조로 보고 나오는 기분도 좋았구요.

    kakihara 2005/10/05 08:41 r x
      여백이 많은 단편느낌 그대로라고 할까요. 저도 꽤 기분좋게 봤습니다. 관객반응도 좋은것 같더라고요.

               lunamoth 2005/10/06 04:37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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