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떠나올 때 제 심경이 어땠는지 아십네까? 솔직히 말해 아버님의 유언 따위는 뒷전이었시요. 그건 오히려 이상한 경쟁심리를 자극했을 뿐이야요. 어째 아버지는 자기가 받은 가장 높은 훈장을 거기다 주라 하는가고. 우리는 뭐인가고…… 내가 형님을 만나기로 한 건 오히려 그런 아버님의 유언보다는 궁금함 때문이었시요. 우리의 오랜 재앙과 저주가 실제로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가 못 견디게 궁금했시요. 아니, 그 이상으로 한 평생 원쑤를 찾아 떠나는 심경이었시오…… 그런데 형님을 만나 보니 첫눈에 벌써 아니었습네다. 아직도 내레 설명은 못하갔지만 만나는 순간부터 형님은 그저 우리 형님일 뿐입디다. 함께 쓸어안고 울 사람이지 원망하고 미워할 사람은 아니더란 말이야요. 시간이 갈수록 내가 품고 온 적의가 당황스럽고 부끄러워지더란 말입네다. 되레 오래 그리워해 온 사람인 듯한 착각까지 들고…… 글티만 그럼 이거 어드렇게 된 거야요? 형님의 한은 어디 가서 풀고 우리 한은 어디 가서 풀어야 하는 거야요? 뭐이가 잘못돼 이렇게 된 거야요? 형님은 아십네까? 니거 덩말 어드렇게 된 겁네까…….
두만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아니고 이문열의「아우와의 만남」중에서. 추석특집극《형》을 보고 있노라니 생각난 한 단편의 뒷이야기. 편성표를 보니 또 다른 아우와의 만남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